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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2월 5일 잠깐독서

등록 2009-12-04 19:45수정 2009-12-04 19:45

〈교양의 탄생〉
〈교양의 탄생〉




‘물질 시대’ 교양에게 길을 묻다

〈교양의 탄생〉

아파트 시세와 펀드 수익률이 행복의 척도가 된 시대에, 갑자기 ‘교양’이라니…. 유한계급의 화려한 ‘포장술’은 아닐까?

잠시,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지(知)를 사랑하는 자(philosophus), 소크라테스는 신화의 시대를 마감하고 인간의 시대를 얼었다. 이어 플라톤과 이소크라테스 의 등장과 함께 철학과 수사학(문학)은 교양 교육의 두 기둥이 됐다. 그리스인들은 자유로운 시민공동체인 폴리스에서 사색과 담론의 놀이를 즐겼다.

평생토록 서구의 지성사와 대학사를 연구해온 원로 서양사학자 이광주 인제대 명예교수한테 교양은 결국 ‘인문정신’의 구현이다. 인간 문제에 대한 궁구, 그 속에서 찾아가는 ‘자유’라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필자는 유럽 교양의 역사를 추적했다. 중세 대학은 암흑시대 속에서 지적 등대가 됐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서재, 극장, 살롱, 백과전서 등을 거쳐 시민계급은 교양의 주인공으로 자리를 굳혀갔다. 하지만 프랑스혁명을 계기로 교양의 역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모반하는 교양인’이 집단적으로 탄생한 것이다. 20세기 스페인내전과 1968년 프랑스의 5월 혁명에 이르면, ‘교양 있는 좌파’가 등장했다.

로마의 교양인 키케로는 교양을 ‘정신의 육성’(cultura animi)이라 했다. 교양인은 농민이 밭을 갈듯 삶의 푸르름을 ‘경작’(cultura)하는 사람이란 것인데, 이 물질의 시대에도 정신의 밭을 갈려는 사람이 없진 않으리라. /한길사·2만7000원.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좋은 성격’ 절반은 유전자 덕분

〈성격의 탄생〉

〈성격의 탄생〉
〈성격의 탄생〉

성격은 외모와 함께 사람에 대한 인상과 판단의 결정적 요소다. 성격이 좋아 만나고, 성격 차이로 갈라선다. 어떤 성격은 호감을 주고, 어떤 성격은 불편하거나 불쾌하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른 건 왜일까? 좋은 성격과 나쁜 성격이 따로 있는 걸까? 성격을 바꿀 수 있을까? 무엇보다, 성격을 규정할 만한 과학적 기준은 있는 걸까? <성격의 탄생>(원제: Personality)은 바로 그런 궁금증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책이다. 영국의 신세대 인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지은이는 일란성 쌍둥이를 포함한 545명의 성격 관찰과 분석을 토대로, 인간 성격에 내재된 과학적 근거와 행동 심리를 풀어나간다. 뇌과학, 유전학, 진화심리학 등 연관분야의 최신 연구성과들도 동원됐다.

지은이의 결론부터 말하면, 성격은 타고난다. 단 절반 정도만. 성격의 약 50%는 유전자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진화론적 틀이 ‘방황선택’이다. 인간이 생존에 더 유리한 조건을 좇는 자연선택이 후대로 갈수록 환경변화로 변이를 되풀이하면서 다양한 유전적 차이를 낳았다는 얘기다. 그럼 나머지 절반은? 태어난 이후의 환경, 즉 양육, 가족, 신체적 특징, 성장 과정과 경험 등이다. 성격은 천성과 형성이 반반인 셈이다. 학계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분석틀로 인정되는 다섯 가지 성격 특징(외향성·신경성·성실성·친화성·개방성)의 조합만으로도 수백만 가지의 성격 유형이 나온다. 이 기준에 따른 성격진단표로 자신의 성격을 알아보는 것은 책을 읽는 재미의 덤이다. 대니얼 네틀 지음·김상우 옮김/와이즈북·1만3800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외경이 전하는 예수의 ‘진면목’

