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지금 <전국노래자랑> 보고 계신 분 있으신가요?”
지난 16일 한 지역의 온라인 맘카페에 올라온 질문이다. 아래에 댓글이 줄줄 달렸다. “지금 틀었어요.” “저요 저요.” 이날 <전국노래자랑>(KBS1) 초대 가수로 나온 브레이브 걸스의 한 팬카페에는 며칠 전부터 ‘10월16일 KBS1 낮 12시10분’이라는 방송시간이 공지되어 있었다. 방송이 끝난 뒤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백만년 만에 <전국노래자랑>을 봤다”는 글이 올라왔다. 16일 시작한 ‘김신영 표’ <전국노래자랑>이 시청자의 본방사수 욕구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코미디언 김신영이 고 송해 선생에 이어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8월29일 이후 반응은 “신선하다”와 “노련미가 아쉽다”로 갈렸다. 다만, 화제성은 충분해 보였다. 16일 <전국노래자랑> 시청률은 9.2%(닐슨코리아)로 올해 들어 가장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신영에 대한 기대감이 시청률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0대 한 남성 대학생은 17일 <한겨레>에 “늦잠 자서 못 볼까 봐, 알람을 맞춰놓고 친구와 함께 봤다”며 “김신영이 진행한다는 게 궁금해서 봤다. <전국노래자랑>은 할머니가 보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는데 젊은 참가자도 많아서 의외였다”고 말했다.
40대의 한 부부는 ”노트북으로 오티티를 통해 <전국노래자랑>를 봤다. 참가자들이 모두 웃기려고 나오는 줄 알았는데, 실력이 상당해서 놀랐다. 의외로 재미있었다. 휴일에 여유를 즐길 때 가끔 볼 것 같다”고 했다. ‘김신영 엠시(MC) 카드’가 <전국노래자랑>에 대한 젊은층의 선입견을 깨는 계기가 된 것이다. 특히 30~50대 시청자층은 전주보다 약 두배가량 올랐다.
‘전국노래자랑’ 본방사수하는 김신영. SNS 갈무리
‘주말 놀이’ 하듯 <전국노래자랑>을 본방사수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아버지 생신이라 모처럼 가족이 집에 모였다는 3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온 가족이 처음으로 다 함께 <전국노래자랑>을 본방사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상을 받을지 남편과 서로 내기도 하면서 즐겁게 봤다. 에일리와 브레이브 걸스를 이 프로그램에서 만나니 오히려 더 반가웠다”고 말했다.
그는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참가자가 나왔을 때 배꼽을 잡았고, 아버지는 특별 참가자인 탤런트 이계인이 가사를 잊어버려 ‘땡’ 하고 탈락하는 장면에서 박장대소하셨다”고 말했다.
4살 조카는 내내 춤을 췄단다. 그는 “아버지께서 김신영을 보며 ‘송해 이후에 저런 젊은 애가 진행을 잘할 수 있을까 했는데, 재미있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전국노래자랑>은 고 송해가 34년간 진행을 했다. 그 시대가 저물고 후세대 진행자가 바통을 넘겨받았다는 점에서 ‘시대의 전환’을 실감한다는 이들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개인 블로그에 “시대의 전환처럼 느껴져서 방송 초반부라도 보고 싶어서 본방사수를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신영도 16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스엔에스)에 <전국 노래자랑>을 시청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간단한 소감을 남겼다. “함께해주신 모든 분과 시청자분들 그리고 무더운 날에도 자리를 지켜주신 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성실하게 배우겠습니다. 씩씩하게 천천히 배워나갈게요. 선생님. 지켜봐 주세요. 그립습니다. 일요일의 막내딸 키워주시는 <전국노래자랑> 악단 삼촌들과 작가님, 감독님, 무대감독, 카메라 감독님들, 음향팀 모두 모두 감사해요. 응원 문자와 스토리 올려주신 모든 분 복 받으세요! 그리고 기회를 주신 KBS(케이비에스) 감사합니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카메라에 잡힌 관객석의 이 사람은 누구? 한국방송 제공
이날은 가수 양희은을 비롯해 브레이브 걸스, 박서진, 에일리 등이 출연해 특별 무대를 꾸몄다. 코미디언 송은이, 탤런트 이계인, 가수 나비는 특별 참가자로 경연을 펼쳤다. 양희은의 소개로 나온 김신영은 그와 함께 노래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오는 23일에는 김신영의 고향에서 녹화한 ‘대구 달서구’편이 방송된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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