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같기도 한 50여개의 가정사
기쁘지 아니한 가(家)
이정애 편저
개마고원·1만4000원 “주변에 쇼윈도 부부 없나요?” 이정애 <한겨레> 기자는 토요판 가족면을 맡게 된 이후 매주 ‘사례 찾기’에 몰두했다. 페이스북에는 ‘단란한 가족 사진’이 넘쳐나지만 현실에서 ‘비둘기 가족’은 먼 구호처럼 느껴지는 세상, 작정하고 가족에 대해 쓰자니 쉽지 않았다. 그중 단연 어려운 일은 그 내밀한 속사정을 취재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모인 50여개의 사연을 담았다. “나만 행복하면 되지 싶다가도 오죽하면 세번이나 결혼을 하겠냐는 수군거림이 신경쓰였다”는 세번 결혼한 여자, “나 하나 양보하고 희생하면 다른 가족들이 언젠가는 내 맘도 알아줄 것”이라 생각하며 살다 뒤늦게 배신감에 분노하는 ‘착한 딸’, 시어머니에게 아파트 열쇠를 드린 뒤 너무 잦은 급습에 후회막심인 며느리, 이혼 뒤 8년째 양육비 지급도 안 하고 잠수탄 남편에 치를 떠는 애엄마, 아내가 바람피우는 듯하다는 기러기 아빠, ‘처월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남자, “집에 오면 섬이 된 기분”이라는 아빠와 “무서워서 말 못했다”는 딸 등 가족 때문에 울고 웃는 이야기는 모두 실화다. 연재를 하는 동안 “막장 드라마만 모아놨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는 지은이는 “우리네 사는 얘기가 때론 막장이고 통속하기 그지없는 걸 어쩌겠냐”며 “나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싶은 묘한 안도감”만으로도 족한 것 아니겠냐며 손을 내민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데카르트 두개골 실종 통해 근대를 보다
데카르트의 사라진 유골
러셀 쇼토 지음, 강경이 옮김
옥당·2만2000원 1650년 혹독한 추위의 북유럽 도시에서 당대를 뒤흔들었던 철학자가 외롭게 숨을 거뒀다. 16년 뒤 그의 무덤은 은밀히 파헤쳐졌고 이후 170년간 세번의 이장을 거치며 마지막 이송 과정에서 머리뼈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악한 사람들은 그 행방을 찾아 나섰다. 이 사건에 개입하게 된 스웨덴 화학자 베르셀리우스는 우연히 철학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한다. 그 머리뼈는 낙서투성이의 괴기스러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누가 왜 이런 짓을 한 걸까. <다빈치 코드>를 떠올리게 하는 추리소설의 도입부 같지만 이건 실화다. 성물이 된 유골의 주인공은 이성의 발견으로 근대를 연 철학자 데카르트다. 지은이는 철학책을 보다가 이 흥미로운 사실을 접한 뒤 유골의 궤적을 따라나섰다. 3년 가까이 많은 철학자와 역사가를 인터뷰하고 데카르트 생전의 흔적까지 되짚었다. 그렇게 완성된 지도는 한 개인의 삶을 뛰어넘어 근대의 풍경을 완성한다. 유골을 옮기고 숨기고 찾아내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프랑스 혁명과 계몽주의자들의 비밀회합, 최초의 인류학 학회 등 서양근대사의 중요한 장면들을 관통한다. 진위를 놓고 당대의 과학자들이 머리를 싸매야 했던 데카르트의 유골은 1차 대전 직전에야 진짜로 판정된다. 그리고 1937년 파리 인류박물관이 세워지면서 현생 인류 크로마뇽인의 머리뼈 옆에 ‘최초의 근대인’으로 전시되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유시민의 ‘NLL 대화록’에 대한 해설서
노무현 김정일의 246분
유시민 지음
돌베개·1만3000원 국가 기밀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공개돼 함부로 떠돌아다니고 있다. 정치권과 보수언론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며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지은이는 “심리적·정서적 장애가 있는 정치인, 언론인 등이 격한 감정에 휩쓸려 대화록에 대한 심각한 난독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이 같은 상황을 진단한다. 그는 “공개된 대화록을 제대로 독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화록’의 해설서를 자처하는 이 책에서 지은이는 ‘정보 격차’와 ‘메시지의 압축’ 때문에 노무현과 김정일의 246분 대화를 담은 A4 64쪽 분량의 이 대화록 읽기가 녹록하지 않다고 말한다. 최고수준의 정보를 보유한 남북 정상의 대화이므로 일반인들과는 정보 격차가 매우 클 수밖에 없고, 한정된 시간에 남북관계와 관련한 수많은 주제를 다뤄야 했기에 메시지가 빽빽이 압축돼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런 난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엔엘엘 개념, 남북관계, 지난 남북한 정상들의 합의문 등의 ‘맥락’을 배경에 깔면서 대화록을 해설해 나간다. 지은이는 “북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두려움을 내포한 ‘난민촌 정서’가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한국 사회가 이러한 ‘레드 콤플렉스’에서 빠져나올 때에야 비로소 “남북관계의 근본적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해설을 마무리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전태일이 묻힌 마석, 그곳 이주노동자들의 삶
