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11월 28일 잠깐독서

등록 2009-11-27 20:15수정 2009-11-27 20:21

〈물리와 세상-사물 뒤에 숨겨진 모든 것〉
〈물리와 세상-사물 뒤에 숨겨진 모든 것〉




무한 에너지 ‘자가발전’ 해볼까

〈물리와 세상-사물 뒤에 숨겨진 모든 것〉

휴대전화 전지가 바닥나서 정작 중요한 전화를 못할 때가 있다. 주위 환경에서 에너지를 ‘수확’할 수 있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다. 소량의 전기에너지인 역학적 진동, 열, 화학에너지는 우리 주위에 널려 있다. 가장 가깝게는 인간의 체온에너지로 휴대전화를 작동시킬 수 있다. 수프를 끓이는 냄비 속에서 일어나는 원자들의 ‘춤’은 물리학과 화학의 복잡한 법칙들을 따른다.

책은 에너지, 파동, 시간, 힘, 원소, 지구와 우주, 생명에 대해 다룬다. 물리학을 중심으로 인간과 첨단기술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유한한 화석연료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지구 온도를 상승시켜 환경 재앙을 부른다. 물리학자들은 미래 에너지 대책으로 지구 궤도에 거대한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해 지구로 에너지를 보내는 꿈을 꾸고 있다. 햇빛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한 다음 집중된 마이크로파 형태로 지구에 보내는 것이다.

물리학은 생명 연구의 유용한 도구 수준을 넘어 고유한 시각으로 생물과 생물의 구조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실제로 생명이 따르는 법칙들은 원자, 돌, 기계가 따르는 법칙들과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원소는 우주 어디서든 일관된 방식으로 반응하며 새로운 물질과 혼합물을 형성하면서 에너지를 변환한다. 인간을 이루고 있는 재료들의 고향은 수백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산화한 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은 그 별들의 찌꺼기인 셈이다. 토마스 뷔르케 외 4명 지음·전대호 옮김/에코리브르·2만5000원.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제인 에어는 왜 붉은 방에 갇혔나

〈다락방의 미친 여자〉

〈다락방의 미친 여자〉
〈다락방의 미친 여자〉

펜은 음경의 은유인가? 19세기 여성문학에 대한 방대한 페미니즘 연구서는 이렇게 도발적인 질문으로 포문을 연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시인 제라드 맨리 홉킨스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예술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로 ‘남성’을 들었다. 불과 200여년도 안 지난 과거지만, 당시 글을 쓰는 여성들은 이처럼 지독한 남성중심주의적 편견 속에서 힘겹게 작품활동을 해야 했다.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의 <다락방의 미친여자-19세기 여성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은 억압되었던 시대의 ‘숨겨진’ 목소리를 찾아서 떠난 문학비평 여행이다.

지은이들은 19세기 여성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감금과 탈출, 거식증이나 광장공포증, 폐쇄공포증 등과 같은 ‘분열적 징후’들에 주목한다. 샌드라와 수전은 이들의 작품 속에서 당대 여성작가들의 불안을 읽어낸다. 빅토리아 시대는 온순함을 여성의 최고 미덕으로 꼽던 시대였다. 그 정형을 깨고 나선 여성작가들은 끊임없이 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책은 여성작가들이 온순한 여주인공과 함께 ‘사악한 분신’을 만드는 방식으로 자신들 속에 숨겨진 분노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19세기 여성작가들은 괴물 취급을 받지 않으면서 동시에 글쓰기를 계속하기 위해 자신의 미친 분신들을 <제인에어>에 등장하는 로체스터의 부인, 벙어리 버사처럼 다락방에 숨겨왔다는 것이다.

