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영 <더 글로리> 차기작 <진짜가 나타났다> 속 모습. 한국방송 제공
“나 되게 신나.” <더 글로리> 속 문동은(송혜교)의 명대사다. 현실에서는 임지연의 명대사가 됐다. 임지연은 요즘 어딜 가나 “나 되게 신나”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고 했다. 그만큼 기분 좋은 순간을 자주 경험한다는 뜻이다.
요즘 ‘되게 신난’ 사람들은 또 있다. ‘학교폭력(이하 학폭) 가해자 ‘5인방’을 연기해 주가가 오른 차주영, 김히어라, 박성훈, 김건우다. 요즘 드라마에서 이유 없는 악행은 악역의 전제 조건. <더 글로리>는 여기에 5인방 사이 ‘급’을 나누는 등 ‘관계성’에 주목해 또 다른 이야기를 끌어냈다. 전재준(박성훈)의 ‘드립력’(즉흥 대응력), 이사라의 ‘떼쓰기’처럼 역할마다 ‘의외의 특징’을 부여해 온라인 화제성도 챙겼다. 5인방의 관계성만 본다면, 악역이 입체적이다 못해 증강현실로 넘어간 수준이다.
어려운 인물인데 배우들이 상황에 따라 변하는 ‘관계성’이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게 연기를 잘했다. 그러나 제목처럼 이 순간의 ‘영광’을 이어가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더 글로리>에서 워낙 강렬한 역할로 시청자 뇌리에 박힌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 배우들도 모르지 않는다. 임지연, 차주영, 김히어라, 박성훈 그리고 김건우까지 모두 차기작을 공개했다. 이 중에는 <더 글로리> 공개 전에 확정된 작품도 있다.
박연진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난 임지연은 색깔 다른 두 드라마에서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각각 웹툰과 소설이 원작인 범죄 스릴러 <국민사형투표>(SBS·에스비에스)와 심리 스릴러 <마당이 있는 집>(tvN∙티브이엔)이다. 오는 5월 방영하는 <국민사형투표>에서 형사로 먼저 찾아온다. 법의 심판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악질들을 국민 투표로 처단하는 내용으로, 임지연은 의문의 인물을 쫓는 사이버안전국 5년차 경위를 연기한다. 김태희가 출연해 관심을 끄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불행한 일상을 탈출하려는 가정폭력 피해자로 나온다.
박연진 못지않게 잔인한 결말을 맞은 전재준. 그를 연기한 박성훈도 다양한 작품에서 색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 <유괴의 날>(ENA∙이엔에이)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오리지널 드라마 두편, <남남>(디즈니플러스)과 <선산>(넷플릭스)이다. <선산>은 친척의 선산을 상속받으면서 가족의 비밀이 밝혀지는 미스터리물이다. 연상호 감독이 이 작품에서는 대본만 썼다. <남남>은 대책 없는 엄마와 딸의 동거 이야기를 담은 휴먼 드라마. 박성훈은 좌천된 파출소에서 인생이 꼬여가는 남촌파출소장으로 나온다. 박성훈은 <유괴한 날>에서도 형사를 연기한다. <유괴한 날>은 어설픈 유괴범과 11살 천재 소녀의 공조를 담은 블랙코미디로, 그는 마음 약한 초짜 유괴범을 쫓는다.
감정 폭이 가장 컸던 이사라로 빛난 김히어라는 주로 ‘무서운 자’들과 다음을 도모했다. 1938년 혼돈의 시대에 불시착한 구미호가 현대로 돌아가기 위해 펼치는 판타지 액션 활극 <구미호뎐시즌2>(티브이엔)에서 악귀 ‘겔리’로 나온다.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더 악해진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비슷한 장르의 <경이로운 소문 시즌2>(티브이엔)에서도 ‘결이 다른 빌런’으로 만날 수 있다.
손명오 역을 맡은 김건우는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날 참이다. 오는 5월13일 개막하는 그의 첫 뮤지컬 <빠리빵집>으로 무대에 선다. 내용은 이렇다. 엄마의 죽음 이후 아빠와 갈등 중인 열아홉 살 성우는 여름 방학 동안 빠리빵집에서 일한다. 첫 출근 날 그곳에서 열아홉 살의 엄마와 아빠를 만나게 된다. 김건우는 배우 최우혁과 번갈아 성우를 연기한다. 6월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에스(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차주영은 이미 차기작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26일 시작한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KBS2∙한국방송2)에서 그룹 비서실장으로 탁월한 업무 능력으로 회장 일가의 신임을 받는 재원 장세진으로 등장했다. <진짜가 나타났다>는 미혼모와 비혼남의 가짜 계약 로맨스로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함께하며 가족이 되는 이야기다. 최혜정 이미지가 강해 새 드라마 공개 전에 부담은 되지 않았을까? 차주영은 지난 22일 서울 구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이렇게 답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더 글로리> 모습은 안 보이지 않나요? 세진은 (혜정과) 아주 다르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진은 적당히 멋지고 무심해요. 일상에서 충분히 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