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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9월 6일 잠깐 독서

등록 2008-09-05 19:32

〈달라지는 세계〉
〈달라지는 세계〉
■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기업가들

〈달라지는 세계〉

몇 해 전 영국에 머물 때, 옥스퍼드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가 세계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세계의 숱한 사회적 기업가와 지망생들과의 만남은 매우 신선하고 감동적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이는 열띤 참가열을 보인 타이의 한 청년이었다. 그는 ‘왜 사회적 기업가가 되려 하느냐’는 물음에 “내 나라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달라지는 세계>는 세계 곳곳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찾아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가 10명의 이야기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하는 진정한 거인’이라고 소개했던 빌 드레이튼이 대표적 인물이다. 지은이는 이들이 어떻게 빈곤과 불평등, 불건강, 문맹 등 각종 문제 해결을 위해 분투했는지, 어떻게 이윤과 공공성이란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아채 ‘삶과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지를 그린다. 사회적 기업가로서 성공열쇠가 무엇인지도 제시한다. 지은이에게 사회적 기업가는 ‘세상을 바꾸는 미래의 사회권력’이다. 국내서도 사회적 기업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이 책은 국내 사회적 기업가들에게 좋은 참고서가 될 만하다. 무언가 새로운 비전과 대안을 찾는 이들도 읽기를 권하고 싶다. 데이비드 본스타인 지음·박금자 나경수 박연진 옮김/지식공작소·1만5000원.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천황과 도쿄대 1·2〉
〈천황과 도쿄대 1·2〉
■ 일본 파국 몰고간 ‘도쿄대의 비극’

〈천황과 도쿄대 1·2〉

깊이 있는 탐사보도와 왕성한 저술활동으로 일본 지식계에서 독보적 지반을 확보한 다치바나 다카시가 이번엔 일본 근현대사를 정면으로 해부했다. 2005년까지 7년 동안 70회에 걸쳐 <문예춘추>에 연재한 ‘나의 도쿄대론’을 묶은 <천황과 도쿄대 1·2>는 각 권 11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 책의 화두는 메이지 이래 2차대전 패전까지 한때 융성했던 일본제국이 왜 망했는가, 그 과오의 출발점이 어딘가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최근 우익의 ‘평화헌법’ 제9조 개정 움직임을 비판해온 그의 행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연재 첫 4회분을 따로 묶은 <도쿄대생은 왜 바보가 되었는가>에서도 강조했지만 다치바나는 도쿄대 비극의 원인을 본디 관료양성 중심기관이었던 이 학교의 창조성이 결여된 수동적·몰개성적·무비판적 주입식 암기형 교육에서 비롯된 지적 폐허에서 찾았다. 그것은 도쿄대가 근간이 된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 그 모든 과정의 중심에 천황과 천황이데올로기, 천황주의가 있었고, 그를 둘러싼, 나라의 운명을 건 대논전의 무대가 바로 도쿄대였다. 파국의 재발을 우려하는 다치바나는 당시의 방대한 원자료들을 종횡으로 구사하는 ‘논픽션 리포트’ 형식으로 문제를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파헤친다. 이규원 옮김/청어람미디어·각 권 4만3000원.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세 개의 동그라미-마음·이데아·지각〉
〈세 개의 동그라미-마음·이데아·지각〉
■ ‘김우창 사상’ 지도 그리기

〈세 개의 동그라미-마음·이데아·지각〉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사유 영역은 인문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포괄한다. 하도 넓어서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지만, 흔히 그를 두고 심미적 이성주의자, 구체적 보편성의 사상가라고 부른다. <세 개의 동그라미-마음·이데아·지각>은 심미적 이성 혹은 구체적 보편성의 그 사유 세계를 대화 형식을 빌려 탐사하는 책이다. 연전에 언론인 리영희씨의 <대화>가 개인의 삶을 종단함으로써 20세기 한국 역사를 드러냈다면, 같은 형식의 이 책은 한 사상가의 사유 세계를 횡단함으로써 보편적 사유의 지평을 탐험한다고도 할 수 있다.

김우창 사상을 오래 탐구해 세 권의 관련 저서를 펴낸 독문학자 문광훈 고려대 연구교수가 대담자로 참여했으며, 대담은 2006년 6월부터 다섯 달 동안 모두 11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 결과가 780여쪽에 빼곡히 담겼다. 김우창의 사유는 뿌리줄기처럼 퍼져 나가 보편적 전체의 그물을 이룬다. ‘세 개의 동그라미’는 지각·이데아·마음이 따로 구별됨과 동시에 서로 얽히는 상황을 가리킨다. 가장 직접적인 차원의 지각과 가장 형이상학적인 차원의 이데아가 마음이라는 주체의 내면성에서 만난다고 보는 것이다. 그의 사유는 복잡하지만 결국엔 더 좋은 삶, 행복한 삶에 이르는 길을 찾는 데로 모인다. /한길사·2만8000원. 고명섭 기자

〈현대 생물학의 사회적 의미〉
〈현대 생물학의 사회적 의미〉
■ 생물학 환원주의 위험성 경고

〈현대 생물학의 사회적 의미〉

다윈의 진화론은 창조설화에 바탕한 그때까지의 세계관을 뿌리째 뒤집은 혁명이었다. 이어 유전자 연구에 바탕한 분자생물학이 발달하고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히트하면서 현대생물학은 천체물리학과 더불어 지적 유행처럼 영토를 넓히고 있다. 20세기 들어 생물학의 눈부신 성취를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데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진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생물학 환원주의’는 사회생물학이나 사회다윈주의, 진화심리학 등 여러 갈래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사회적 의미에 대한 해석은 아직 취약하다.

미국 사회학자인 지은이는 생물학 환원주의가 ‘실증과학’이라는 수사에 힘입어 지니는 유혹적인 설득력과 위험성에 주목한다. 예컨대 “자연선택은 통계적으로 가공된 것일 뿐”인데도, 이를 ‘자연의 원리’로 인간사회에 적용할 경우 구조적 차별과 억압은 은폐되고 피로 물든 정글법칙은 ‘과학적으로’ 정당화된다. 최악의 사례는 나치즘의 인종 학살이다. 지은이는 현재 서구 문명이 “적응을 통해 만들어진 형질을 특권적 지위로 올려놓으면서, 단순한 생존의 문제에 매달려 그 밖의 모든 인간적 관심사를 급격히 잊어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학이 신화로 탈바꿈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하워드 케이 지음·생물학의역사와철학연구모임 옮김/뿌리와이파리·1만5000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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