지은이들은 1000여쪽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통해 19세기 여성문학을 여성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재해석하고 있다.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 지음·박오복 옮김/이후·4만8000원.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푸른 눈 독립투사’가 쓴 한국사

〈한국사, 드라마가 되다 1·2〉

〈한국사, 드라마가 되다 1·2〉
〈한국사, 드라마가 되다 1·2〉

고종의 외교 자문이었던 미국인 선교사 호머 헐버트 박사가 100년 전에 영어로 쓴 한국 통사가 번역되어 나왔다. 헐버트 박사는 1901년부터 1905년까지 자신이 창간한 잡지 <한국평론>에 고조선 시대부터 러일전쟁까지 한국사를 연재했고, 그것을 다시 <한국사>(The History of Korea)라는 책으로 묶었다. 그의 사후 60년이 지난 올해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왔다. 헐버트 박사는 1886년 영어교사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이래 한국에 지극한 관심을 쏟았던 인물이다. 그가 1949년 묻힌 곳도 고향인 미국 땅이 아니라 서울 양화진 외국인 묘지였다.

그는 이 책에서 <동사강목>부터 조선왕조실록 필사본까지 다양한 1차 사료를 인용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 쪽 기록, 병자호란 때 조선 왕실과 청 진지 사이에 오간 서신들,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다룬 히로시마 법정 판결문 등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었던 중국과 일본 쪽 자료도 폭넓게 찾아 넣었다. 한국어와 한문 해독 능력이 뛰어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헐버트는 마무리글에서 한국인들이 고대부터 동질적인 민족을 이뤘고 수많은 외세 침략에도 국가의 동질성을 잃지 않았다고 높게 평가했다. 반면, 지배층에 대한 평가는 차갑다. “국가권력은 항상 우수한 인재들이 차지했으나, 하나같이 개인적 목표 추구에 권력을 사용했다. 관리들에게는 이타적인 봉사의 이념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했다. 몇 가지 사실 오기가 눈에 띄고 서구 합리주의 과잉 같은 한계도 있지만, 그의 관전평은 오늘날에도 곱씹어 볼 만하다. 마도경·문희경 옮김/리베르·각 권 1만6800원.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X파일 기자의 구당 김남수 기록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

94살 구당 김남수는 돌팔이인가, 신의인가? 지난 70여년 동안 바늘 하나와 쑥뜸 한 줌으로 환자를 치료해온 침구사 구당 김남수는 우리 의료계에서 언제나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 핵심은 침을 놓는 ‘침사’ 자격만을 가진 그가 뜸을 뜨는 ‘구사’의 일도 함께 하는 것이 불법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더 확대하면 침뜸과 같은 민간요법을 한의학의 체계에 넣을 것인가, 독자성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기도 하다.

<구당 김남수, 침뜸과의 대화>는 이 갈등에서 “보약 팔아 돈만 챙기려는 한의사들의 모함으로 ‘신의’인 구당의 손발이 묶여 있다”라는 입장에 정확히 서 있다. 삼성 엑스파일을 특종보도했던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가 2003년부터 6년간에 걸쳐 구당을 만나고 기록한 내용들을 정리했다. 또 작가에게 치명적인 오른손 마비증세가 왔을 때, 구당의 침과 뜸으로 다시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던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도 추천사로 힘을 보탰다. <구당 김남수…>는 지은이가 경험한 구당 침뜸의학의 원리와 치유능력 등을 소개하고, 연간 15만명의 돈 없고 아픈 노인들을 치료해온 구당의 의료선행, 경혈과 경락에 대한 그의 독창적인 철학도 들려준다. 많은 논란 속에서도 <구당 김남수…>가 던지는 질문은 비교적 간단하다. 현대의학으로 고칠 수 있는 병이 전체 질병의 20%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임상적으로 뛰어난 결과를 보여온 구당의 침뜸의학을 내치지 말고 존중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국에서 침사 자격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그는 현재 미국에서 암환자를 대상으로 침을 놓고 있다. /동아시아·1만6000원.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전국 방방곡곡 걷기 좋은 길 111곳

〈대한민국 걷기 좋은 길 111〉

〈대한민국 걷기 좋은 길 111〉
〈대한민국 걷기 좋은 길 111〉

온통 걷기 열풍이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은 이미 입소문을 탔고,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특색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이런 걷기 열풍이 한 차례 유행일 수 있지만, 유행이면 또 어떤가. 돈도 들지 않고, 주말 나들이의 소재로는 딱인데….

