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출판사의 김지환 편집부장(왼쪽부터), 임병삼 대표, 백진희 편집자.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작지만 강한 출판사 ⑤갈라파고스
2003년 8월 찰스 다윈 자서전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를 내면서 도서출판 갈라파고스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래선지 다윈 진화론 발전과 뗄 수 없는 섬 갈라파고스를 출판사 이름으로 삼은 게 당연해 보인다. 이후 지난달 나온 <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데의 현대 통화체제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담은 <엔데의 유언>까지 10년간 갈라파고스는 “생태·환경과 인문사회 서적을 두 축으로” 총 51종의 책을 냈다.
생태 환경·인문서 중심 51종 발간
‘왜 세계의 절반은…’ 25만부 팔려
“진지한 책이 좋은 평가 받았으면” 연평균 5권. 많진 않지만 “이제까지 출간한 책의 80% 이상이 2쇄를 넘겼다. 책들이 제 몫들을 해준 덕에 출발할 때 세운 목표랄까,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임병삼(50) 대표는 말했다. ‘선택과 집중’ 효과라고 할까. 어쨌든 대단한 선구안이다. 주인공인 원주민 사냥꾼 이름을 딴 시베리아 탐사기 <데르수 우잘라>, 일상적 미시 세계에 주목한 프랑스 아날 학파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 입문서라 할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 30년 만의 로마클럽 보고서 개정판 <성장의 한계>, 구조주의 입문서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등. 하지만 갈라파고스의 오늘을 있게 해 준 최대 ‘효자’는 스테디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다. 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 장 지글러가 쓴 이 책은 2007년에 번역 출간된 뒤 지금까지 25만부나 팔렸다. 이 분야의 책으로서는 드문 사례다. 임 대표는 이를 “살림 밑천”이라 했다. 갈라파고스는 <탐욕의 시대> <빼앗긴 대지의 꿈>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 등 지글러의 다른 책들도 잇따라 출간했다. 마지막 책을 빼곤 몇 만부씩 나갔으니 다 효자들이다. “지글러의 첫 책 출간 전에 한비야·김혜자씨의 책들이 세계의 빈곤과 구호 문제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덕도 봤다. 학교 선생님들이 주목하고 청소년들에게 권장한 게 특히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읽기 쉬운 대화체에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으로 세계의 모순구조를 압축적으로 드러낸 점이 호감을 사지 않았을까.” 현대문명 대안 찾기에 관심이 있는 임 대표는 인터넷 아마존 사이트를 뒤지다가 <왜 세계의 절반…>을 찾아냈다.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두레 출판사에서 10년 남짓 일한 뒤 2003년 독립해 ‘1인 출판’을 시작했다. 2007년 <왜 세계의 절반…> 이후 경영이 안정되고서야 편집자를 뽑았고, 자신까지 합친 지금의 3인 체제를 갖춘 건 불과 몇년 전이다. 지금도 영업사원 따로 두지 않고 편집을 뺀 대부분의 작업을 그가 떠맡고 있다. 3년 반쯤 전부터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적한 동네 연립주택 5층 30평 남짓한 공간에 세들어 있는 갈라파고스의 연간 매출 규모는 6억~9억원 정도. 아침 9시쯤 일을 시작하고 오후 6시쯤 작파한다. 주말근무는 없다. 출판계 전체가 그렇지만, 최근 신간 매출이 떨어져 고민 중이나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인간과 인간의 공존’을 희망해 온 임 대표는 “실패할 것이라 생각한 적 없지만 크게 되겠다는 생각도 없다. 적당한 수준을 평생 유지해가는 게 목표다. 그런대로 잘 해왔다”고 자평했다. “1980~90년대 분위기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그땐 출판쟁이, 책쟁이 의식이 강했다. 지금은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베스트셀러에 집착하지만, 베스트셀러들 내용이 너무 가볍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정이 어려워진 건 스마트폰의 확산 등 외부환경 변화도 큰 원인이지만 출판계 내부 탓도 있다. 좀 더 진지한 책들이 평가받고 팔리는 쪽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갈라파고스는 지금까지 강수돌의 <팔꿈치 사회> 단 한 종을 빼고는 국내 저자의 작품을 내지 못했다. 어느덧 출판 20년을 훌쩍 넘긴 임 대표는 이를 큰 약점으로 여긴다. “앞으로 이 점을 보완하고, 책을 연간 10종 정도는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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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25만부 팔려
