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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막장’의 피로도, 혐오도 없는 친구를 만났다

등록 2018-01-28 10:30수정 2018-01-28 10:35

[토요판] 이런, 홀로!?
넷플릭스 영접기
넷플릭스는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해준다. 화면 갈무리
넷플릭스는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해준다. 화면 갈무리

수동적인 여성, 상의 벗는 남성
고만고만한 한국 예능·드라마
텔레비전 따위 보지 않고 살다
2016년 넷플릭스가 찾아왔다

한국 드라마엔 없는 다양한 장르
성별 고정관념 등 ‘피로도’ 적어
4명이 한달 3천원으로 시청 가능
하나 콕 찍어 ‘정주행’ 해보시길

회식 자리였습니다. 예전에 좋아했던 드라마 이야기를 하다 자연스레 지금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각종 프로그램들로 이야기가 흘러갔습니다. 그러나 저는 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티브이를 안 봐서요”. 옆에 앉아 있던 팀장님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젊은 세대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까요. 본방 사수는 물론이고 방영되는 프로그램들을 보긴 하는 걸까요. 저는 집에 텔레비전 없이 산 지도 9년이 다 돼가는 것 같습니다.

본방 사수가 저의 라이프스타일에서는 거의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주로 저는 영상이라는 콘텐츠를 유튜브와 페이스북,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소비합니다. 그나마 티브이 영상은 풀 영상을 보지 않고 페이스북 공식 채널 혹은 네이버 티브이 캐스트에 업로드된 클립들로 봅니다. 드라마와 다른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집에 텔레비전이 없는 것도 큰 이유겠지만 애초에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으니 텔레비전을 살 이유도 없습니다.

한국 드라마가 불편한 이유

어느 순간부터 텔레비전을 챙겨 보지 않아도 사람들과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됐습니다. 예전엔 티브이 속 프로그램들 사이사이에 나오던 짧은 광고가 유행어가 됐고, 광고의 시엠(CM)송들이 온갖 패러디의 장이 됐고, 개그콘서트가 유행어와 밈(인터넷 등을 통해 퍼진 스타일이나 말투, 행동양식)이 됐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유튜브나 아프리카, 트위치의 비제이(BJ)들 언어가 더 파급력 높은 유행어가 되고 밈이 됩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 이용자들끼리의 대화에서 나온 언어들도 유행어가 됩니다. 사실상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지 않아도 현재의 트렌드를 좇고 사람들과 대화하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텔레비전 예능과 드라마에는 불편한 지점들이 많습니다. 솔직히 거기서 거기입니다. 소재도 거기서 거기, 플롯도 거기서 거기, 보기 불편한 발언들도 거기서 거기입니다. 매번 사랑 이야기, 재벌 이야기, 수동적인 여성 이야기, 여성 게스트에게 시키는 애교, 남성 게스트에게 시키는 상의 탈의. 물론 괜찮은 드라마와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연속해서 히트를 치는 피디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보고 싶을 땐 푹이나 티빙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됩니다. 가족 단위로 사는 집이 아니고서야 텔레비전이 크게 유용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지상파와 케이블 유료방송을 보려고 돈을 지불하지만 사실 볼 것들이 그만큼 많진 않으니까요. 보고 싶은 콘텐츠 하나 때문에 모든 프로그램을 볼 금액을 지불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딱히 취미가 없는 제가 어릴 때부터 유일하게 즐기는 게 바로 드라마 보기입니다. 어릴 때부터 워낙 드라마를 좋아해 밤을 새워가며 드라마를 보고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도 몰래몰래 드라마를 보곤 했습니다. 지금도 좋아하는 드라마를 해마다 돌려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상을 보는 눈이 더욱 넓어지면서, 가끔 한국의 드라마가 못내 아쉽고 불편할 때가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어떤 드라마들은 대사 한 줄 한 줄 때문에 도저히 넘어갈 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각종 예능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2016년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은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그렇게 넷플릭스는 제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플랫폼이 됐습니다. 얼마 전 취미를 묻는 질문에 저는 드라마 보기가 아닌 ‘넷플릭스 보기’라고 답했습니다.

