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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10월 17일 잠깐독서

등록 2009-10-16 20:44

〈세계사를 뒤흔든 신의 지문〉
〈세계사를 뒤흔든 신의 지문〉




‘신의 이름으로’ 역사를 보다

〈세계사를 뒤흔든 신의 지문〉

전 인류의 대략 80%는 종교가 있다. 존 레넌은 종교 따위가 없으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은 신의 이름을 부른다. <세계사를 뒤흔든 신의 지문>은 인류사에 새겨진 종교의 족적을 파헤치는 책이다. 지은이는 서구의 지난 2000년은 이른바 ‘신의 지문’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책은 기독교의 태동기와 확장기 그리고 쇠락기를 연대적으로 짚어가며, 각 시기 종교의 역할과 신학적 논쟁이 역사의 흐름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추적하고 있다.

지은이는 서구의 역사를 곧 기독교의 역사로 바꾸어버린 인물로 사도 바울을 꼽는다. 유대인이었지만 예수의 사상에 감동해 스스로 선교여행을 나섰던 그는 그리스 철학과 해방사상을 적절히 이용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결국 중세에 이르러 기독교는 유럽을 뒤덮는다. 그러나 인간사의 논쟁과 전쟁은 멈추지 않았다. 중세 1000년간 계속된 보편논쟁은 기독교 신학 안에서 스스로를 부정하는 데까지 나갔고, 교황의 정치적 욕망으로 시작된 십자군 전쟁은 신의 권위를 추락시킨다. 그렇게 이른 근대. 인간은 신의 자리에 이성을 세우며 새시대를 연다. 지은이는 역사에 새겨진 신의 흔적을 돌아보는 것은 곧 우리 자신에 대한 반성이라고 말한다. 신의 이름이 오용되는 순간 인류는 비극으로 빠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신을 버린 세상에서 우리가 발견한 것은 무자비함과 절망밖에 없지 않으냐고 되묻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믿느냐 믿지 않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믿느냐’라는 질문이다. 이상성 지음/신인문사·1만4000원.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17살에 티베트 공산당을 만든 사람

〈티베트의 별〉
〈티베트의 별〉
〈티베트의 별〉

동티베트의 작은 마을 바탕에서 태어난 푼왕은 중국 관원과 군대에 맞섰던 ‘영웅’들을 보고 자랐다. 건장한 체구에 콧수염을 기른 케상 체링은 ‘티베트 자치’를 선언하며 허공에 총을 쐈고, 푼왕의 삼촌은 쿠데타를 일으켰다. 몇 번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갈 때마다 중국군 보복의 강도도 커졌다. 삼촌처럼 ‘배운 사람’이 되어 민족의 자유를 위해 싸우겠다고 결심한 소년은 열네 살에 난징 유학길에 오르고 열일곱 살에 티베트 공산당을 창건한다. <티베트의 별>은 올해 여든일곱으로 티베트 자치를 향한 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는 푼초 왕계의 일생을 담은 자서전이다. 미국의 인류학자이자 티베트 연구가인 멜빈 골드스타인 교수가 10년간 푼왕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다.

공산당 창건 사실이 발각돼 장제스 군사학교에서 쫓겨난 소년은 ‘티베트인이 다스리는 사회주의 티베트’ 실현을 꿈꾸며 인도, 중국, 소련의 사회주의 세력과 연대를 모색한다. 사회주의자로 낙인찍혀 조국에서도 쫓겨난 스물일곱의 푼왕은 중국공산당과 손을 잡는다. 마오쩌둥 등 중국 최고지도자와 달라이 라마 회담에서 통역을 맡는 등 깊이 관여하며 티베트 민족의 구역자치를 확정한 17개조 협정을 성사시키지만, 티베트 지역을 장악한 한족 공산당 간부들의 모함으로 18년을 독방에서 보내게 된다. 그의 나이 서른여덟이었다. 감옥에서도 신문지 여백을 붙여 만든 종이에 글을 쓰고 책을 읽었던 열정과 끈기로 그는 지금도 중국 정부의 민족정책을 비판하는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골드스타인 외 지음·이광일 옮김/실천문학사·2만3900원.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137억년 동안 너를 위해 준비했어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

“당신이 알고 있는 우주는 어느 정도 크기인가요?” 지은이의 첫 질문이다. 주말에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서울-제주 직선거리 450㎞(빛이 0.002초 가는 거리)의 우주다. 북극의 빙산이 녹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면 반지름 6400㎞(0.02광초)의 지구가 우주다. 우리가 매일 보는 태양은 우리 은하 중심에서 2만6000광년 떨어져 있다. 우리 은하엔 태양과 같은 별이 1000억개가 있고, 우주엔 그런 은하가 또 1000억개가 있다. <모든 사람을 위한 빅뱅 우주론 강의>는 이석영 교수(연세대 천문우주학과)가 지난 6년 동안 대학에서 강의한 우주론을 엮은 것이다. 집값, 주식 시세, 아이 진로 걱정의 작은 우주 속에서 사는 이들에게 지은이는, 137억년 동안 우주가 우리를 위해 얼마나 근사한 일을 했는지, 웃고 떠들고 북적대며 사는 오늘이 얼마나 특별하고 행복한 일인지 알려주고 싶어 책을 썼다고 했다.