이런 걷기 열풍에 호응해 전국의 좋은 길을 꼽아 소개하는 여행서가 나왔다. 올레길처럼 ‘거창한 도전’이 필요한 곳도 있지만, 가벼운 배낭 하나 메고 가족들과 함께 2~3시간 정도 걸을 수 있는 예쁜 길을 많이 소개했다. 전문 여행작가 27명이 걷기 좋은 길 111곳을 꼽은 덕이다.

이 책은 그냥 좋은 길을 꼽는 데 그치지 않고, 길의 약도와 코스, 거리, 교통, 먹을거리 등의 여행정보를 3쪽 분량으로 담았다. 사진까지 곁들여, 꼼꼼한 여행 안내서 구실을 한다. 111곳을 지역별로 분류했는데, 하늘공원 숲길, 남산 산책로, 서울 성곽길 등 서울 속 명소도 있고, ‘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 나들길’(3시간30분 소요), ‘돌담으로 이어진 고샅길 하회마을’(2시간) 등과 같이 한번쯤 가봐야 할 이름난 길도 있다. ‘시대의 자화상을 찾아가는 봉하마을 길’(경남 김해·약 2시간)에선 부엉이바위도 볼 수 있다.

많은 곳을 다루다 보니 정보량이 적은 게 단점이고, 실제 책에서 소개된 111곳 모두가 뛰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 초보자나 걷기 마니아 모두, 고르는 재미는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소개된 길들이 짧게는 2㎞에서 길게는 30㎞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덕분이다. 한국여행작가협회 지음/열번째행성·1만3800원.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하루 사과 한 알씩 먹어야 하는 이유

〈식품 진단서〉

〈식품 진단서〉
〈식품 진단서〉

<식품 진단서>의 원제목은 <하루에 사과 한 알>이다. 캐나다의 화학자인 지은이는 사과 예찬론자다. 그는 말한다. “여러분은 매니큐어 제거제를 식단에 포함시키고 싶은가? 소독용 알코올은? 그렇다면 사과를 드시라!” 사과에는 아세톤과 아이소프로판올이라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이뿐이랴. 유독가스 사이아나이드도 들어 있다. 그런데도 사과를 먹으라고? 물론 그렇다. 언급된 유독물질들은 양이 너무 적어서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사과에는 우리 몸에 아주 안 좋은 자유라디칼을 무력화시키는 항산화물이 들어 있다. 하루에 한 알씩 꼭 먹으라!

우유는 한때 완전식품이었다. 중·고교 가정 선생님들을 통해 식품영양 삼각형의 꼭대기 고수 자리에 등극했다. 최근 동물단체나 생태론자들을 중심으로 우유는 독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유 논란은 점입가경. 한편으론 심장질환과 뇌졸중·전립샘암·점액 분비를 일으킨다는 비난을, 또다른 한편으론 심장실환과 골절 위험을 낮춰준다는 칭찬을 받고 있다.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뿐이 아니다. ‘콩을 먹어라,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 콩을 먹지 마라, 갑상샘에 영향을 준다. 커피를 마셔라, 항산화물질이 가득하다. 커피를 마시지 마라, 혈압을 높인다….’ 지은이는 과학연구를 앞세운 정보 홍수 속에서 헷갈리는 생활인들에게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기준을 제공한다. 지은이의 답변은? 우유는 기적의 식품은 아닐지라도 우리 건강에 기여한다. 커피는 적당히 마시면 좋다. 마지막으로 그가 ‘강추’하는 식품, 콩이다. 조 슈워츠 지음·김명남 옮김/바다출판사·1만3800원. 허미경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