넷플릭스의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데 있습니다. 저는 웹툰도 드라마도 로맨스나 가족을 소재로 다룬 콘텐츠보다 스릴러나 미스터리, 에스에프(SF), 수사물 등의 장르를 더 선호합니다. 기존의 한국 드라마에서는 해당 장르들이 거의 없었고 보통 가족과 재벌 이야기, 로맨스가 주로 다뤄지곤 했습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여러 종편과 케이블 채널에서 나름 탄탄하고 흥미로운 수사물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넷플릭스의 다양성이 압도적입니다. 제가 좋아할 만한 맞춤형 드라마를 장르별로 소재별로 여럿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에게 아주 매력적입니다. 또한 넷플릭스는 큰 노력과 비용을 투자하는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통해 제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해줍니다. 지루할 새가 없습니다. 넷플릭스가 추천해준 대부분의 콘텐츠는 소름 돋도록 제가 아주 재밌어할 콘텐츠들입니다.

제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사용하는 다른 큰 이유 중 하나는,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부닥칠 혐오 발언을 비롯한 불편한 지점들이 그나마 한국 콘텐츠에 비해선 덜하다는 점입니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대부분은 영미권에서 제작됩니다. 이 콘텐츠들은 그런 지점에서 그래도 한국 드라마보다는 몇 배는 앞서 나가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정된 성 역할, 고의적으로 성소수자를 지운 걸까 싶을 정도의 이성애 중심적인 스토리, 성소수자 희화화, 남성이 항상 주요한 역할을 맡는 것, 각종 성별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시킬 수 있는 대사들, 억지스러운 러브스토리, 불필요한 선정적인 장면 등의 빈도가 월등히 적습니다. 물론 과거에 제작됐지만 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옛날 드라마들의 경우 불편한 지점이 분명히 많습니다. 어쨌거나 현재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들은 대부분 저에게 한국 드라마를 볼 때 자주 느끼는 피로도를 느끼지 않게 해줍니다.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해 쉬려고 보는 콘텐츠에서까지 혐오 발언을 듣고 불쾌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부담 없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콘텐츠 질과 양에 비해 저렴한 가격입니다. 아무래도 가성비를 많이 따지는 젊은 세대에게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콘텐츠 제공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제 경우 주변에 넷플릭스를 자주 보는 20대가 매우 많고, 그들을 모아 넷플릭스 4인팟(프리미엄 요금제)을 만들었습니다. 혼자서 가입할 경우 한 사람당 1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내야 하지만 프리미엄 요금제를 활용하면 4명이 3천원씩 정도만 내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에이치디(HD)는 물론 유에이치디(UHD) 화질로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한달 3천원으로 이렇게 질 좋고 재미난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니 이만큼 ‘가성비 갑’인 것도 없습니다. 혼자 산 지 3년이 넘은 저에게 퇴근 후 넷플릭스와 맥주 한 캔만큼 좋은 친구는 없습니다. 주말에도 약속이 없는 날 하루 종일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고, 밥을 먹으면서도 넷플릭스를 시청합니다. 무료한 이동 시간에도 넷플릭스를 접속합니다.

넷플릭스로 토론까지

이제 저는 친구들과 넷플릭스의 드라마로 이야깃거리를 나눕니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풍부한 콘텐츠의 소재들로 친구들끼리 토론이 이뤄지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넷플릭스를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친절하게도 넷플릭스는 한달 무료 이용권을 늘 제공합니다. 그런데 사실 한달로는 넷플릭스의 매력을 느끼기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딱히 손이 더 가지 않고 실망하게 돼 그냥 해지를 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하니 몇 가지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추천해드리겠습니다. 무료 등록 후 아래 콘텐츠 중 하나를 정주행 하면서 넷플릭스의 매력에 빠져보시기 바랍니다.

블랙미러

과학기술 발전으로 가까운 미래에 정말 겪을 법한 이야기들을 날카롭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돼지와 수간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한 총리, 뇌에 심은 칩으로 상대가 느끼는 고통을 똑같이 느끼는 의사의 이야기 등이 펼쳐집니다. 글로만 보면 ‘과학’이라 재미없을 것 같지만 정말 최고입니다. 블랙미러야말로 천재들이 만든 시나리오라고 생각했습니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고등학생인 주인공의 여성 친구가 자살한 뒤 이상한 테이프가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돌아다닙니다. 바로 자살한 친구가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한 테이프입니다. ‘루루루’는 친구의 자살을 소재로 뿌리 깊은 강간 문화를 다룹니다.

기묘한 이야기

1983년을 배경으로 한 시리즈입니다. 절친한 4명 중 한명이 집으로 귀가하던 중 흔적도 없이 실종됩니다. 아이의 실종 이후 이상한 초자연적 현상과 각종 기이한 일들을 겪기 시작합니다. 과연 아이는 살아 있는 걸까요? 살아 있다면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요?

혜화붙박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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