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산동의 작은 주택에 있는 샨티 사무실. 자신들이 직접 그린 벽화 앞에서 온달(별명·왼쪽부터), 평화, 반지, 곤스가 환하게 웃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작지만 강한 출판사 <18> 샨티
지난해 10월의 어느 날,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통밀 토스트와 궁중 떡볶이의 고소한 냄새가 카페 안을 가득 채웠다. 이날 모인 70여명의 사람들은 ‘책’이 엮어준 인연으로 만났다. <평화가 깃든 밥상> 출간 4년을 맞아 3편을 내놓은 ‘자연 요리 연구가’ 문성희씨가 독자들과 만나는 자리였다. 저자가 요리하고, 독자가 맛보고, 책을 낸 출판사 ‘샨티’의 대표와 직원들은 밴드를 꾸려 우쿨렐레, 기타, 젬베, 플루트 등을 연주했다.
이 자리에 온 독자 60여명은 대부분 샨티의 ‘독서 회원’들. 출판사와 그 출판사가 내는 책을 믿고 인연을 맺은 이들이다. 회원제는 운영된 지 10년이 됐다. 잎새회원은 회비 10만원으로 샨티 책 10권, 줄기회원은 회비 30만원으로 33권, 뿌리회원은 100만원(기업·단체는 200만원)으로 100권을 받을 수 있다. 이날은 샨티에서 오래 책을 내온 저자와, 오래 인연을 맺어온 독자들이 모인 가족 같은 자리였던 셈이다.
‘샨티’(shanti)는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뜻한다. 샨티의 책들도 ‘몸과 마음과 영혼의 평화’를 위하고자 한다. 2003년 도서출판 삼인에서 독립해 이홍용(51)·박정은(42) 공동대표 체제로 출판사 기틀을 세운 뒤 이들은 늘 이런 가치를 추구해왔다. “책을 만들고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맛난 밥이 되어 나눌 수 있을 만큼만 만들고, 나머지 시간과 남는 힘은 함께 성장하고 나누고 즐기는 일에 쓰고 싶다.” 샨티의 출발이자 지향점이다.
그동안 생태, 영성, 대안적인 삶에 관한 책부터 교육, 심리 서적까지 ‘전문 분야’가 넓어졌다. ‘대박’은 없어도 절판된 책도 없고, 적자를 내지도 않는 생명력 있는 출판사가 됐다. 법륜 스님의 <붓다, 나를 흔들다>, 65살 할머니의 국토종단 여행기 <내 나이가 어때서?>, 부부치료 전문가인 오제은 교수의 <자기사랑노트>, 현직 교사가 쓴 아이들 이야기 <흔들리며 피는 꽃> 등 지난 10년 동안 88종의 책을 냈다.
신뢰 바탕 독서 회원제 운영
필자와 인연도 꾸준히 지속
내면 성찰과 사회문제 가교 2007년 서울 성산동의 한 주택으로 이사했고 현재 두 대표와 마케터 한 명, 디자이너 한 명이 일하고 있다. 서로 직책 대신 별명을 부르는데 박 대표가 ‘평화’, 이 대표가 ‘온달’, 반지현 마케터는 ‘반지’, 이근호 디자이너는 ‘곤스’다. 다만 이 대표의 별명이 입에 잘 붙지 않아 바꿀까 고민 중이라고 한다. 출판사 초기부터 회원제 방식을 채택한 배짱에는 자신들이 만드는 책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서 일하다가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만들며 ‘실력 있는 편집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박 대표는 “언론사의 브랜드를 믿고 구독료를 미리 내는 개념으로 회원제를 운영해보니 무엇보다 출판사를 운영하며 뭘 해도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홍용 대표에겐 “샨티의 책을 만들며 즐거워하고 신나하는 자신의 모습”이 자신감의 근원이다. 도서출판 삼인의 공동 창업자였던 이 대표는 “사회과학 서적을 만들 때보다 샨티의 책들을 만들며 내 기질적인 특성이 이 일에 더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2주에 한번씩 회원들과 하는 독서 모임, 영성을 위한 공부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한 사람이 영적으로 성장하면 전세계가 성장한다”고 믿는다. 책 쓰는 이들과의 관계도 중시한다. 그래서 한번 샨티와 책을 내면 그 인연을 저버리기가 쉽지 않다. 이현주 목사는 샨티의 첫 책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을 시작으로 <예수의 죽음>, <이현주 목사의 꿈 일기>, <지금도 쓸쓸하냐>, <보는 것마다 당신>, <공>, <사랑 아닌 것이 없다> 등을 냈다. <평화가 깃든 밥상>으로 인기 작가가 된 문성희씨는 샨티 대표들이 산골에 찾아가 책 계약을 한 지 8년 만에 책을 낸 뒤 꾸준히 인연을 이어온 경우다.