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독의 영화노트〉
■ 이등신 강아지의 철학적 시선
〈올드독의 영화노트〉
몸통과 몸통만한 얼굴의 ‘이등신’ 강아지 올드독은 만화가 정우열의 분신이다. 음악·미술·텔레비전 등 웬만한 장르에 이미 ‘영역표시’를 해놓은 올드독이, 이번엔 영화 64편에 대한 단상을 내놓았다. 액션영화·예술영화·애니메이션 등을 종횡무진 오가며, 찬사부터 ‘뒷얘기’까지 오밀조밀 그려낸다.
이 눈 작고 소심한 강아지는 “인생은 복불복”이라는 우디 앨런의 ‘계시’에 고장난 세탁기를 고칠까 말까 고민하고(<매치포인트>), 기존 슈퍼히어로들의 단벌패션과 영웅주의를 단박에 비웃어버린 ‘지걸’의 발칙함(<겁나는 여친의 완벽한 비밀>)에 흐뭇한 미소를 흘린다. 올드독에겐 취향의 다양함과 인간에 대한 예의도 주된 관심사다. ‘된장녀’를 향한 손가락질에 대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빌려 말한다. “한 달 월급을 홀랑 구두 한 켤레에 바치는 걸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놀이 중계에 열광하는 빨간 티셔츠 무리를 이해할 수 없기도 하고 여러 가지 취향이 있게 마련이니 자신과 다른 타인에 대한 손가락질만큼 경박한 짓이 또 어디 있으랴.” 남자주인공의 ‘성능비교’ (<오만과 편견>) 등 발랄한 시도가 보는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지만, 삶의 부조리에 대한 철학적 시선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정우열 글·그림/거북이북스·1만5000원.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 하루키가 보여주는 올림픽
〈승리보다 소중한 것〉
한여름 베이징 올림픽은 당신을 피해 가지 않을 것이다.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에 흠뻑 빠져 한국의 메달 개수와 종합 순위를 관심 있게 지켜보든지 아니면 금메달을 따낸 승리의 얼굴에 찬사를 보낼 것이다. 돈과 시간의 문제이겠지만 베이징까지 달려갈 수 있다면 좋고, 아니면 틀에 박힌 중계이지만 텔레비전 시청에 만족해야 한다. 두 가지 것 중 어느 것도 싫다면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승리보다 소중한 것>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은이는 익숙하면서도 뻔한 올림픽 감상에 새로운 시선을 던져준다. 에세이, 소설, 기사, 여행기 등 장르의 벽에 갇히지 않은 글은 올림픽 참가 선수의 내면, 선수간 경쟁, 선수와 감독의 관계 그리고 ‘관중’ 등 다양한 존재와 관계를 올림픽을 중심으로 풀어낸다. “에고로바에게 뒤처져도, 쫓아갈 수 없어도 상관없다. 이건 나 혼자만의 승부다. 나와 또 다른 나의 승부다.” 마라톤 선수 아리모리 유코는 말한다. 이게 바로 지은이가가 말하는 “승리보다 소중한 것”의 답일까. 부정하고 때론 벗어나고 싶지만 경쟁사회에 내던져진 우리는 어쩌면 ‘올림픽 선수’다. 책은 “거대 자본과 미디어 시스템이 만들어 낸 ‘이상한 나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올림픽”과 올림픽 선수, 그리고 ‘나’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생각거리가 담겼다. 하연수 옮김/문학수첩·9800원.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현장에서 다시 쓴 태평양 문명사 〈적도의 침묵〉 폴리네시아, 하와이제도, 마셜군도…. 이국적 풍취와 남국의 환상이 스며 있는 이름들이다. 이 섬들은 서구가 ‘발견’하기 이전부터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지닌 원주민들의 삶터였다. 18세기에 유럽인들이 평화롭던 공동체에 ‘제국의 닻’을 내리고 태평양 복판에 ‘제국의 정원’을 이식하기 시작했다. “땅 매매, 쇠붙이 문명, 매매춘, 그리고 자본주의 자체를 몰랐던” 원주민들의 낙원은 산산이 파괴되고 인구학적 절멸로까지 내몰렸다. 