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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오메가엑스·츄…연예계 갑질·가스라이팅 잔혹사

등록 2022-12-07 07:00수정 2022-12-07 09:12

가수 겸 배우 이승기.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겸 배우 이승기.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기씨가 여러차례 정산 내역을 요구했으나 후크엔터테인먼트 쪽은 ‘너는 마이너스 가수다’라는 등의 여러 거짓 핑계를 대며 내역 제공을 회피했다.”(지난달 24일 이승기 법률대리인 공식 입장문)

“소속사 ㄱ씨가 대표라는 점을 이용해 강제로 술을 마시게 했고, 성희롱 발언을 하거나 손을 잡고 허벅지와 얼굴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상습적으로 했다. ‘계속하려면 박박 기어라’ ‘죽여버린다’ 같은 폭언을 일삼았다.”(지난달 16일 그룹 오메가엑스 기자회견)

최근 가수 겸 배우 이승기, 그룹 오메가엑스, 이달의 소녀 츄가 소속사와 갑질·폭언·정산을 두고 갈등을 벌이면서 가스라이팅(정신 지배)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오메가엑스 사례를 들어 소속사가 케이(K)팝 가수를 착취한다는 기사가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에 나오기도 했다.

오메가엑스의 소속사 대표 갑질 논란을 집중 보도한 &lt;뉴욕 타임스&gt; 갈무리.
오메가엑스의 소속사 대표 갑질 논란을 집중 보도한 <뉴욕 타임스> 갈무리.

이승기는 데뷔 이후 18년 동안 몸담아온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와 음원 수익 정산과 투자금 등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오메가엑스는 전 대표의 갑질을 폭로하며 소속사 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계약해지 통보를 하고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달의 소녀 멤버 츄는 소속사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와 계약 문제로 의견 대립을 하고 있다. 소속사는 지난달 25일 츄가 스태프에게 폭언과 갑질을 했다며 퇴출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여러 방송 관계자들과 스태프, 동료 가수들이 츄를 응원하는 글을 올리며 오히려 소속사가 갑질을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왜 이런 논란은 끊이질 않는 걸까? 한 기획사 팀장은 “소속사와 대표가 앨범 제작과 방송 출연 등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구조적 문제가 가장 크다”며 “현재 대다수 기획사는 표준계약서로 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획사마다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다 보니 주먹구구식으로 정산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이달의 소녀 츄.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제공
이달의 소녀 츄.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제공

오스트레일리아 커틴대의 아시아 대중문화 전문가인 진 리 연구원은 <뉴욕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1990년대 이후 착취의 정도가 체계화하고 일상화했다”며 “케이팝이 지배적인 위상으로 올라서고 더 많은 젊은이가 그 안에 끌려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소속사 쪽의 아이돌 폭행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남강의 정지석 변호사는 “일부 중소 기획사에선 여전히 전근대적인 가부장적 문화가 남아 있다”며 “이는 폭행뿐 아니라 경제적 착취로도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승기 같은 스타도 그런데 덜 유명한 연예인은 오죽하겠나”라고 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사회가 민주화되고 인권 의식이 높아지면서 과거엔 당연시하던 불합리한 일에 대해 아티스트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논란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소속사 대표 갑질 논란에 휘말린 오메가엑스 멤버들이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속사 대표 갑질 논란에 휘말린 오메가엑스 멤버들이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근본적인 대책은 뭘까? 매니저들과 연예기획사가 모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의 이남경 사무국장은 “이런 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획사들이 체계적이고 투명한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마련하고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며 “소송이라는 최후 단계로 가기 전에 기획사와 아티스트의 조정이나 중재를 맡아줄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콘텐츠공정상생센터와 콘텐츠성평등센터를 두고 기획사의 불공정 행위와 성희롱·성폭행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신고받으면 사실관계 확인 뒤 전문가들이 마련한 합의안을 제안한다. 콘진원 관계자는 “다만 센터에선 계약서 불이행 같은 민사 문제는 조율할 수 있지만, 폭언·폭행·갑질 같은 형사 문제에 대해선 권한이 없어 경찰 등 수사기관으로 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석 변호사는 “언론의 감시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지만 일일이 점검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며 “결국 기획사의 자정 노력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의를 빚은 기획사 대표가 다른 회사를 세워 버젓이 활동하는 예도 있다”며 “문제가 일어난 기획사 관계자는 연예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퇴출시키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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