〈신화를 벗은 예수〉

〈신화를 벗은 예수〉
〈신화를 벗은 예수〉

예수는 누구인가. 예수 자신도 제자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믿음의 뿌리인 이 질문에 대해 교회가 인정한 공관복음인 마태오에서는 수제자 베드로가 “선생님은 그리스도(메시아)이십니다”라고 답한다. 외경으로 내쳐진 도마복음에서는 도마가 “선생님은 무엇과 닮았다고 절대 말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나의 경계를 정함이 없다’는 문답에 제자와 스승이 뜻을 통하는 광경은 기독교엔 오히려 얼마나 낯설고 불교의 선방엔 얼마나 익숙한가.

<메타노에오, 신화를 벗은 예수>는 1600년 동안 이집트 땅속에 묻혀 있던 도마복음을 통해 교회 교리에 가려진 예수의 참모습을 새롭게 비추는 책이다. 지금의 기독교 신앙은 원죄 있는 인간을 위해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혔다고 하는 대속 신앙이다. 그런데 114마디 도마복음의 구절들을 상세히 톺아보는 이 책은 초기 기독교의 전혀 다른 믿음을 드러낸다. 우리 낱낱의 인간개체들이 본디 자신이 나온 전체의 하느님 ‘참나’를 그리워하는 것이 신앙이라고 한다. ‘진면목’을 묻는 불교의 공안이나, 노자의 ‘영원추구’에 비길 만하다.

책을 통해 되풀이되는 가르침은 분명하다. ‘짐승인 제나(에고)는 죽고 얼나(참된 나)로 솟나야(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도마복음뿐 아니라 저자의 스승이자 새로운 깨달음 신앙을 열었던 다석 류영모의 믿음도 상세히 전한다. 깨달은 희열을 설파하는 것은 다석의 몫이고 참빛을 가린 교회를 준열하게 비판하는 일에는 제자가 좀더 힘쓴다. 박영호 지음/인물과사상사·2만원.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잘사는 일본의 빈곤한 일본인

〈빈곤에 맞서다〉

〈빈곤에 맞서다〉
〈빈곤에 맞서다〉

2년 전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숨진 지 한 달이 지난 52살의 남성 사체가 발견됐다. “주먹밥을 먹고 싶다.” 이 한 문장을 남긴 이 남성의 사건은, ‘잘사는 나라’로 알려진 일본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다. 신자유주의를 추구해온 일본 역시 한국처럼 비정규직과 실업자가 양산되고, 일해도 살기 힘든 워킹푸어, 넷카페 난민 역시 증가 추세다. 일본에서는 ‘돈이 없으면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없어’ 가난이 대물림된다. 또한 ‘사랑하는 어머니를 죽이는’ 살인승낙죄와 아동학대가 늘어나고, 매년 1만명가량이 생활고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빈곤에 맞서다>는 도쿄대 대학원 박사과정을 다니다 반빈곤 운동에 뛰어든 유아사 마코토가 쓴 일본 빈곤실태 보고서다. 지은이는 일본 사회를 고용·사회보험·공적부조 등 사회 안전망이 허술해 자칫 발을 헛디디면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미끄럼틀 사회’로 규정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 사이의 격차는 당연하다”는 게 일본 정부 입장. 따라서 지은이는 빈곤 문제가 일본 정부의 정책 안에서 해결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시민사회가 대안으로 일관되게 ‘반빈곤 네트워크’ 구축을 제안하는 까닭이다. 해제를 쓴 우석훈 박사는 “반빈곤 이슈를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자민당 체제를 무너뜨린 일등공신 중의 하나가 이 책”이라고 평했다. 덕분에 지은이는 집권에 성공한 민주당 내각부 정책 참모로 기용됐다. 빈곤은 일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깊은 고민이 남는다. 이성재 옮김/검둥소·1만2000원.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상식’의 눈으로 읽은 ‘북한영화’