교회와 함포를 앞세운 18~20세기 제국주의에 이어, 오늘날에는 생태제국주의가 청정의 문명을 오염시키고 있다. <적도의 침묵>은 인문학자 주강현씨가 넉 달 동안 이들 섬을 누비면서 대양문명의 생성과 파괴의 현장을 기록한 보고서다. 전복, 침묵, 수평, 수직 등 4장으로 짜인 책의 얼개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철저한 주체적 시각이다. 태평양의 문명사를 본디 섬들의 주인인 원주민의 사고체계와 눈으로 재해석하고 우리 역사와의 관련성에 주목했다. 신화와 자연과 삶이 하나인 생태가 야만인지, 원주민들을 만국박람회 전시품으로 세우고 하와이의 구전문학이자 소통의 제의였던 훌라춤을 섹시한 볼거리로 변질시킨 것이 야만인지 따져묻는다. 530여 장의 사진과 시각자료들을 곁들여 생생함과 입체감을 보탰다. 주강현 지음/김영사·3만6000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 ‘촛불’로 보는 인권의 현주소 〈인권의 풍경〉 인권은 무엇인가? 교과서의 설명에 따르면 인간의 천부적 권리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최근 경찰의 촛불집회 진압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나, 양심적 병역거부자, 장애인, 이주자 등 여전한 소수자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 부족을 드러낸다. 대표적 인권학자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인권의 풍경>에서 ‘인권’이라는 창을 통해 21세기 우리 앞에 펼쳐진 세상을 바라볼 것을 제언한다. 특히 촛불집회를 인권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으로 풀어내는 것은 시사적이다. 글쓴이가 보기에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에 시민들이 암묵적으로 합의하는 “중첩되는 합의의 영역”, 곧 인권, 민주주의, 사회적 시장경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책의 앞 부분은 글쓴이가 2006년 여름부터 1년 동안 하버드대 로스쿨 인권 프로그램에 펠로로 참여하면서 직접 겪은 일을 담고 있다. 미국은 “놀라운 유능함과 가소로운 무능함이 공존하는 나라”, “합리성을 추구하면서도 본질적인 질문에는 무심한 나라”로 그려진다. 이어 우리 사회의 인권 상황과 실태, 지역적·국제적 연대의 필요성, 인권운동의 지향 등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은 인권이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읽힌다. 이런 미덕은 글쓴이가 직접 느끼고 겪은 실생활이 글에 잘 녹아든 데서 비롯한 것 같다. 조효제 지음/교양인·1만8000원.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한여름 베이징 올림픽은 당신을 피해 가지 않을 것이다.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에 흠뻑 빠져 한국의 메달 개수와 종합 순위를 관심 있게 지켜보든지 아니면 금메달을 따낸 승리의 얼굴에 찬사를 보낼 것이다. 돈과 시간의 문제이겠지만 베이징까지 달려갈 수 있다면 좋고, 아니면 틀에 박힌 중계이지만 텔레비전 시청에 만족해야 한다. 두 가지 것 중 어느 것도 싫다면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승리보다 소중한 것>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은이는 익숙하면서도 뻔한 올림픽 감상에 새로운 시선을 던져준다. 에세이, 소설, 기사, 여행기 등 장르의 벽에 갇히지 않은 글은 올림픽 참가 선수의 내면, 선수간 경쟁, 선수와 감독의 관계 그리고 ‘관중’ 등 다양한 존재와 관계를 올림픽을 중심으로 풀어낸다. “에고로바에게 뒤처져도, 쫓아갈 수 없어도 상관없다. 이건 나 혼자만의 승부다. 나와 또 다른 나의 승부다.” 