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계단의 앨리스〉
장르소설 읽기 /
〈나선계단의 앨리스〉
가노 도모코 지음·장세연 옮김/손안의책·8500원 수많은 장르 소설 가운데서도 유독 미스터리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이 갖고 있는 본성 가운데 하나인 ‘호기심’을 가장 직접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히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한, 진실의 갈망을 늘 품에 안고 있다. 그것은 진실의 규모와 크게 상관이 없다. 크건 작건 간에 우리는 궁금한 것은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질을 타고 난 것이다. 조금만 눈을 크게 떠 보라. 일상은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로 가득 차 있을 테니. 〈나선 계단의 앨리스〉는 바로 이런 일상의 소소한 미스터리들을 추적하는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어 밀려나듯 회사를 그만둔 주인공 니키는 (어린 시절 꿈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냥 보기엔 중년의 철없는 반란 같다) 엉뚱하게도 탐정 사무소를 차린다. 첫 의뢰인을 받기도 전에 나타난 아리사는 그와 맞먹을 정도로 엉뚱한 소녀. 니키와 아리사는 만나자마자 얼렁뚱땅 콤비가 된다. 그들이 맡는 사건이란, 사무소를 차리면서 기대한 “사회의 더러운 이면이나 인간의 추악한 부분을 드러내는 다크 사이드”의 “비정하고 하드하고 살벌한” 일과는 거리가 멀다. 열쇠를 찾는다거나 지하실에서 울리는 전화 추적하기, 치매기를 보이는 부인의, 존재를 알 수 없는 애견을 찾는 일 따위다. 중년의 로망이여, 안녕. 미스터리라면 당연히 등장해야 할 것 같은 살인 등의 폭력 사건은 이 책에 없다. 미야베 미유키처럼 암울한 사회의 벽에 갇힌 서민들의 고민을 대신하거나 기리노 나쓰오처럼 인간이 품고 있는 무겁고 어두운 내면을 파헤치지도 않는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 비슷한가 싶지만, 너무나 사소해서 맥이 빠지는 사건뿐이다. 머리를 꿈틀거리게 하는 추리극도 스릴 넘치는 모험도 없다. 하지만 이 귀여운 중년과 수수께끼 소녀 콤비가 펼치는 이야기는, 언제고 옆집 아줌마에게서 들을 수 있는 우리 이웃의 일상의 모습이기에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고 만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며 읽는다면 훨씬 더 즐거울 것이다. 제목에도 드러나 있지만 주인공 탐정과 조수 아리사 모두 앨리스 마니아.
아리사는 앨리스의 일본식 발음 ‘아리스’를 살짝 바꾼 이름인데다 아리사가 키우는 고양이의 이름 또한 앨리스가 키웠던 고양이의 이름과 같다. 이 책에는 모두 일곱 가지 사건이 담겨 있는데 각각의 작품들에는 빠지지 않고 ‘앨리스’와 관련된 대화들이 나온다. 별것 아니라면 별것 아니지만 은근히 중독될 만큼 재밌다.
가노 도모코는 아유카와 데쓰야 상과 일본추리작가협회 상 등을 받은 일상 미스터리의 대가로 한국에는 〈나선 계단의 앨리스〉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이 작품의 속편인 〈무지개집의 앨리스〉도 출간될 예정이다.
임지호/〈북스피어〉 편집장 joe@booksfear.com
가노 도모코 지음·장세연 옮김/손안의책·8500원 수많은 장르 소설 가운데서도 유독 미스터리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이 갖고 있는 본성 가운데 하나인 ‘호기심’을 가장 직접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히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한, 진실의 갈망을 늘 품에 안고 있다. 그것은 진실의 규모와 크게 상관이 없다. 크건 작건 간에 우리는 궁금한 것은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질을 타고 난 것이다. 조금만 눈을 크게 떠 보라. 일상은 흥미진진한 미스터리로 가득 차 있을 테니. 〈나선 계단의 앨리스〉는 바로 이런 일상의 소소한 미스터리들을 추적하는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어 밀려나듯 회사를 그만둔 주인공 니키는 (어린 시절 꿈이었는지는 몰라도 그냥 보기엔 중년의 철없는 반란 같다) 엉뚱하게도 탐정 사무소를 차린다. 첫 의뢰인을 받기도 전에 나타난 아리사는 그와 맞먹을 정도로 엉뚱한 소녀. 니키와 아리사는 만나자마자 얼렁뚱땅 콤비가 된다. 그들이 맡는 사건이란, 사무소를 차리면서 기대한 “사회의 더러운 이면이나 인간의 추악한 부분을 드러내는 다크 사이드”의 “비정하고 하드하고 살벌한” 일과는 거리가 멀다. 열쇠를 찾는다거나 지하실에서 울리는 전화 추적하기, 치매기를 보이는 부인의, 존재를 알 수 없는 애견을 찾는 일 따위다. 중년의 로망이여, 안녕. 미스터리라면 당연히 등장해야 할 것 같은 살인 등의 폭력 사건은 이 책에 없다. 미야베 미유키처럼 암울한 사회의 벽에 갇힌 서민들의 고민을 대신하거나 기리노 나쓰오처럼 인간이 품고 있는 무겁고 어두운 내면을 파헤치지도 않는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 비슷한가 싶지만, 너무나 사소해서 맥이 빠지는 사건뿐이다. 머리를 꿈틀거리게 하는 추리극도 스릴 넘치는 모험도 없다. 하지만 이 귀여운 중년과 수수께끼 소녀 콤비가 펼치는 이야기는, 언제고 옆집 아줌마에게서 들을 수 있는 우리 이웃의 일상의 모습이기에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고 만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며 읽는다면 훨씬 더 즐거울 것이다. 제목에도 드러나 있지만 주인공 탐정과 조수 아리사 모두 앨리스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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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호/〈북스피어〉 편집장 joe@booksfe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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