〈북한영화, 그리고 거짓말〉

〈북한영화, 그리고 거짓말〉
〈북한영화, 그리고 거짓말〉

한 탈북자가 “북한에서는 기독교도에게 끓는 쇳물을 뒤집어씌워 죽인다”는 증언을 해 교회를 뜨겁게 달군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간증은 “에너지난이 심각한 북한에서, 한 사람 처형에 쇳물을 끓일 만큼의 에너지를 쓸 수 있나”라는 평범한 ‘상식’ 앞에 사그라들었다. 그런데 북한에 대한 증언이 상식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을 대상으로 한다면? 그 어려운 영역 중 하나가 북한 영화다. 북한 영화는 대중성이 강한 매체지만, 무엇보다 실제 북한 영화를 본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영화, 그리고 거짓말>은 바로 이 어려운 영역에 도전한다. 연세대 통일학 박사과정에 있는 지은이가 수백편의 북한 영화를 직접 보고 탈북자와 남한 학자들 주장의 진위를 가렸다. 지은이는 북한에 가 영화를 만들다 다시 탈북한 신상옥 감독이 한 “자신이 북한에서 최초로 사랑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다”거나 “최초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말들이 모두 거짓임을 확인한다. 신 감독은 자신의 <돌아오지 않는 밀사>(1984)가 그해 카를로비바리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은 것이 북한 영화 최초의 국외영화제 수상 사례라고 했지만, 지은이는 이에 앞서 <꽃파는 처녀>가 1972년 같은 영화제에서 수상한 사실을 지적한다. 지은이는 신 감독의 말들을 ‘탈북을 정당화하기 위한 처세술’로 평가한다. 영화배우 출신 탈북자 김혜영 등 탈북자들의 증언과 그를 그대로 베껴 쓴 남한 학자들도 비판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한다. <북한영화…>는 ‘북한 영화를 상식으로 볼 수 있는 눈’ 하나를 우리에게 선물한 것 같다. 유영호 지음/학민사·1만원.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장제스의 일기 같은 전기

〈장제스 일기를 읽다〉

〈장제스 일기를 읽다〉
〈장제스 일기를 읽다〉

장제스, 마오쩌둥에게 패해 타이완 섬으로 겨간 비운의 인물인가. 장제스는 1926년 중국 국민혁명군의 총사령관이 돼 북방군벌 타도의 깃발을 치켜든다. 1927년 4월 청당을 건설하고, 다음해 2차 북벌을 감행해 전국을 통일한다. 1937년 일본과 전면전에 돌입하고, 일본이 항복한 뒤 공산당과 내전에 휩싸인다. 장제스는 20세기 초 무너져 내린 중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그는 군대에 대한 국가의 통일된 지휘체계, 법정 통화, 중앙집권적 재정, 새로운 행정기구, 통합된 교육 시스템 등 중국이 근대국가로 전환할 수 있는 상부구조를 건설했다.

<장제스 일기를 읽다>는 중국이 격렬한 혁명적 변화를 거쳐 근대 국민국가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장제스가 수행했던 역사적 역할을 거시적인 틀 속에서 조명한다. 장제스가 만든 상부구조와 마오쩌둥이 새로 짠 하부구조는 따로 만들어진 거대한 ‘반죽’이었다. 근대 중국의 격동기 때 이 둘은 서로 따로따로 움직여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전체 구조를 만들지 못했다. 이 두 구조의 결합은 마오쩌둥이 죽은 후 중국 최고 권력자가 된 덩샤오핑의 숙제가 됐다.

지은이가 말하는 ‘일기’는 일기 원본이 아니라 편집·출판된 몇몇 서적에서 뽑아낸 일기 자료다. 따라서 이 책은 ‘장제스의 일기’를 활용해 쓴 ‘장제스 전기’에 가깝다. 장제스를 ‘항일전쟁의 영웅’, ‘국공내전의 패배자’로 단순히 규정짓기는 어렵다. 레이 황은 “장제스는 때론 무책임하고 때론 우유부단했”지만 “왕조의 폐허 속에서 새로운 근대국가의 틀을 다진 인물”로 평가한다. 레이 황 지음·구범진 옮김/푸른역사·2만9500원.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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