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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세상을 비추는, 세상을 찌르는 창

등록 2013-12-22 19:47

출판사 시대의창 사람들이 18일 서울 동교동 사무실에 함께했다. 앞줄 가운데 김성실 대표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소영 편집부장, 곽흥규 영업부장, 김하현 편집자, 김남숙 관리과장, 김선미 디자이너, 박성훈 편집팀장, 김성은 기획실장.  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출판사 시대의창 사람들이 18일 서울 동교동 사무실에 함께했다. 앞줄 가운데 김성실 대표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소영 편집부장, 곽흥규 영업부장, 김하현 편집자, 김남숙 관리과장, 김선미 디자이너, 박성훈 편집팀장, 김성은 기획실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작지만 강한 출판사 <17> 시대의창

경제경영 실용서적 내던 출판사
촘스키 책 ‘대박’ 계기로 변신
사회비판 인문서 주력해 와
“이름값 하는 책 만들고 싶어”
‘책 한 권이 인생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책 한 권이 한 출판사를 바꿨다.

시대의창은 애초 경제·경영, 재테크, 자기계발 관련 책을 내던 ‘평범한’ 출판사였다. 잘나가던 컴퓨터 분야 출판 기획회사를 하던 김성실(48) 대표는 1999년 그 일을 접고 직원 4명의 조그마한 출판사, 시대의창을 만들었다. 첫 책은 <사이버 증권거래 초보 벗어나기>였다. <최고 세일즈맨의 성공 영업전략> <벤처설립에서 상장까지> <종횡무진 재테크> <관리자가 변해야 회사가 산다> 같은 책들을 줄줄이 냈고, 당시 벤처 붐, 주식투자 붐을 타고 쏠쏠한 재미를 봤다.

2002년 어느 날 한 직원이 에이전시 회사의 제안서들을 살피다 책 하나를 김 대표에게 들고 왔다. “이 책 한번 내보면 어떨까요?”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미국의 언어학자이자 비판적 지식인인 노엄 촘스키를 프랑스 언론인 두 명이 인터뷰한 책이었다. “그러지 뭐.” 별생각 없이 출판한 이 책은 소위 ‘대박’이 났다. 당시 미군 장갑차에 두 여중생이 치여 숨진 ‘미선이 효순이 사건’으로 인한 반미 분위기, 대선 등이 일조를 했을 것이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부수가 30만부에 이른다. 한국에서 촘스키의 이름을 대중적으로 알린 첫 책이라고 출판사 쪽은 자부한다. 이후 2004년에는 <촘스키, 세상의 권력을 말하다> 1~2권, 2005년에는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1~3권을 냈다. 이 3종 6권의 책은 60만부 넘게 팔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지금까지 시대의창이 낸 촘스키의 책은 모두 14종이다.

촘스키 책은 시대의창에 단순히 ‘효자상품’ 정도의 의미가 아니다. 촘스키 책을 펴내면서 시대의창의 ‘정체성’도 바뀌어갔다. 김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은 “주변과 사회를 살펴보게” 됐다.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시작하고 ‘안티조선운동’에도 참여했다. 지금도 매달 이익의 10% 정도는 시민사회단체의 기부금으로 나간다. 18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시대의창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그 변화를 이렇게 표현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존하는 법을 담은 책들을 내다가, 그 체제를 비판하고 극복하는 책들을 내는 것으로 바뀐 거죠.”

한동안 시대의창은 경제·경영서와 인문사회서를 섞어 내다, 2007년부터는 인문사회서만 내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366종의 책을 냈는데 이 중 200여종이 인문사회 분야다. “이 가운데 100여종이 각종 기관·단체에서 선정하는 추천·우수도서 목록에 올랐답니다.” 김 대표의 자랑이다. 하지만 인문사회 분야 책을 내기 시작한 초기에는 저자 발굴이 쉽지 않았다. “유명한 저자들은 이미 같이 작업을 하는 출판사들이 있었으니까요. 우리 같은 ‘신생’ 출판사는 섭외가 쉽지 않았죠. 그래서 택한 전략이 ‘신인 저자 발굴’이었습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임승수씨, <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의 조성주씨, <인간의 조건>의 한승태씨 등이 시대의창이 발굴한 저자들이다.

<백범 김구 평전> <안중근 평전> <단재 신채호 평전> 등 근현대인물평전 시리즈 10종, <만화 전두환> <만화 박정희> 등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기획한 만화인물 시리즈, 그리고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장하준, 한국경제 길을 말하다>,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등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씨의 인터뷰 시리즈가 모두 좋은 반응을 얻은 시대의창의 대표 주자들이다.

최근에는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촘스키, 세상의 권력을…> 3종 6권을 개정·증보해 7권으로 새로 냈다. “지난해 출판사 매출이 줄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초창기 책을 다시 한 권 한 권 읽어보았어요. 그러다 보니 군데군데 오류도 눈에 띄고, 변화된 시대 상황도 반영해야 할 것 같았죠. 지금도 꾸준히 나가는 책들인데 독자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개정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표지 디자인도 다시 하고, 상세한 촘스키 연보를 공들여 만들어 각 권에 수록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이전 매출을 회복한 것은 아니다. “옛날 수준을 회복하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 1년에 20종 정도 꾸준히, 차분히 책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려고 합니다. 출판 불황이라지만, 출판인들이 시대를 잘 읽고, 반 발 앞서 나가는 좋은 기획을 하려고 노력하면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

다시 옛날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왜 경제·경영 출판사가 시대의창이라는 이름을 지었을까? “솔직히 큰 뜻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이름을 지어보다, 뭔가 폼도 나고, 익숙하기도 해서 지은 이름이었어요. 그 뒤에 의미를 부여해 나간 거죠. 세상을 올바로 비추는 창, 세상이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찌르는 창, 올바른 세상의 노래(창), 이 모든 의미에 걸맞은, 이름값을 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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