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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식 다녀와 시나리오 써”…배우 조현철 감독 데뷔

등록 2023-10-16 07:00수정 2023-10-16 08:28

영화 ‘너와 나’ 25일 개봉
영화 ‘너와 나’.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너와 나’.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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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세미(박혜수)는 친구 하은(김시은)이 다쳐서 같이 못 가는 게 속상하다. 다리도 불편한데 돈도 없고 뭔가 다른 문제도 숨기고 있는 듯한 하은은 같이 가자고 계속 떼를 쓰는 세미가 좋으면서도 철없게 느껴진다. 다음날 수학여행을 앞두고 소소한 사건들과 마주치며 동네를 쏘다니는 이들의 뒤로 ‘안산역’이 보이는 순간 이웃집 소녀들의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하루가 더는 붙잡을 수 없는 아득함으로 변하며 가슴을 후려친다.

지난해 배우 조현철이 ‘디피’(D.P.)로 백상예술대상 남자조연상을 받을 때 죽음을 앞둔 아버지에게 “작년에 ‘너와 나’를 찍으면서 나는 분명히 세월호 아이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라고 말했던 그 영화, 조현철의 장편 연출 데뷔작 ‘너와 나’가 25일 개봉한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감독 조현철은 2016년 한 사고를 경험하며 죽음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 뒤 광화문 세월호 추모식에서 시나리오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잡게 됐다고. “사고를 겪은 뒤 꿈에서 동그랗고 새빨간 복숭아를 봤어요.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 분명히 있는 어떤 것, 이런 게 사랑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며칠 뒤 광화문 세월호 추모식에 갔어요. 이 꿈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줘야지 마음먹고 갔는데 그저 무참해지고 무기력해지더라고요. 이 죽음이 헛된 게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너와 나’로 장편 연출 데뷔한 조현철.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너와 나’로 장편 연출 데뷔한 조현철.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추모식에서 한 학생이 했던 “꿈에라도 친구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말은 ‘너와 나’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결정했다. 역광을 많이 사용하고 노출을 높여 아련하게 흘러가는 화면들이 “하은이의 꿈에 찾아온 세미의 이야기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조 감독은 말했다.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비추다가 교실로 들어와 엎드려 자던 세미가 깨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보여주는 첫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 장면은 거울에 비치는데 단원고 교실에 걸려 있던 거울을 가져와 찍었다. 어느 교실에나 있을 법한 거울이지만 “세월호에 탑승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그 거울에 맺혀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주인공은 두 여학생과 여자 친구들이다. “처음 이야기를 만들 때 자연스럽게 여자아이들이 떠올라 다른 고려는 안 해봤는데 30대 남성이 10대 여학생을 표현하는 데 두려움이 생겨 취재를 많이 했다.” 영화과 입시학원 특강에 나가 아이들을 관찰하고 브이로그도 많이 찾아보고 시나리오를 완성한 뒤에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들의 시점에서 그들의 말투와 행동을 생생하게 담을 수 있었다.

‘너와 나’의 톤은 밝고 명랑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인 친구 박정민이 스토커 같은 인물로 출연하는 장면도 여학생들의 씩씩하고 솔직한 소란스러움 속에 웃음을 자아낸다. 그는 “영화의 톤이 밝기 때문에 ‘이상한 늙은 남자’의 등장도 무겁지 않게 처리했는데 변하는 사회 분위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캐릭터를 만드는 데는 좀 더 신중해야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영화 ‘너와 나’.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영화 ‘너와 나’.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김시은은 첫 주인공 연기임에도 평범한 듯 단순하지 않은 여고생 연기를 탁월하게 해낸다. 올해 초 김시은을 주목하게 한 ‘다음 소희’는 ‘너와 나’를 찍은 뒤 캐스팅된 작품으로 그는 ‘오징어 게임’ 시즌2 출연도 확정한 상태다. 박혜수는 ‘너와 나’ 캐스팅 이후 학폭 의혹에 휩싸였다. 조 감독은 “고민이 많았지만 박혜수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함께 작업하면서 직접 느낀 것들을 가지고 판단했다. 캐스팅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0일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박혜수는 “지난 시간 동안 거짓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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