마라톤 선수 아리모리 유코는 말한다. 이게 바로 지은이가가 말하는 “승리보다 소중한 것”의 답일까. 부정하고 때론 벗어나고 싶지만 경쟁사회에 내던져진 우리는 어쩌면 ‘올림픽 선수’다. 책은 “거대 자본과 미디어 시스템이 만들어 낸 ‘이상한 나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올림픽”과 올림픽 선수, 그리고 ‘나’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생각거리가 담겼다. 하연수 옮김/문학수첩·9800원.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현장에서 다시 쓴 태평양 문명사 〈적도의 침묵〉 폴리네시아, 하와이제도, 마셜군도…. 이국적 풍취와 남국의 환상이 스며 있는 이름들이다. 이 섬들은 서구가 ‘발견’하기 이전부터 고유의 문화와 역사를 지닌 원주민들의 삶터였다. 18세기에 유럽인들이 평화롭던 공동체에 ‘제국의 닻’을 내리고 태평양 복판에 ‘제국의 정원’을 이식하기 시작했다. “땅 매매, 쇠붙이 문명, 매매춘, 그리고 자본주의 자체를 몰랐던” 원주민들의 낙원은 산산이 파괴되고 인구학적 절멸로까지 내몰렸다. 교회와 함포를 앞세운 18~20세기 제국주의에 이어, 오늘날에는 생태제국주의가 청정의 문명을 오염시키고 있다. <적도의 침묵>은 인문학자 주강현씨가 넉 달 동안 이들 섬을 누비면서 대양문명의 생성과 파괴의 현장을 기록한 보고서다. 전복, 침묵, 수평, 수직 등 4장으로 짜인 책의 얼개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철저한 주체적 시각이다. 태평양의 문명사를 본디 섬들의 주인인 원주민의 사고체계와 눈으로 재해석하고 우리 역사와의 관련성에 주목했다. 신화와 자연과 삶이 하나인 생태가 야만인지, 원주민들을 만국박람회 전시품으로 세우고 하와이의 구전문학이자 소통의 제의였던 훌라춤을 섹시한 볼거리로 변질시킨 것이 야만인지 따져묻는다. 530여 장의 사진과 시각자료들을 곁들여 생생함과 입체감을 보탰다. 주강현 지음/김영사·3만6000원.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 ‘촛불’로 보는 인권의 현주소 〈인권의 풍경〉 인권은 무엇인가? 교과서의 설명에 따르면 인간의 천부적 권리다. 그러나 현실은 어떨까? 최근 경찰의 촛불집회 진압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나, 양심적 병역거부자, 장애인, 이주자 등 여전한 소수자 문제는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 부족을 드러낸다. 대표적 인권학자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인권의 풍경>에서 ‘인권’이라는 창을 통해 21세기 우리 앞에 펼쳐진 세상을 바라볼 것을 제언한다. 특히 촛불집회를 인권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으로 풀어내는 것은 시사적이다. 글쓴이가 보기에 촛불집회는 우리 사회에 시민들이 암묵적으로 합의하는 “중첩되는 합의의 영역”, 곧 인권, 민주주의, 사회적 시장경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책의 앞 부분은 글쓴이가 2006년 여름부터 1년 동안 하버드대 로스쿨 인권 프로그램에 펠로로 참여하면서 직접 겪은 일을 담고 있다. 미국은 “놀라운 유능함과 가소로운 무능함이 공존하는 나라”, “합리성을 추구하면서도 본질적인 질문에는 무심한 나라”로 그려진다. 이어 우리 사회의 인권 상황과 실태, 지역적·국제적 연대의 필요성, 인권운동의 지향 등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은 인권이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읽힌다. 이런 미덕은 글쓴이가 직접 느끼고 겪은 실생활이 글에 잘 녹아든 데서 비롯한 것 같다. 조효제 지음/교양인·1만8000원.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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