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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악귀, 어땠어] 김태리 씨익~ 웃는 순간 오싹해지더라

등록 2023-06-27 08:00수정 2023-06-28 13:32

[드라마톡 볼까말까]
기분 좋게 웃고 있는 ‘구산영’(김태리)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에스비에스 제공
기분 좋게 웃고 있는 ‘구산영’(김태리)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에스비에스 제공

볼까말까 고민은 이제 그만! ‘드라마톡 평가단’이 최근 시작한 기대작을 파헤칩니다. 주말에 몰아볼 작품 주중엔 결정해야겠죠?

확실히 요즘 최대 관심작이다. 1회 시청률 9.9%(닐슨코리아 집계)로 시작해 2회 만에 두자릿수(10%)를 기록했다. 이준호+윤아를 내세운 <킹더랜드>가 5.1%, 신혜선+안보현의 <이번 생도 잘 부탁해>가 4.3%로 시작해 가장 최근(4회)까지 한자릿수인 것에 견줘 빠른 반응이다. 지난 23일 시작한 금토드라마 <악귀>(SBS) 얘기다.

<악귀>는 악귀에 씐 가난한 청춘 ‘구산영’(김태리)과 악귀를 보는 민속학 교수 ‘염해상’(오정세)이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신비한 현상) 드라마’다. 김은희 작가가 전작 <지리산>의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을지, 김태리는 어떤 악귀를 표현할지 등 흥미 요소가 많았다. 김 작가와 미스터리 드라마 <브이아이피>(VIP)를 만든 이정림 피디의 만남도 주목받았다. 기대에 부응했을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와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남지은 방송연예 담당 기자가 들여다봤다.

악귀는 그림자로 표현된다. 사람을 죽일 수록 크기가 커진다. 누리꾼들은 ‘정전기 귀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에스비에스 제공
악귀는 그림자로 표현된다. 사람을 죽일 수록 크기가 커진다. 누리꾼들은 ‘정전기 귀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에스비에스 제공

[정덕현 평론가] 김은희 작가가 2021년 전작 <지리산>(tvN)이 성공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랬다. <악귀>에서는 그의 장기인 범죄스릴러에 오컬트라는 극성 높은 두 장르를 확실하게 잘 섞어 ‘한국형 오컬트’를 완성했다. 다른 오컬트 드라마와 달리 <악귀>는 범죄스릴러와 오컬트의 결합에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을 가져와 감정적으로 해소해주는 사회극 요소를 더하고, ‘청춘’들의 현실을 밑그림으로 그려 넣어 차별화했다.

[남지은 기자] ‘한국형 좀비’를 만든 것처럼 ‘한국형 악귀’를 시도한 점은 눈에 띈다. 우리나라 오컬트 드라마는 <손 더 게스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자극적인 장면에 치중한 면이 있다. <악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섬뜩한 설정을 과하지 않게 넣었다. 이야기를 따라 보다 보면 ‘깜짝 놀랄’ 장면이 어느 순간 스~윽 등장해 ‘헉’하게 만든다. 편하게 보면서도 심장이 쫄깃해지는 ‘맛’이 있다.

[정덕현 평론가] ‘김은희표 오컬트’는 분노하게 만드는 사건들을 가져와 오컬트 방식으로 복수하면서 카타르시스를 주고, 때론 원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슬픔도 느끼게 한다. 수많은 이들을 아프게 한 보이스피싱범이 풀려나자 악귀가 들린 ‘구산영’이 그를 죽이는 과정은 공포와 카타르시스가 동시에 느껴진다. 죽은 오빠가 부모한테 학대당하는 동생을 구하려고 귀신이 되어 구산영의 도움을 받는 이야기는 <전설의 고향>에서 원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고을 원님 서사 같기도 하다. 설정과 소재를 살짝 비튼 것만으로 굉장히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낸다.

‘구산영’은 아주 오래된 붉은 댕기를 만진 뒤 악귀에 씌인다. 에스비에스 제공
‘구산영’은 아주 오래된 붉은 댕기를 만진 뒤 악귀에 씌인다. 에스비에스 제공

[남지은 기자] 김은희 작가를 높이 사는 부분은 작품의 모든 작품에 ‘가슴 아픈 우리 현실’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킹덤>(넷플릭스)에서는 좀비를 배고픈 민초에 대입했고, <시그널>(tvN)에서는 미제 사건을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지리산>도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지리산에서 자행된 양민학살과 대원사 계곡 수해 사건 등을 녹여 누군가는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악귀>도 그런 점이 눈에 띈다. 구산영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사는 이 시대 청춘을 대변한다.

[정덕현 평론가] 인간의 욕망이 악귀를 더욱 크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시대의 분노가 사람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같다. 오컬트에 범죄스릴러를 더해 ‘청춘’의 서사를 넣었다는 점에서 김태리가 구산영 역할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스물다섯 스물하나>(tvN)에서 보여준 발랄하고 씩씩한 청춘의 모습이 구산영한테서 살짝 묻어난다. 그런 구산영이어서 악귀가 들렸을 때 섬뜩하게 웃는 반전이 효과가 크다. 김태리가 과장하지 않으면서 이 변화를 잘 보여준다.

[남지은 기자] 김태리가 악귀로 바뀌는 순간을 보고 있으면, 이 드라마 전개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그냥 다 넘기게 되더라. ‘악귀’ 김태리를 보는 재미가 그만큼 크다. 저 맑은 얼굴에서 어떤 악귀를 표현할까 궁금했는데 살짝 웃는 것만으로도 섬뜩함이 느껴졌다. 이삿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그 집 아이 때문에 짜증 난 장면 다음, 김태리의 웃는 얼굴이 화면 가득 나와서 뭘 하고 있나 했더니…. 그 장면을 다시 보면, 웃는 얼굴에 사악함에 담겨 있다. 김은희 작가는 무서운 장면은 많지 않다고 했던데, 김태리가 악귀로 변하는 장면을 자주 보여달라!