“진지한 책이 좋은 평가 받았으면” 연평균 5권. 많진 않지만 “이제까지 출간한 책의 80% 이상이 2쇄를 넘겼다. 책들이 제 몫들을 해준 덕에 출발할 때 세운 목표랄까,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임병삼(50) 대표는 말했다. ‘선택과 집중’ 효과라고 할까. 어쨌든 대단한 선구안이다. 주인공인 원주민 사냥꾼 이름을 딴 시베리아 탐사기 <데르수 우잘라>, 일상적 미시 세계에 주목한 프랑스 아날 학파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 입문서라 할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읽기>, 30년 만의 로마클럽 보고서 개정판 <성장의 한계>, 구조주의 입문서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등. 하지만 갈라파고스의 오늘을 있게 해 준 최대 ‘효자’는 스테디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다. 유엔 인권위원회의 식량특별조사관 장 지글러가 쓴 이 책은 2007년에 번역 출간된 뒤 지금까지 25만부나 팔렸다. 이 분야의 책으로서는 드문 사례다. 임 대표는 이를 “살림 밑천”이라 했다. 갈라파고스는 <탐욕의 시대> <빼앗긴 대지의 꿈>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 등 지글러의 다른 책들도 잇따라 출간했다. 마지막 책을 빼곤 몇 만부씩 나갔으니 다 효자들이다. “지글러의 첫 책 출간 전에 한비야·김혜자씨의 책들이 세계의 빈곤과 구호 문제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덕도 봤다. 학교 선생님들이 주목하고 청소년들에게 권장한 게 특히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읽기 쉬운 대화체에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으로 세계의 모순구조를 압축적으로 드러낸 점이 호감을 사지 않았을까.” 현대문명 대안 찾기에 관심이 있는 임 대표는 인터넷 아마존 사이트를 뒤지다가 <왜 세계의 절반…>을 찾아냈다. 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두레 출판사에서 10년 남짓 일한 뒤 2003년 독립해 ‘1인 출판’을 시작했다. 2007년 <왜 세계의 절반…> 이후 경영이 안정되고서야 편집자를 뽑았고, 자신까지 합친 지금의 3인 체제를 갖춘 건 불과 몇년 전이다. 지금도 영업사원 따로 두지 않고 편집을 뺀 대부분의 작업을 그가 떠맡고 있다. 3년 반쯤 전부터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적한 동네 연립주택 5층 30평 남짓한 공간에 세들어 있는 갈라파고스의 연간 매출 규모는 6억~9억원 정도. 아침 9시쯤 일을 시작하고 오후 6시쯤 작파한다. 주말근무는 없다. 출판계 전체가 그렇지만, 최근 신간 매출이 떨어져 고민 중이나 아직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인간과 인간의 공존’을 희망해 온 임 대표는 “실패할 것이라 생각한 적 없지만 크게 되겠다는 생각도 없다. 적당한 수준을 평생 유지해가는 게 목표다. 그런대로 잘 해왔다”고 자평했다. “1980~90년대 분위기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그땐 출판쟁이, 책쟁이 의식이 강했다. 지금은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베스트셀러에 집착하지만, 베스트셀러들 내용이 너무 가볍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정이 어려워진 건 스마트폰의 확산 등 외부환경 변화도 큰 원인이지만 출판계 내부 탓도 있다. 좀 더 진지한 책들이 평가받고 팔리는 쪽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갈라파고스는 지금까지 강수돌의 <팔꿈치 사회> 단 한 종을 빼고는 국내 저자의 작품을 내지 못했다. 어느덧 출판 20년을 훌쩍 넘긴 임 대표는 이를 큰 약점으로 여긴다. “앞으로 이 점을 보완하고, 책을 연간 10종 정도는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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