우린 잘 있어요, 마석
고영란·이영 글, 성유숙 사진샬롬의집 기획
클·1만8000원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은 줄곧 ‘추방된 자’들의 공간이었다. 1960년대에는 차별과 경계에 시달리던 음성 한센인들이 이곳에 정착해 맨손으로 삶의 터전을 꾸렸다. 1970년 전태일의 주검이 이곳 모란공원에 안치된 뒤로는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인권운동에 삶을 바친 이들이 줄줄이 이곳에 잠들었다. 영세 가구공장들이 들어서 ‘마석가구공단’이 생긴 뒤인 90년대, 이곳은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고된 노동을 전담하게 된 이주노동자들의 삶터가 됐다. 현재 이곳엔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 800여명이 모여 살아가는 마을이 있다. 논픽션 작가인 고영란씨는 2012년부터 1년 동안 김현미 연세대 교수(문화인류학) 연구팀과 함께 이곳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 주민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린 잘 있어요, 마석>에는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인 ‘샬롬의집’의 폭넓은 지원 속에 꼼꼼하게 담은 이곳 사람들의 삶의 풍경이 녹아들어 있다. 때가 되면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에게 선물 상자를 보내는 에드워드, 마석에서의 삶의 모습을 찍어 단편영화 감독이 된 하니프, 방글라데시로 돌아간 뒤 “꿈을 꿔도 아직은 한국 꿈을 꾼다”는 편지를 보내온 이끄발 등 국가가 규정한 테두리를 뛰어넘어 삶을 일구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직접 본 듯 눈과 마음에 와닿아 공감을 자아낸다. 사진작가 성유숙씨의 생동감 넘치는 사진이 함께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이정애 편저
개마고원·1만4000원 “주변에 쇼윈도 부부 없나요?” 이정애 <한겨레> 기자는 토요판 가족면을 맡게 된 이후 매주 ‘사례 찾기’에 몰두했다. 페이스북에는 ‘단란한 가족 사진’이 넘쳐나지만 현실에서 ‘비둘기 가족’은 먼 구호처럼 느껴지는 세상, 작정하고 가족에 대해 쓰자니 쉽지 않았다. 그중 단연 어려운 일은 그 내밀한 속사정을 취재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모인 50여개의 사연을 담았다. “나만 행복하면 되지 싶다가도 오죽하면 세번이나 결혼을 하겠냐는 수군거림이 신경쓰였다”는 세번 결혼한 여자, “나 하나 양보하고 희생하면 다른 가족들이 언젠가는 내 맘도 알아줄 것”이라 생각하며 살다 뒤늦게 배신감에 분노하는 ‘착한 딸’, 시어머니에게 아파트 열쇠를 드린 뒤 너무 잦은 급습에 후회막심인 며느리, 이혼 뒤 8년째 양육비 지급도 안 하고 잠수탄 남편에 치를 떠는 애엄마, 아내가 바람피우는 듯하다는 기러기 아빠, ‘처월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남자, “집에 오면 섬이 된 기분”이라는 아빠와 “무서워서 말 못했다”는 딸 등 가족 때문에 울고 웃는 이야기는 모두 실화다. 연재를 하는 동안 “막장 드라마만 모아놨냐”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는 지은이는 “우리네 사는 얘기가 때론 막장이고 통속하기 그지없는 걸 어쩌겠냐”며 “나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싶은 묘한 안도감”만으로도 족한 것 아니겠냐며 손을 내민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러셀 쇼토 지음, 강경이 옮김