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는 책과 개인의 영성을 강조하는 책 사이에서 샨티는 어떤 꿈을 꿀까. 박 대표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만들 때부터 ‘세상을 바꾸기에는 너무 소박한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들으며 고민했다”며 “사회만 바뀌면 사람들은 그대로인데도 다 바뀔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자기 내면만을 향하며 사회와 동떨어진 존재로 남아 사회 문제에 냉소하는 것도 모두 자신을 온전하게 돌아보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내면의 성찰이 깊다면 내가 이웃과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 사회 문제와 만나게 될 것이고, 사회 운동도 깊이 하다 보면 자기 성찰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깊은 성찰로 이어진 세계, 둘러앉아 떡볶이를 나누는 세상을 향해 샨티가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필자와 인연도 꾸준히 지속
내면 성찰과 사회문제 가교 2007년 서울 성산동의 한 주택으로 이사했고 현재 두 대표와 마케터 한 명, 디자이너 한 명이 일하고 있다. 서로 직책 대신 별명을 부르는데 박 대표가 ‘평화’, 이 대표가 ‘온달’, 반지현 마케터는 ‘반지’, 이근호 디자이너는 ‘곤스’다. 다만 이 대표의 별명이 입에 잘 붙지 않아 바꿀까 고민 중이라고 한다. 출판사 초기부터 회원제 방식을 채택한 배짱에는 자신들이 만드는 책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서 일하다가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만들며 ‘실력 있는 편집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박 대표는 “언론사의 브랜드를 믿고 구독료를 미리 내는 개념으로 회원제를 운영해보니 무엇보다 출판사를 운영하며 뭘 해도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홍용 대표에겐 “샨티의 책을 만들며 즐거워하고 신나하는 자신의 모습”이 자신감의 근원이다. 도서출판 삼인의 공동 창업자였던 이 대표는 “사회과학 서적을 만들 때보다 샨티의 책들을 만들며 내 기질적인 특성이 이 일에 더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2주에 한번씩 회원들과 하는 독서 모임, 영성을 위한 공부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한 사람이 영적으로 성장하면 전세계가 성장한다”고 믿는다. 책 쓰는 이들과의 관계도 중시한다. 그래서 한번 샨티와 책을 내면 그 인연을 저버리기가 쉽지 않다. 이현주 목사는 샨티의 첫 책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을 시작으로 <예수의 죽음>, <이현주 목사의 꿈 일기>, <지금도 쓸쓸하냐>, <보는 것마다 당신>, <공>, <사랑 아닌 것이 없다> 등을 냈다. <평화가 깃든 밥상>으로 인기 작가가 된 문성희씨는 샨티 대표들이 산골에 찾아가 책 계약을 한 지 8년 만에 책을 낸 뒤 꾸준히 인연을 이어온 경우다.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는 책과 개인의 영성을 강조하는 책 사이에서 샨티는 어떤 꿈을 꿀까. 박 대표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를 만들 때부터 ‘세상을 바꾸기에는 너무 소박한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들으며 고민했다”며 “사회만 바뀌면 사람들은 그대로인데도 다 바뀔 것처럼 생각하는 것도, 자기 내면만을 향하며 사회와 동떨어진 존재로 남아 사회 문제에 냉소하는 것도 모두 자신을 온전하게 돌아보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내면의 성찰이 깊다면 내가 이웃과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 사회 문제와 만나게 될 것이고, 사회 운동도 깊이 하다 보면 자기 성찰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깊은 성찰로 이어진 세계, 둘러앉아 떡볶이를 나누는 세상을 향해 샨티가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