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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괴이, 어땠어?] 익숙한 소재, 약한 개연성…괴상한 작품된 ‘괴이’

등록 2022-05-04 16:33수정 2022-05-05 09:04

연상호? 구교환?...6부 갸웃
“내 문제가 타인 해쳐” 깨달음도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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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대중문화에서 방송 영역이 중요해지면서 기존 문화팀에서 방송연예분야를 분리해 독립적인 엔터팀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엔터팀이 진행하는 <수요드라마톡 볼까말까>는 작품 관련한 여러분의 의견도 반영할 예정입니다. 6월 오픈하는 ‘엔터팀 SNS’에서 자세한 소식 알려드릴게요.*

얼마나 재미있을까! 온라인동영상서비스(오티티·OTT) 티빙의 오리지널 드라마 <괴이>는 방영 전부터 감탄사가 가득했다. 극본을 맡은 연상호와 주연 배우 구교환. ‘핫’ 감독이자 작가, ‘핫’ 배우가 만났으니 그 기대감이 오죽할까. 두 사람은 이미 영화 <반도>에서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지난달 29일 6회 전편을 모두 공개한 <괴이>는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고고학자 정기훈 ( 구교환 ) 이야기다. 어느 마을에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나고, 그 불상의 눈을 본 이들은 자신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에 사로잡힌다.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는 작품은 많지만 <괴이>는 엄마와 아들, 남편과 아내, 친구 등 감성을 담아 한국적인 장르로 녹여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와 남지은·김효실 엔터팀 기자가 <괴이>를 냉철하게 들여다봤다.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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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은 기자 = 한 편의 드라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든 관계자를 존경한다는 말부터 드립니다. 재미가 있든 없든, 만듦새가 좋든 나쁘든 노력만은 최고라는 것. 흘린 땀은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은 말씀드리고 싶네요. <괴이> 관계자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 전하면서 엔터팀에서 시작하는 첫 ‘드라마톡’ 출발해보겠습니다.

김효실 기자 = 안타깝게도 <괴이>는 제 기대만큼은 아니었어요. 애매하다고 할까요. 배우들도 좋고 ‘귀불’같은 소재도 좋았는데 뭔가 아쉬운 느낌. 구성부터 애매했어요. 왜 30분 6회로 나눴을까요. 40~45분으로 회차를 줄이거나, 6회를 유지하려면 내용을 좀 더 넣고 매끄럽게 다듬었으면 어땠을까. 끝났는데 “끝났어?” 되묻는 순간이 많았어요.

정덕현 평론가 = 귀불의 등장, 괴이한 일의 연속, 검은 비가 내리고 까마귀 떼가 공격하고 외부와 폐쇄된 공간에서 눈이 하얗게 돌아버린 사람들이 끔찍한 지옥을 연출하고. <지옥>이나 애니메이션 <서울역>, 영화 <부산행> 같은 작품에서 익숙해진 연상호표 디스토피아 세계죠. <괴이>는 그 세계들을 자기 복제한 작품 같아요. 귀불이 등장한다는 걸 빼면 그런 디스토피아 상황을 가져와 전형적인 인물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처럼 보여요. 귀불이 만들어내는 저주가 그 눈을 보면 각자의 지옥을 떠올린다는 설정도 오컬트 장르에서 자주 나왔던 이야기에요. 여기에 폭력적인 장면을 연출해 넣는 정도의 자극성으로만 소비되는 느낌입니다.

남지은 기자 = 조금 흥미로웠다고 하면 귀불의 눈을 쳐다본 뒤 마치 자신의 지옥에 갇힌 사람들의 모습이 좀비 같다는 것. 서로서로 죽이고 산 자들은 한 공간에 모여있는데 믿지 못하고, 그들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이라는 걸 강조하잖아요. 근데 그 전개가 너무 매끄럽지 못해요. 이전 연상호 감독 작품답지 않게 “저기서 왜 저래?” “이 사람은 갑자기 왜 이래” 싶은 것들도 많고. 너무 싱겁게 갈등이 풀리고 다 해결되고.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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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평론가 = 더 안 좋은 건 주인공인 정기훈과 그의 아내 이수진(신현빈)의 서사마저 신파로 흐를 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주인공이 매력적인 서사를 갖고 있어 그 힘으로 끝까지 가는 추진력이 생겨야 하는데, 그게 없기 때문에 파출소장 한석희(김지영)와 그 아들 한도경(남다름)이 오히려 더 주목되는 시점의 분산이 벌어지기도 하죠.