옥당·2만2000원 1650년 혹독한 추위의 북유럽 도시에서 당대를 뒤흔들었던 철학자가 외롭게 숨을 거뒀다. 16년 뒤 그의 무덤은 은밀히 파헤쳐졌고 이후 170년간 세번의 이장을 거치며 마지막 이송 과정에서 머리뼈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악한 사람들은 그 행방을 찾아 나섰다. 이 사건에 개입하게 된 스웨덴 화학자 베르셀리우스는 우연히 철학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한다. 그 머리뼈는 낙서투성이의 괴기스러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누가 왜 이런 짓을 한 걸까. <다빈치 코드>를 떠올리게 하는 추리소설의 도입부 같지만 이건 실화다. 성물이 된 유골의 주인공은 이성의 발견으로 근대를 연 철학자 데카르트다. 지은이는 철학책을 보다가 이 흥미로운 사실을 접한 뒤 유골의 궤적을 따라나섰다. 3년 가까이 많은 철학자와 역사가를 인터뷰하고 데카르트 생전의 흔적까지 되짚었다. 그렇게 완성된 지도는 한 개인의 삶을 뛰어넘어 근대의 풍경을 완성한다. 유골을 옮기고 숨기고 찾아내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프랑스 혁명과 계몽주의자들의 비밀회합, 최초의 인류학 학회 등 서양근대사의 중요한 장면들을 관통한다. 진위를 놓고 당대의 과학자들이 머리를 싸매야 했던 데카르트의 유골은 1차 대전 직전에야 진짜로 판정된다. 그리고 1937년 파리 인류박물관이 세워지면서 현생 인류 크로마뇽인의 머리뼈 옆에 ‘최초의 근대인’으로 전시되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유시민 지음
돌베개·1만3000원 국가 기밀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공개돼 함부로 떠돌아다니고 있다. 정치권과 보수언론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했다’며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지은이는 “심리적·정서적 장애가 있는 정치인, 언론인 등이 격한 감정에 휩쓸려 대화록에 대한 심각한 난독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이 같은 상황을 진단한다. 그는 “공개된 대화록을 제대로 독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화록’의 해설서를 자처하는 이 책에서 지은이는 ‘정보 격차’와 ‘메시지의 압축’ 때문에 노무현과 김정일의 246분 대화를 담은 A4 64쪽 분량의 이 대화록 읽기가 녹록하지 않다고 말한다. 최고수준의 정보를 보유한 남북 정상의 대화이므로 일반인들과는 정보 격차가 매우 클 수밖에 없고, 한정된 시간에 남북관계와 관련한 수많은 주제를 다뤄야 했기에 메시지가 빽빽이 압축돼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런 난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엔엘엘 개념, 남북관계, 지난 남북한 정상들의 합의문 등의 ‘맥락’을 배경에 깔면서 대화록을 해설해 나간다. 지은이는 “북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두려움을 내포한 ‘난민촌 정서’가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한국 사회가 이러한 ‘레드 콤플렉스’에서 빠져나올 때에야 비로소 “남북관계의 근본적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해설을 마무리한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고영란·이영 글, 성유숙 사진샬롬의집 기획
클·1만8000원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은 줄곧 ‘추방된 자’들의 공간이었다. 1960년대에는 차별과 경계에 시달리던 음성 한센인들이 이곳에 정착해 맨손으로 삶의 터전을 꾸렸다. 1970년 전태일의 주검이 이곳 모란공원에 안치된 뒤로는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인권운동에 삶을 바친 이들이 줄줄이 이곳에 잠들었다. 영세 가구공장들이 들어서 ‘마석가구공단’이 생긴 뒤인 90년대, 이곳은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고된 노동을 전담하게 된 이주노동자들의 삶터가 됐다. 현재 이곳엔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 800여명이 모여 살아가는 마을이 있다. 논픽션 작가인 고영란씨는 2012년부터 1년 동안 김현미 연세대 교수(문화인류학) 연구팀과 함께 이곳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인 주민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린 잘 있어요, 마석>에는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인 ‘샬롬의집’의 폭넓은 지원 속에 꼼꼼하게 담은 이곳 사람들의 삶의 풍경이 녹아들어 있다. 때가 되면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에게 선물 상자를 보내는 에드워드, 마석에서의 삶의 모습을 찍어 단편영화 감독이 된 하니프, 방글라데시로 돌아간 뒤 “꿈을 꿔도 아직은 한국 꿈을 꾼다”는 편지를 보내온 이끄발 등 국가가 규정한 테두리를 뛰어넘어 삶을 일구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직접 본 듯 눈과 마음에 와닿아 공감을 자아낸다. 사진작가 성유숙씨의 생동감 넘치는 사진이 함께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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