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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디피’ 시즌2, ‘사실상 방조범’ 국가 책임을 정조준 하다

등록 2023-07-18 19:30수정 2023-07-19 11:10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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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세상은 달라졌을까. 2021년 선보인 넷플릭스 드라마 <디피>(D.P.)는 군대 내 가혹 행위를 고발하며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2014년 구타로 숨진 ‘윤 일병 사망 사건’ 등 인권이 짓밟힌 사례가 재소환되며 시스템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침묵하던 군필자들은 경험담을 털어놨고, 베트남·대만·일본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전세계에서 대한민국 군대의 민낯에 주목했다. 당시 대선 경선 후보들조차 군대 내 가혹 행위를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오는 28일 공개되는 <디피> 시즌2는 이런 희망에 답을 내놓는다. 시즌1에서 가혹 행위로 생을 마감했던 조석봉(조현철)은 시즌2 초반 안준호(정해인)가 보는 환영으로 등장해 말한다. “여전히 변한 게 없네. 여기는.” 군대에서 폭력은 진행형이고, 가해자·피해자와 함께 방관자도 존재한다. 군무이탈체포조 안준호는 탈영병을 쫓는 와중에 간부 아들의 문제집을 사다 주는 등 부조리도 그대로다. 정해인은 “시즌2는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에서 ‘뭘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며 직접 부딪혀나가는 이야기”라며 “연기하면서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제공
지난 13~14일 시즌2 4회분(총 6회분)이 기자들에게 먼저 공개됐다. 시즌1이 부대 내 일상에서 벌어지는 가혹 행위에 집중했다면, 시즌2는 주요 인물들이 굵직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겪는 심적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김루리(문상훈) 총기 난사 사건에 투입된 안준호와 한호열(구교환)은 그를 좀 더 눈여겨보지 않은 것에 자책하고, 임지섭(손석구)은 전방부대에서 과거 은폐 사건을 재조사하면서 혼란을 겪는다. 장기 이탈자의 가슴 아픈 사연도 단편 드라마처럼 비중 있게 등장한다. 한준희 감독은 “시즌2는 특정 기관이나 집단보다는 그 사건(‘조석봉 사건’)이 등장인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시즌2는 굉장히 슬픈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시즌1보다 손석구 비중이 늘었으며, 지진희가 국군본부 법무실장 구자운, 김지현이 국군본부 법무장교 서은으로 새롭게 투입된다.

시즌1이 가혹 행위 보고서를 보는 듯한 사실적인 사례들로 분노하게 만들었다면, 시즌2는 서글프고 씁쓸하게 한 다. 답이 명확했던 시즌1과 달리 뭐가 맞는 선택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누군가를 위해 진실을 끄집어내야 하는가,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묻어두는 게 옳은가. 총기 난사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부모도, 그 아들의 괴롭힘에 총을 들게 된 범인의 부모도 안타깝기만 하다. 한준희 감독은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질 뿐 답을 내리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가혹 행위로 동생을 잃은 누나의 입을 통해 이런 얘기를 던진다.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국가의 시스템 안에 있었는데요. 국가 또한 공범입니다. 방조범이죠. ” <디피>는 2014년 11월15일부터 <한겨레>에 연재된 만화 〈디피 개의 날〉이 원작이다. 만화 원작과 시즌1에서 “방관한 우리도 가해자”라는 일침을 가했던 데서 나아가 이번엔 국가의 책임을 묻는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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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감독은 “시즌2를 준비하면서 이 드라마의 존재 이유에 고민이 컸다”고 한다. 그러나 “계속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우리가 막을 순 없지만 <디피>를 기획하고 만들면 (사람들이 이 문제를) 계속 생각하고 염두에 둘 수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드라마처럼 현실도 그때뿐이다. 시즌1 이후 금방 바뀔 것 같던 군대는 달라지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지난달 29일 발표를 보면, 지난해 6월20일부터 최근 1년간 군인과 군무원 147명이 숨졌다. 이 중 극단적 선택이 66건(44.9%)으로 가장 많았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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