김효실 기자 = 기훈-수진 부부간 사랑보다는 부성애와 모성애가 훨씬 강조되면서 아이를 잃은 지옥을 극복하고 재결합에 이르는 개연성도 떨어진 것 같아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며 사는 것 같지 않게 살아온 두 사람을 굳이 재결합 시켜야 했나 싶기도 했어요. 용주-도경-도경모의 관계도 충분히 풀리지 않았고, 용주(곽동연)가 ‘빌런’이긴 하되, 입체적인 빌런이 될 수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일차원적으로 봉합한 느낌이에요.

남지은 기자 = 연상호 감독과 구교환 배우 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이 지금 너무 잘 되어서 그들의 오래전 작품을 2022년에 다시 보는 느낌이었어요. 구교환 배우는 라운드 인터뷰에서 “평소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들이 나와서 출연했다”라고 답하긴 했는데 출연 이유가 계속 의문이에요. 구교환의 매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구교환을 소비하는 느낌만 든다고 해야할까. <괴이>를 보고 난 이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어요.  

정덕현 평론가 = <디피>(D.P.)로 대세 배우로 자리한 구교환과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스타덤에 오른 신현빈의 배우로서 매력이 보이지 않죠. 구교환은 캐릭터가 보이지 않아 대사 전달마저 잘 안 되는 느낌을 주고, 신현빈은 너무 수동적인 캐릭터에 머물러 있어 과연 주인공이 맞나 싶어요. 고고학자, 문양 해독가인 두 사람의 직업적인 특성이 스토리와 유기적으로 엮여 있지도 않아요.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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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평론가 = 가장 큰 문제는 연상호 감독의 다작이 갖는 위험성이 잘 드러났다는 거예요. 최근 종영한 <돼지의 왕>은 리메이크가 훨씬 괜찮은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었지만, <괴이>는 왜 했을까 싶을 정도로 괴이한 작품이 됐어요. 이런 식의 작품 편차는 연상호 감독에 대한 신뢰감을 깨기도 해요. 연상호 감독은 이제 글로벌한 관심을 받는 인물인데, 그런 만큼 다작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또 너무 많이 나와서 이제 ‘연상호 월드’는 그 작품의 문법조차 대중에게 익숙해졌어요. 너무 소모되기 전에 휴식과 충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남지은 기자 = 까마귀 컴퓨터그래픽(시지)이나 거미의 등장이 뜬금없다고 할까. 이런 장르는 의문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까마귀가 나타났을 때 바로 뒤에 있는 차로 달려가 도망치면 될 것을 굳이 멀리있는 집까지 한참 뛰어가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그렇게 달려들어 얼굴을 할퀴던 까마귀가 차 위에 한참 올라타 부적(?)을 그리고 있는 구교환을 왜 공격하지 않는 건지.... 아, 이런 것부터 너무 허술했어요. 구교환은 “우리가 무슨 일이 생기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행동하게 되지 않느냐”는 멋진 말로 답을 하더라고요. 멋진 배우입니다.

김효실 기자 = 전 기대를 안하고 봐서인지 좋은 부분들도 꽤 있었어요. ‘내 안의 지옥이 폭력의 원천이 될 수 있구나’라는 메시지를 떠올리게 한 것은 좋았어요. 귀불의 눈을 본 사람은 자기만의 지옥에 갇히게 되는데, 그 지옥 속에서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잖아요. 타인이 내게 잘못해서 그 사람을 응징하는 게 아니라, 나의 문제 때문에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 그게 어떤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가 아닌, 오히려 같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동료 시민이나 집단을 희생양 삼아서 마녀 사냥하거나 폭력을 가하기 쉬운 요즘 세태를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분노가 치밀었을 때, 이게 정말 이 사람 때문일까? 이 일이 그렇게 화낼 일일까? 의문이 들 때가 있는데, 내 안에 화가 왜 이리 많지? 생각되는 그런 기억들을 떠올리게 했어요.

남지은 기자 = 기훈이 유튜브를 하면서 종이 잡지를 함께 만드는 게 뭔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뭔가 있었어요. 종이 잡지가 세상을 구하는 장면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너무 심한 해석이겠죠?

김효실 기자 = 책상 위에 반가사유상과 성모 마리아상을 모두 얹어놓고 일하는 사람으로서 ‘귀불’ 굿즈가 나온다면 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보통 불상은 온화한 모습인데 (귀불도 겉보기는 그렇고) 그 온화함에 지옥이 함께 있다니 반전 매력이 있어요. 굿즈가 나온다면 티베트어 적힌 눈가리개는 분리할 수 있게 나왔으면 좋겠어요.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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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볼까말까>

정덕현 평론가 = 연상호 감독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하고 싶다면 스킵하시라. 스킵

남지은 기자 = 연상호 감독과 구교환을 소비한 작품. 스킵

김효실 기자 = 내 문제가 타인 해친다, 뜻밖의 교훈과 귀불 굿즈 떠오를 수도. 플레이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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