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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8월 30일 잠깐 독서

등록 2008-08-29 20:00

〈한일 고대사 유적답사기〉
〈한일 고대사 유적답사기〉
■ 고대사 간극 메우는 유물연구

〈한일 고대사 유적답사기〉

1917년 12월 조선총독부박물관 고적조사위원 야쓰이 세이이치는 영산강 유역 옛 무덤을 발굴 조사한 뒤 짤막한 보고서를 남겼다. “매장법과 관련 유물로 보건대 아마 왜인의 것으로 추측된다.” 그 뒤 영산강 유역 일대에서는 일본의 고분양식인 전방후원분을 닮은 무덤이 잇따라 발견된다. 이를 두고 일본 학계는 고대 일본이 한반도에 진출한 증거라고 흥분했다. 반면 한국 학계는 애초 영산강 유역의 전방후원분 고분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한-일 사이 고대역사 인식을 둘러싼 간극은 이처럼 크다. 글쓴이는 현재의 입장과 처지에서 과거사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이용하려는 태도에 혐의를 둔다. 그러곤 민족주의적 열망을 버리고 열린 태도로 유적과 사료에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글쓴이는 유적과 사료의 행간에서 한-일 고대사의 진실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이렇게 해서 그는 한반도와 일본, 중국 등 동북아의 활발한 교류 흔적을 찾아내고, 진구의 삼한정벌론에서 오히려 당시 일본의 상실감을 읽어낸다. 홍성화 지음/한일고대사유적답사기·2만2000원.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 잃어버린 ‘북방시’를 찾아서


〈한국 근대시의 북방의식〉
〈한국 근대시의 북방의식〉
〈한국 근대시의 북방의식〉


북방, 북국, 북쪽, 북간도, 만주, 북만, 북새 …. 함경도와 평안도 지역, 그리고 만주까지를 포괄하는 공간을 이르는 이름들이다. 엄연한 우리 문학의 무대였던 이 공간이 분단 이후 문학사에서는 지워져 버렸다. <한국 근대시의 북방의식>은 김동환과 백석, 이용악 세 사람의 시인을 통해 ‘북방시’의 문학사적 의의와 북방의식을 살핀 책이다. 서사시 <국경의 밤>의 김동환(1901~?)은 남성적인 어조와 기개, 거친 북방 언어를 동원한 거대서사로써 남성적인 북방 정서를 과시했다. ‘재북 시인’ 백석(1912~1995)은 방언과 유년어, 음식 관련 어휘를 통해 토속적 정서와 과거의 이상적 삶을 향한 그리움을 표출했다. 이용악(1914~1971)은 일제 말의 수탈과 유이민(流移民) 문제를 통해 일제 말 한반도의 실상을 가장 잘 담아냈다.

지은이는 이처럼 세 사람의 ‘북방시’를 검토하는 작업이 “온전한 문학사의 회복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과 한반도 전체와 고토인 북방 일원을 조망하는 상상력의 온전한 회복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곽효환 지음/서정시학·1만9000원.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 조선 문예부흥기의 ‘억울한 조연’


〈조선의 르네상스인 중인〉
〈조선의 르네상스인 중인〉
〈조선의 르네상스인 중인〉

변화를 꿈꿨던 위정자들의 곁엔 언제나 그들이 있었다. 정조는 채제공과 정약용, 박지원 등 ‘깨인’ 양반뿐 아니라, 서얼 출신 이덕무·유득공·박제가·서이수 등을 검서관으로 기용해 함께 실학의 새 세상을 꿈꿨다. 흥선대원군도 탁월한 행정능력을 지닌 중인 출신 서리들을 가려 썼다.

연세대 허경진 교수가 조선 후기 문예부흥기의 훌륭한 ‘조연’이었던 중인들의 활약상과 생활상을 되살렸다. 종기를 외과적으로 치료하는 수술요법을 처음 개발한 백광현이나 1891년 최초의 미국 대학 졸업자가 된 역관 변수 등 수많은 중인들을 소개하며, 지은이는 가려졌던 그들의 삶에 온당한 빛을 비춘다. 중인들이 관직 진출이 막힌 데서 오는 좌절감을 인왕산 자락에 묻혀 ‘안분지족’으로 승화시켰던 점을 확인하는 순간 밀려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신분 제한 없이 실력에 따라 벼슬하게 해 달라”며 상소 운동을 벌였던 율관 장지완 등의 부르짖음에 힘이 보태졌더라면 어땠을까. 허경진 지음/랜덤하우스·1만9000원.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 독도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독도견문록〉
〈독도견문록〉
〈독도견문록〉

세종 12년인 1430년경부터 양양 동쪽에 요도라는 섬이 있다는 ‘신도설’이 떠돌았다. 세종은 김인우를 우산도, 무릉도 등지의 안무사로 삼아 “모란을 꾀할 수 있는 미지의 섬”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허사였다. 우산도는 바로 울릉도다. 무릉도가 곧 독도인 셈이다. 해양·문화사학자인 지은이는 우리를 ‘총성 없는 바다전쟁의 한복판’으로 솟아오른 무릉도를 안내한다. 울릉도는 민중들에게 세금을 내지 않는 ‘자유스러운 땅’이었지만, 지배자들에겐 반란의 진원지로 간주되던 ‘금단의 땅’이었다. 1878년(고종 15년) 울릉도 개척령이 내려지면서 근대적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병자수호조약(1876년)에 이은 1904년 동해안 죽변과 울릉도 망루를 잇는 해저 전선의 완공은 울릉도와 독도 일대에 대한 일본의 근대적 수탈의 시작이었다. “독도가 어느 나라 섬이냐?”가 아니라, “독도를 아냐?”는 물음에 난감해할 많은 이들에게 역사·문화적 현장과 결부된 답을 줄 만한 책이다. 주강현 지음/웅진지식하우스·2만5천원.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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