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인물에서 악귀로 변하는 모습을 상징한 포스터 속 모습. 에스비에스 제공
배우 김태리와 작가 김은희의 조합이 시작부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금토드라마 <악귀>(SBS)는 지난 23일 첫 방송 시청률 9.9%(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기준)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악귀>는 악귀에 씌인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드라마다. 넷플릭스 <킹덤>으로 ‘한국형 좀비 드라마’를 완성한 김은희 작가가 이번에는 ‘한국형 오컬트 드라마’에 도전했다.
첫 회부터 빠른 전개와 호기심 증폭하는 내용이 펼쳐지는 등 흡인력이 좋았다. 한 남자(진선규)가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악귀의 조종으로 목숨을 잃는 것에서 시작해 한 여자(김태리)가 드디어 귀신을 보게 되기까지 긴박하게 그려졌다.
특히 김태리의 연기가 압도적이었다. 김태리는 엄마 대신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책임지며 공무원 준비를 하는 ‘구산영’을 연기한다. 힘든 현실에서도 열심히 사는 씩씩한 구산영이 순간 악귀로 바뀌는 장면은 섬뜩했다. 김태리는 “동작, 행동, 손 등 세밀한 부분의 연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억울하고 애달픈 죽음을 막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민속학 교수 ‘염해상’ 오정세,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이홍새’ 홍경도 제 몫을 해낸다. 홍경은 오티티 웨이브 <약한 영웅 클래스1>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김은희 작가는 <킹덤>에서는 좀비를 핍박받는 민초와 연결하고, 드라마 <지리산>(tvN)에서는 사건에 제주의 아픈 역사를 녹여냈다. <악귀>에서는 오컬트 장르에 우리의 민속학을 담아냈다. 붉은 댕기, 옥비녀, 흑고무줄, 푸른 옹기조각, 초자병, 금줄 등 민속학적 소재가 의문을 촉발하는 단서로 등장한다. 김은희 작가는 “거대 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믿어왔던 민간신앙 속 귀신, 생활 속에 남아 있는 금기 같은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를 녹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2021년 여름부터 준비하면서 민속학과 관련된 책과 논문을 참고하고, 국립민속박물관과 안동대학교 민속학 교수들을 취재했다. 충남 홍성 해변가 당제에 참여한 경험이 4~5부를 집필하는데 힘이 됐다고 한다. 김태리는 “민속학이 이야기보따리더라. 이 학문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악귀>가 결국 말하려는 것은 ‘이 시대 청춘’이다. 김태리는 “작가님이 결국 시청자가 마지막에 마주하게 될 이야기는 ‘청춘’이라고 하시더라. 꿈이 없는 20대 청춘은 여러 이야기 속에서 만나봤지만,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란 장르물 안에서는 본 적이 없어서 신선했다”고 말했다. 김은희 작가는 “민속학은 결국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민속학 문헌에 나오는 귀신 이야기를 바탕으로, 현재 사는 청춘들이 어떻게 그런 귀신들에게 영향을 받고 흔들리는지 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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