[정덕현 평론가] 악귀를 그림자로 표현하는 식의 설정도 괜찮았다. 얼굴을 이상하게 바꾸거나 그런 것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느낌이었다.

[남지은 기자] 누리꾼들이 악귀를 ‘정전기 귀신’이라 부르더라. 기발했다.

민속학 교수 ‘염해상’(오정세)과 구산영이 악귀의 비밀을 풀려고 옛 마을 ‘장진리’를 찾고 있다. 에스비에스 제공
민속학 교수 ‘염해상’(오정세)과 구산영이 악귀의 비밀을 풀려고 옛 마을 ‘장진리’를 찾고 있다. 에스비에스 제공

[윤석진 교수] 개인적으로는 기획을 떠나 내용 흐름에서 아쉬운 점은 많다. 김은희 작가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섬세하지 않았다. 장르물은 개연성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그런 것이 쌓여서 감정의 공포가 증폭되는데, ‘구강모’(진선규)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문을 열어주는 시작부터 납득되지 않았다. 십몇년간 악귀를 연구해온 구강모는 문을 함부로 열어주면 안 되는 걸 누구보다 알지 않을까. ‘윤경문’(박지영)은 딸 구산영이 남편 집안과 엮이는 게 두려워 십몇년간 아빠가 죽었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부고 소식을 듣자마자 “그래도 네 아빠인데”라며 딸을 데려가는 것도 그렇고 이해가 안 되더라. 이 모든 것이 구산영한테 악귀가 들게 하려고 쉽게 만든 설정 같아 몰입이 잘 안 됐다.

[남지은 기자] 그런 의문이 들기는 했다. 그냥 할머니가 구산영한테 연락을 하고, 구산영은 죽은 줄 알았던 아빠가 살아있었고, 그래서 마지막이라도 보고 싶어 엄마 몰래 그 집에 가는 식이면 어땠을까. 악귀에 씐 사람들의 특징도 제각각이어서 헷갈리기는 했다. 악귀가 인간 내면의 분노를 먹고 커진다고 했는데, 사람까지 죽일 정도의 분노치고는 너무 약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구산영이 어느 정도 화가 났는지가 얼마나 억울해하는지가 잘 느껴지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윤석진 교수] 좋았던 건 ‘한국식 귀신’을 활용하는 부분이나 의도, 취지다. 붉은 댕기, 옥비녀, 흑고무줄, 푸른 옹기조각, 초자병, 금줄 등이 의문을 촉발하는 단서로 등장하고, 민속학이 어떤 학문인지를 들여다보는 시도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이걸 잘 풀어내면 ‘케이 좀비’가 된 것처럼 ‘케이 오컬트’가 완성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자칫하면 ‘케이 오컬트’를 위한 의도적 활용에 그칠 수 있다. 취지를 잘 이어가려면 앞서 말한 것처럼 좀 더 촘촘하고 개연성 있는 이야기 흐름이 필요하다. <악귀>로 결국 ‘이 시대 청춘’을 이야기하려는 의도도 1·2회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다.

10여년간 ‘악귀’를 연구한 ‘구강모’(진선규)가 &lt;악귀&gt;의 시작을 연다. 에스비에스 제공
10여년간 ‘악귀’를 연구한 ‘구강모’(진선규)가 <악귀>의 시작을 연다. 에스비에스 제공

[남지은 기자] 이 드라마에서 ‘악귀’는 결국 ‘우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악귀는 내면의 욕망을 실현해주는 거잖아. 살면서 누군가 미워하는 사람이 생기잖아. 저 사람이 싫다, 밉다, 제발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복수하고 싶다 하는 감정들이 결국 또 다른 자아인 ‘악귀’로 등장하는 게 아닐까. 그걸 <모범택시> 같은 드라마에서는 ‘정의의 사도’가 나타나 ‘사적 복수’를 해주며 쾌감을 줬다면, 이 드라마에서는 악귀라는 섬뜩한 존재로 나타나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우리는 누구나 ‘악귀’에 들릴 수 있다.

[정덕현 평론가] 맞다. 구산영이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라고 하지 않나. 드라마에서도 가정폭력의 경우 귀신의 짓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비정한 부모들의 짓이라는 게 드러나잖아. 보이스피싱이나 가정폭력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소재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가 가진 비판 의식과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범죄스릴러와 오컬트가 더해졌지만 사회극 같은 뉘앙스가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이유. ​즉 진짜 귀신과 싸우는 이야기지만 귀신보다 더한 악귀 같은 범죄자들이 판을 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는 것이다.

&lt;악귀&gt;에는 보이스피싱, 아동학대 등 사회적 공분을 사는 사건들이 등장해 오컬트에 ‘시대’를 담는다. 에스비에스 제공
<악귀>에는 보이스피싱, 아동학대 등 사회적 공분을 사는 사건들이 등장해 오컬트에 ‘시대’를 담는다. 에스비에스 제공

<그래서 볼까말까>

[정덕현 평론가] 소름 돋는 공포에 카타르시스, 생각할 거리까지 던져주는 여름 대표작! 강추

[남지은 기자] 요즘 뻔한 드라마에 분노가 치민다면, <악귀>를 보자. 볼래

[윤석진 교수] 설명적 대사는 그만! 촘촘한 전개가 필요하다. 글쎄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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