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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북 출신 공작원도 등장 ‘흥미진진’

등록 2007-12-07 20:17

〈문라이트마일〉
〈문라이트마일〉
장르소설 읽기 /

〈문라이트마일〉 오타가키 야스오 지음·최윤희 옮김/서울문화사·전 10권·각 권 3500원

현재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에스에프 몇몇은 소설이 아니라 만화 코너에 포진해 있다. 그 대부분이 일본 작품인데, 서양보다는 훨씬 더 우리 정서에 가까워서 감정이입이 수월하고 설득력도 높다.

<문라이트마일>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해 강대국들의 우주 진출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 만화이다. 이 작품은 우선 이야기의 짜임새가 치밀하다. 우주개발 과정에서 예상할 수 있는 사실상 모든 상황 변수들이 설정에 고려되어 있고, 그에 더해서 국제 정치역학의 냉엄한 논리 구사로 낭만주의를 일절 배제했다. ‘우리 현실 세계의 미래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겠구나’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감탄스러운 것은 그런 구성을 시종여일하게 끌고 가면서도 드라마를 결코 희생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각기 자신을 뚜렷하게 각인시키고 있는 강렬한 캐릭터들이 지루할 틈이 없도록 극적인 드라마들을 계속 이어간다. 치밀한 구성과 가슴을 파고드는 드라마의 유기적인 결합도 흠잡을 데 없다.

근년 들어 중국은 유인우주선을 발사하고 달 탐사위성도 쏘아 올리면서 본격적으로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1960년대 말에 달에 사람을 보냈지만 그 뒤로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는 미국은 이제 옛 소련 대신 중국이라는 새로운 라이벌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시장경제의 논리로 보면 달은 막대한 자원을 품고 있는 보고인데, 그동안 아무도 엄두를 못 냈지만 이제 중국이 유력하게 대두하는 상황인 것이다. <문라이트마일>은 바로 이런 상황을 예견하여 배경으로 삼고 있다.

한국 독자로서 각별히 흥미로웠던 에피소드는 9권에 등장하는 ‘공화국 공작원’ 이야기다. 달은 자전주기와 공전주기가 거의 일치해서 지구에서는 항상 같은 면만 보이는데, 그런 조건을 이용해 미국은 달의 뒷면에 아무도 모르게 우주군 기지를 건설해 놓는다. 중국에서는 미국 우주군의 존재에 대해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지만, 확증이 없어 애를 태우다가 치밀한 공작을 전개한다. 미항공우주국(NASA) 등의 주도로 달 표면에 건설된 다국적 우주기지에 요원을 침투시킨 것이다. 테러와 사보타주가 계속 일어나자 기지는 공포와 혼란에 휩싸이고, 마침내 ‘정체불명의 테러리스트는 과연 무엇을 의도하는 건가’가 쟁점이 된다. 단순히 기지 파괴가 목적이라면 진작 날려버릴 기회가 많았던 것이다.



박상준의 장르소설 읽기
박상준의 장르소설 읽기
마침내 사태의 핵심이 드러난다. 기지를 끊임없이 불안에 노출시켜 극비 존재였던 미국 우주군이 출동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되는 상황을 만드는 것. 결국 달 뒷면에 몰래 숨어 있던 미군은 전 세계인들의 눈앞으로 훤하게 노출되고 만다.

그런데 혼자의 힘으로 미국 정부를 굴복시킨 이 공작원은, 작품에서 한 번도 구체적으로 언급되진 않지만 한반도 북쪽에서 왔음이 암시된다. 아마도 해외에서 창작된 모든 에스에프(소설·만화·영화)를 통틀어 가장 존재감도 뚜렷하고 설득력 있는 ‘코리언’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박상준/월간 <판타스틱> 편집위원 psj@fantastiq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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