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오(사진)
교과서포럼 ‘한국 근·현대사’ 분석한 주진오 교수 인터뷰
“앞뒤 안 맞는 비문 등 기본도 못 갖춰
현행 교과서 우편향적 수정에 노림수
양식있는 보수학자들이 ‘교정’ 해줘야” 계간 <역사비평> 여름호의 특집기획에서 교과서포럼의 <한국 근·현대사>를 분석한 주진오(사진) 상명대 교수(사학)는 “워낙 내용이 부실하고 교과서의 기본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일시적 관심의 대상은 될지언정 교육 현장에 줄 충격은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그러나 “일부 보수 세력들이 언론 및 정권과 결합해 억지로 이 책을 확산시키려 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 근·현대사>의 발행 자체보다 현행 교과서의 우편향적 수정이 걱정된다는 이야기다. 이번 분석 작업은 주 교수 외에도 박찬승(한양대)·홍석률(성신여대) 교수 등 한국사 전공자 세 사람이 함께 진행했다. 연구자를 대표하는 주 교수를 28일 인터뷰했다. -교과서 분석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지난 몇 년간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텍스트’가 없는 상태에서 이를 비판하는 일이었다. 교과서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교과서포럼은 언론플레이를 통해 책 내용의 일부를 흘렸고, 보수 언론이 이를 크게 썼다. 이런 행태 자체가 학문적 접근보다는 정치적 목적과 연관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역사학자로서 그 주장을 냉정하게 비판하려 해도 실체가 없어 어려웠다. 그러다 지난 3월에 책이 발간됐고, 학계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관계의 오류를 많이 지적했는데?
“실제로는 더 많지만 모두 밝혀 쓰지는 못했다. 검토자들끼리 작은 논란도 있었다. ‘우리가 교정작업을 해주는 결과가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였다. 교과서를 집필하다 보면 누구나 오류를 저지르긴 한다. 그러나 집필자의 오류를 감수자 등이 바로잡아 출간하는 것까지가 ‘교과서의 기본’이다.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집필자들이 단편적 정보에 의존해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면서 생긴 문제다. 순전히 개인적 추론인데 인터넷이나 백과사전 등의 정보를 빌어온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있다. 문장의 앞뒤가 맞지 않은 ‘비문’도 적지 않았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검인정에 제출됐다면 당연히 탈락했을 책이다.”
-4·19를 혁명으로 표현하는 등 나름의 진전된 대목들도 있는데? “일부 표현이 바뀌었을 뿐 서술의 기조가 바뀌진 않았다. 4·19를 혁명으로 평가하려면 이승만 대통령의 오류도 지적해야 하는데, 이승만을 위대한 인물로만 기술했다. 일본 식민지배가 한국인들에게 고통을 줬다는 표현이 있지만, 교과서의 대부분은 식민지배 시기를 근대화와 문명화의 시기로 정당화하고 있다.” -2010년쯤이면 현행 교과서 개정 문제가 본격화될 텐데? “한국의 양식 있는 보수주의자들이 이 책을 주의 깊게 살펴봤으면 좋겠다. 적어도 ‘합리적 보수’라면 근대화를 위한 자기 민족의 노력과 식민지배 역사를 부정하고 일본의 침략과 지배를 옹호하는 이런 책을 ‘대안’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오늘날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근현대사 교과서도 부모들이 읽어 봤으면 좋겠다. 교과서포럼의 비판처럼 그 책이 정말 친북 좌경의 내용인지 직접 확인해 보셨으면 한다. 더 나은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가는 것은 앞으로 계속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식민사관, 독재사관, 냉전사관을 다시 불러들일 수는 없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현행 교과서 우편향적 수정에 노림수
양식있는 보수학자들이 ‘교정’ 해줘야” 계간 <역사비평> 여름호의 특집기획에서 교과서포럼의 <한국 근·현대사>를 분석한 주진오(사진) 상명대 교수(사학)는 “워낙 내용이 부실하고 교과서의 기본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일시적 관심의 대상은 될지언정 교육 현장에 줄 충격은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그러나 “일부 보수 세력들이 언론 및 정권과 결합해 억지로 이 책을 확산시키려 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 근·현대사>의 발행 자체보다 현행 교과서의 우편향적 수정이 걱정된다는 이야기다. 이번 분석 작업은 주 교수 외에도 박찬승(한양대)·홍석률(성신여대) 교수 등 한국사 전공자 세 사람이 함께 진행했다. 연구자를 대표하는 주 교수를 28일 인터뷰했다. -교과서 분석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지난 몇 년간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은 ‘텍스트’가 없는 상태에서 이를 비판하는 일이었다. 교과서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교과서포럼은 언론플레이를 통해 책 내용의 일부를 흘렸고, 보수 언론이 이를 크게 썼다. 이런 행태 자체가 학문적 접근보다는 정치적 목적과 연관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역사학자로서 그 주장을 냉정하게 비판하려 해도 실체가 없어 어려웠다. 그러다 지난 3월에 책이 발간됐고, 학계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교과서포럼 <한국 근·현대사>표지(왼쪽)와 본문(오른쪽).
-4·19를 혁명으로 표현하는 등 나름의 진전된 대목들도 있는데? “일부 표현이 바뀌었을 뿐 서술의 기조가 바뀌진 않았다. 4·19를 혁명으로 평가하려면 이승만 대통령의 오류도 지적해야 하는데, 이승만을 위대한 인물로만 기술했다. 일본 식민지배가 한국인들에게 고통을 줬다는 표현이 있지만, 교과서의 대부분은 식민지배 시기를 근대화와 문명화의 시기로 정당화하고 있다.” -2010년쯤이면 현행 교과서 개정 문제가 본격화될 텐데? “한국의 양식 있는 보수주의자들이 이 책을 주의 깊게 살펴봤으면 좋겠다. 적어도 ‘합리적 보수’라면 근대화를 위한 자기 민족의 노력과 식민지배 역사를 부정하고 일본의 침략과 지배를 옹호하는 이런 책을 ‘대안’이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오늘날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근현대사 교과서도 부모들이 읽어 봤으면 좋겠다. 교과서포럼의 비판처럼 그 책이 정말 친북 좌경의 내용인지 직접 확인해 보셨으면 한다. 더 나은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가는 것은 앞으로 계속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식민사관, 독재사관, 냉전사관을 다시 불러들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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