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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8월 9일 잠깐 독서

등록 2008-08-08 18:48

〈커튼〉
〈커튼〉
■ ‘에세이스트’ 밀란 쿤데라 소설론

〈커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밀란 쿤데라(79)는 뛰어난 에세이스트이기도 하다. <커튼>은 노년의 쿤데라가 느릿느릿 풀어놓은 성찰적 에세이이자 소설론이다. 길지 않은 글들을 일곱 묶음으로 묶은 이 책은 ‘소설을 둘러싼 일곱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소설의 역사, 소설의 욕망, 소설의 존재이유를 찬찬히 숙고하고 주장하는 글들이다.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에서부터 20세기 작가 카프카의 <소송>까지 여러 작품들이 등장해 해명되고 분석되고 옹호된다. 그 과정은 그 자체로 쿤데라 자신의 작품들에 대한 일종의 변호이자 설명이라 할 수 있다. 책 제목 ‘커튼’은 소설의 탄생에 관한 은유다. “전설들로 짜인 마법 커튼이 세상 앞에 걸려 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떠나보내면서 그 커튼을 찢었다.” 마법이 통하지 않는, 메마르고 밋밋한 삶의 산문적 실상을 가리던 커튼이 찢어지면서, 그 커튼을 찢으면서 소설은 태어났다. 커튼을 찢는 일, 다시 말해 통념과 관습을 의심하는 일은 모든 소설의 운명이다. 박성창 옮김/민음사·1만3000원.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 민중의 신 배신한 제국의 신앙


〈제국의 신〉
〈제국의 신〉
〈제국의 신〉

“못 견디겠어. 이젠 정말 못 견디겠어.” 시인 김지하가 1970년대 초 발표한 희곡 ‘금관의 예수’는 고통받는 민중의 각혈로 끝을 맺는다. 땅에 들러붙은 삶의 고단함을 구원할 신은 침묵하는 것만 같았으므로, 삼천리 금수강산 사계절은 그들 것이 아니었다. 한여름에도 삭풍이 부는 노동의 현장, 쇳가루같이 쪼개지는 그들의 소망, 거기에 예수는 강림했던가. 그렇지 않았으므로, 그것은 참말 못 견딜 일인 것이다. 한 무리의 신학자들이 지난해 성공회대 신학연구원에 모여 십여 차례 학술 모임을 가진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제국의 신을 버리고 민중의 신을 되찾자.’ 그들이 보기에 현대의 제국은 자본이 인간을 억압하고 노예로 부리는 사회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그것을 간결히 요약한다. “전능하신 하나님 대신 시장이 등장했고, 이 하나님의 현현은 다우존스 주가지수며, 그의 성체는 미국의 달러고, 그의 미사는 환율 조정이고 ….” 신학을 전공한 14명의 학자가 저마다 이와 같은 제국의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정교하게 헤집는 논문을 실었다. 동연·1만6000원.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 촛불시대 ‘뜨거운 인물들’ 인터뷰


〈아! 대한민국, 저들의 공화국〉
〈아! 대한민국, 저들의 공화국〉
〈아! 대한민국, 저들의 공화국〉

“경제를 살리겠다”던 불도저 대통령은 입만 열면 ‘기업 프렌들리’란다. 한반도 대운하를 밀어붙이는 든든한 정부 덕에 ‘한줌’ 건설 자본들만 들썩들썩 신바람이다. 삼성 일가의 불법승계 문제 등에 대부분 ‘혐의 없음’이란 면죄부를 준 특검과 법원은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더러운 이치를 재확인시켜줬다. 반면, “광우병 쇠고기 무서워 못살겠다”는 촛불들에게 쏟아진 건 ‘배후가 누구냐’는 경찰·검찰의 물대포, 벌금 세례였다. “도대체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구냐!” 가뜩이나 날도 더운데 뜨거운 탄식이 끊이질 않는다.

<신해철의 쾌변독설>을 펴냈던 인터뷰어 지승호가 ‘돌아온 변호사’ 김용철, 문화학자 홍성태, 경제학자 김상조, 생태마을 이장이 된 경영학자 강수돌 등 우리 사회의 이슈 한가운데 선 인물 여섯을 집중 인터뷰한 글들을 모아 책으로 냈다. 인터뷰에서 이들은 대한민국을 틀어쥔 소수의 전횡을 낱낱이 드러내고, 이들을 견제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삶에 미래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승호 인터뷰/시대의 창·1만4500원.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 악성 베토벤의 내면세계 탐구


〈베토벤 심리 상담 보고서〉
〈베토벤 심리 상담 보고서〉
〈베토벤 심리 상담 보고서〉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은 평생 독신이었다. 그의 음악은 눈부시게 빛나지만 내면은 암울하고 외로웠으며 때론 폭풍우가 몰아쳤다. 그는 철저한 도덕주의자였지만 독신주의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가정을 갈망했고, 진심으로 그를 사랑했던 ‘불멸의 연인’도 있었다. <베토벤 심리 상담 보고서>는 베토벤의 태생과 가정환경, 성장과정에 기초해 그의 내면세계를 파헤친다.

베토벤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준 인물은 부와 모, 그리고 스승 네페다. 어머니는 도덕적이고 강인한 여성이었으나 무능한 남편을 무시하고 세 아들을 방임했다. 어린 베토벤의 무의식에 애정 결핍과 거절에 대한 공포, 여성에 대한 위축감을 각인했다. 아버지는 맏아들의 재능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격려해 남성에 대한 무의식적 신뢰를 형성했다. 네페는 진보적 계몽사상을 가진 필생의 스승이자 베토벤을 품어준 역할모델이다. 지은이의 분석에 따르면 베토벤은 다행히도 무의식적 소망(아버지 구원)과 의식적 목표(인류 구원)가 절묘하게 일치한다. 김태형 지음/부키·1만2000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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