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을 누비는 소년엿장수
서지원 글, 송진욱 그림/좋은책어린이·1만원
저고리 시스터즈
김미승 지음/다른·1만3000원
100년 전 경성(서울의 옛 이름)에 청소년이 있었을 터이다. 뺏긴 나라의 골목에서 울고 웃고 성내고 고민하던 오늘의 청소년과 똑같은 그들 말이다. 3·1 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 역사에 상상의 나래를 접목한 청소년 소설 두 권, <경성을 누비는 소년엿장수>와 <저고리 시스터즈>가 벽두에 찾아왔다.
소식이 끊긴 엄마를 찾겠다며 강원도 두메 산골에서 경성에 올라온 소년 삼식이는 노량진 나루터에 도착하자마자 소매치기에게 봇짐을 털리고 만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도시 복판에서 빈손 신세인 그를 구한 이는 또래 엿장수 길나물. 삼식이는 요령 좋은 나물이와 함께 엿을 팔며 어머니를 찾는 본격적인 모험을 시작한다. <…소년엿장수>의 이야기다.
엄마 찾아 고향을 나선 삼식이와 달리, <저고리 시스터즈>의 필순이는 아빠를 구하기 위해 고향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소녀다. 열네살에 키 크고 노래를 좋아하는 그는 왜경에 끌려간 아버지를 구하는 조건으로 조선총독부 경무국장의 하녀로 끌려가게 된다. ‘조센징’을 낮잡아 보는 대궐 같은 일본인 집에 고립된 그가 마음을 열 수 있었던 유일한 이는 먼저 와 있던 동갑내기 김섭섭뿐이다. 주정뱅이 아버지가 여덟살에 한성 권번(기생을 키우는 곳)에 판 섭섭이는 역시 노래를 좋아하는 소녀다. 하루하루 허덕이며 살아가던 둘은 마님이 나간 사이 유성기(축음기)에 손을 댔다 들통나고 만다. 홀로 책임을 자처한 섭섭이가 위안부에 끌려갈 위기에 처하면서 둘은 결정의 기로에 놓인다.
두 소설은 같은 나이의 소년·소녀가 거친 일제강점기를 헤쳐나간다는 설정 외에도 당시 생활상을 아이의 눈에서 그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화륜거(기차), 덕률풍(전화기)에 놀라는 삼식이의 모습과 뾰족구두에 커피를 마시는 신여성을 꿈꾸던 봉필순의 모습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거침없는 지금의 또래 아이들과 닮았다.
또 당시의 시대적 모순이 어떻게 어린이들에게 비극으로 다가오는지도 두 소설 모두 무리하지 않게 그리고 있다. 삼식이 엄마가 자식들을 두고 경성으로 가야 했던 이유는 일본군에 맞아 몸져 누운 남편을 대신해 가장 노릇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필순이 아버지도 시골 아이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겠다며 내려온 대학생들을 잡아 넣기 위해 꾸민 ‘야학당 사건’에 연루됐다. 필순과 섭섭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걸그룹, 저고리 시스터즈의 멤버인 ‘목포의 눈물’의 가수 이난영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서지원은 1989년 <문학과 비평>에 소설로 등단한 뒤 꾸준히 청소년 소설을 쓰고 있으며, <피부색이 달라도 우리는 친구>가 초등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시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세상에 없는 아이>로 역사 바탕 청소년 소설을 선보인 김미승은 이번에도 그 맥을 이었다. <…소년엿장수> 초등 4~6년. <저고리 시스터즈> 청소년.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