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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7월 12일 잠깐 독서

등록 2008-07-11 19:13수정 2008-07-11 19:22

〈침묵의 살인자 석면〉
〈침묵의 살인자 석면〉
■ ‘마법의 물질’에서 ‘죽음의 먼지’로

〈침묵의 살인자 석면〉

석면은 한때 ‘마법의 물질’로 불렸다. 현대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같은 것이었다.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슬레이트, 헤어드라이어 등 무려 3천여가지 제품 재료로 쓰였다. 하지만 석면폐, 폐암, 악성중피종 등 인체에 치명적 질병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기적의 물질’은 ‘조용한 시한폭탄’, ‘죽음의 먼지’, ‘침묵의 살인자’란 이름으로 다시 불리게 됐다. 석면질환의 무서움은 이미 1960년대 이전 부터 알려졌지만, 세계 각국은 21세기 들어서야 사용하지 말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9년부터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침묵의 살인자 석면>은 석면에 대한 ‘종합보고서’다. 석면광산업자와 석면기업주들이 어떻게 노동자들의 목숨과 건강을 담보로 수익을 거뒀는지 등을 폭로한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석면에 노출돼 있으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이 ‘무서한 돌섬유’에 대한 불감증을 지니고 있는지 파헤친다. 다가올 석면재앙을 그나마 줄이기 위해 정부와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제시한다.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낸 지은이의 생생한 현장 취재 사례도 담겨 있다. 석면 연구의 선구자인 백남원 서울대 명예교수는 ‘석면의 위험성을 알리는 좋은 길잡이’라며 추천했다. 안종주 지음/한울·1만7000원.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 덕성여대 전신 이끈 여성 교육인


〈차미리사 평전〉
〈차미리사 평전〉
〈차미리사 평전〉

“남자의 덧붙이가 되지 말라! 조선 여성이여, 자립, 자립하라!”

일제 강점기 여성교육에 평생을 바친 차미리사. 그가 주도한 조선여자교육회의 부인야학강습소는 근화학원, 곧 오늘날 덕성여대의 전신이다. 이 학교는 전국 순회강연 기부금으로 세웠으며, 이름부터 민족의 꽃인 무궁화를 내걸었다. 일제 말기, 차미리사는 외부압력으로 교장직에서 물러났다. 뒤이어 총독부의 지지를 얻어 교장이 된 이가 ‘친일’ 교육자 송금선인데, 오랫동안 덕성여대 설립자로 알려져 있었다. 차미리사의 존재가 제대로 알려진 것은 학원의 족벌세습 등과 관련한 학내분규가 심해진 2000년께에 들어서다. 이 학교 사학과 교수인 지은이는 만성분규 사학의 오명을 벗고 민족사학으로 거듭나도록 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이유에서다.

1879년 서울에서 ‘섭섭이’란 이름으로 태어난 차미리사는 열일곱에 출가해 열아홉에 남편과 사별한 뒤, 주변의 권유로 교회를 다니며 교육의 기회를 얻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으로 스물셋엔 중국 유학을, 스물일곱엔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11년간 국외 학업·사회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전체 여성의 90%에 이르는 가정부인(전업주부) 교육에 전념했다. 국외생활중 고국에 맡겨둔 딸을 잃어버린 비운을 맞기도 했다. 한상권 지음/푸른역사·1만8000원.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 시대에 도전한 ‘역사적 반항아’


〈시원하게 나를 죽여라〉
〈시원하게 나를 죽여라〉
〈시원하게 나를 죽여라〉

역사적 ‘반항아’는 늘 시대에 도전해왔다.

남명 조식은 문정왕후를 향해 “궁중의 한 과부”, 명종에게는 “선왕의 한낱 외로운 후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북학의>를 쓴 박제가는 “무릇 놀고 먹는 자들은 나라의 큰 좀”이라고 비판했다. 상업을 천시하던 사대부를 상업에 종사시키자는 혁명적 발상이었다. 김시습은 임금을 겨냥해 “의상과 신발은 백성의 가죽이요, 주식은 백성의 기름이다”고 꾸짖었다. 조선후기 소론 강경파 김일경은 영조가 경종을 독살했다고 믿고 반대하며 “시원하게 나를 죽이라”고 맞섰다. 허난설헌은 “불행했던 한 여류시인이 아니라 모순된 현실에 시로 맞서 싸운 저항 시인이었다.”

맹목적 중화사대주의, 사대부 중심의 신분질서 등 시대에 대한 도전에는 죽음과 유배, 강요된 은둔의 고통이 따랐다. 당에 유학했던 신라 최치원은 “진골정치 체제에 도전했으나, 육두품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좌절했다.” 농민 주축의 새 왕조건설을 꿈꿨던 김개남은 결국 참수됐고, 그에 원한을 가진 이들이 “다투어 내장을 씹었다.” 주자학 유일사상의 폐해를 지적하고 신분제 완화를 주장했던 윤휴는 사문난적으로 몰려 사약을 마시고 죽었다. 역사전문 저술가인 이덕일씨가 시대에 도전했던 한국사 인물 25명의 사상과 도전 그리고 좌절을 담았다./한겨레출판·1만4000원.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 ‘광우병 위험’ 확률이 전부는 아니다


〈홍성욱의 과학에세이〉
〈홍성욱의 과학에세이〉
〈홍성욱의 과학에세이〉

원전 사고로 죽을 확률보다는 스키 타다가 사고로 죽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예전 미국에선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전사할 확률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을 확률과 비슷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원전 옆에 사는 것과 베트남전에 끌려가는 걸 엄청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씨 스타라는 미국 엔지니어가 발견해낸 사실인데,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아우르는 학제적 접근, 통섭 또는‘잡종의 미학’을 통해 과학과 사회의 복잡하고 중층적인 테네트워크와 그 변화를 읽어 온 탁월한 과학기술학자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촛불시위로 발현된 한국인들의 광우병 쇠고기 거부반응에 그 얘기를 갖다댄다. 스타 연구의 함의는 사람들이 스스로 선택한 위험에 대해선 훨씬 관대하다는 것. 위험의 체감 정도는 또한 원인을 모르는 정도, 피해의 끔찍함, 피해자 숫자 등에 비례해 커진다. 따라서 광우병 위험성을 확률로 계산하는 ‘과학’ 따위는 아무 의미가 없다. 반대자들을 무지하고 선동에 놀아나는 걸로 매도하거나, 과학공부 더 하라고 ‘가르친’ 미국대사처럼 탈정상과학(포스트 노멀 사이언스) 시대에 불거지는 과학기술문제들을 전문가주의와 기술관료주의가 지배해온 이제까지의 정상과학으로 재단하는 거야말로 비과학이요 무지요 선동이 될 수 있다./동아시아·1만3800원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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