빅뱅이론의 탐험은 이론물리학의 정점을 넘나들어야 하는 고단한 일이지만, 이 책은 쉽다. 숫자와 공식이 없고, 테니스공, 다리미 등 익숙한 사물들이 예로 자주 등장한다. 한 대목을 보자. 우주론에 자주 등장하는 임계질량밀도라는 말이 있다. 우주의 팽창과 수축 여부가 결정되는 우주 무게의 임계점이다. 현재 우주의 밀도는 얼마나 될까? 1㎥의 사과상자 안에 0.2개의 수소 원자가 들어 있는 것으로 지은이는 설명한다. 거의 텅 빈 수준이다. 우주가 수축을 시작하는 임계점의 4%에 불과하다. 암흑물질을 합쳐도 임계점의 28%이다. 현재 과학으로 입증한 우주가 아직 팽창중인 이유다. /사이언스북스·1만5000원.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20대, ‘나만의 오솔길’을 걸어라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2006년 인구 10만명당 13.8명까지 낮아진 20대 자살률이 지난해는 22.6명을 기록했다. 자살률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회적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반영하는 지표로 꼽힌다. 2007년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나온 이후 20대에겐 ‘88만원 세대’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초유의 청년 실업난에 무한경쟁 체제로 내몰린 20대들을 한국 사회는 동정하면서도 그들에게 권유하는 건 결국 살아남기 위한 ‘스펙 쌓기’뿐이다.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의 지은이는 그런 20대에게 “자기 계발서를 버리고 자신만이 아는 오솔길을 걸어라”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그 길을 걷기 위해 ‘컨셉력에 목숨을 걸어라’라고 말한다. 여기서 컨셉력이란, “낡은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새로운 소재를 발견하려는 지적 호기심과 넘치는 소재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려는 적극적인 통찰력이 있을 때 발휘될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서점에 들러 직접 책을 골라 읽고, 책을 펴내겠다는 각오로 ‘이야기’가 있는 글을 쓰는 것이다. ‘읽고 써서 컨셉력을 키워라’라고 말하는 이 자기계발서에 대해 우석훈씨는 ‘추천의 글’에서 “한국에서 출판계의 ‘타짜’가 알려주는 필승의 디테일”이라며 “그의 컨셉력의 테제는 ‘바로 여기에서’ 우리의 문제를 풀기 위한 디테일”이라 말했다. 한기호 지음/다산초당·1만2000원.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붕가붕가’ 별일없이 살려다 일냈다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2008년 인디를 넘어 대중음악계 전체를 강타한 ‘장기하와 얼굴들’을 탄생시킨 음반기획사 붕가붕가레코드의 음악사업 도전기라고 하면 드라마틱하고 열정 넘치는 성공드라마를 예상하겠지만 주로 심상하고 때로 배꼽 잡게 웃기며 이따금 뭉클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은 “음악적 센스가 있는 사람을 과감히 배척”함으로써 다른 팀과 차별화했던 학내 노래모임 ‘붕가붕가중창단’이 붕가붕가레코드로 깃발을 꽂으며 내세운 모토다. “생계야 어떻게 되건 말건 일단 음악에 매달리겠다는 깜냥은 못 된다. 그렇다고 열악한 음악 시장 상황을 의지로 돌파해낼 만한 근성도 없다. 하지만 즐거운 음악 활동을 포기하고 돈 버는 일에 매여 살 만한 용기도 내질 못하는” 소심한 이들이 찾아낸 생업과 “빡센 취미 생활”의 공존전략이다.

2000년대 초 월세 10만원짜리 연습실에 모여 창작을 하고 음반을 만들어온 과정은 말이 회사지 동아리처럼 느슨하고, 아마추어적인 실수투성이다. 하지만 “두고두고 후회할 만한 음반이 나왔다” “물론, 많이 팔릴 것 같지 않았다”는 식의 자평은 자조적이라기보다 경쾌하다. 장기하라는 ‘벼락’ 같은 성공작 앞에서도 이들은 여전히 심상하다. “변한 걸 무시할 수 없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앞으로 딱히 기대할 만한 것도 없다. (…) 그러니 앞으로 우리는 적당히, 별일없이 살 것이다.” 무언가를 “이루는 것보다는 나아지는 게 우리가 재미를 느끼는 종류의 일”임을 알고 반보 후퇴를 거듭하며 일본 전진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아마도 현실의 체온에 가장 가까운 21세기의 청춘송가일 듯싶다. 붕가붕가레코드 지음/푸른숲·1만3200원.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절망 공화국’에선 학습만이 희망

〈학습하는 당신이 희망이다-손석춘의 촌철살인〉
〈학습하는 당신이 희망이다-손석춘의 촌철살인〉
〈학습하는 당신이 희망이다-손석춘의 촌철살인〉

한국은 지난 2년 동안 많은 파란을 겪었다. 이명박 정권 등장, 촛불항쟁, 용산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쌍용차 사태가 발생했다. 1980년대에 함박눈 쏟아지듯 최루탄을 쏘아대던 바로 그들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이 쓴 <학습하는 당신이 희망이다>는 2007년 6월10일부터 2년 동안 인터넷과 언론매체에 기고했던 글들을 3부로 나눠 묶은 책이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쓴 글들로 구성된 1부는 이명박 후보의 ‘경제 살리기’ 공약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파헤쳤다. 또 진보정당의 분열을 반대하는 날 선 주장이 담겼고, 선거 공간에서 유권자들의 학습과 토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부에서는 민중을 이야기한다. 촛불항쟁이 한창일 때는 국민주권의 필요성과 학습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3부는 미네르바 구속 등 정부의 인터넷 통제를 비판하고 용산참사를 고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열기에 담긴 의미도 짚었다.

지은이는 “지난해 ‘촛불 바다’는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민주공화국을 열망하며 국민 스스로 전개한 최초의 주권운동”이라고 말한다. 민중이 주체가 돼 새로운 경제, 새로운 사회를 열어가는 새로운 정치 과정이 주권운동이다. 그 실천 방법으로 ‘학습하고 토론하는 소모임’의 확대를 강조한다. ‘지금 우리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공부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절망스런’ 공화국을 벗어나는 희망이 바로 학습이다. /시대의창·1만5000원.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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