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24개의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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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24개의 관〉
재닛 에바노비치 지음·류이연 옮김/시공사·1만원 미스터리 세계에는 많은 탐정들이 있다. 심리학자나 수학자처럼 한 분야의 전문 학자일 때가 가장 흔하고, 신부나 요리사처럼 엉뚱한(?) 직업을 갖기도 한다. 그래도 2류 란제리 업체에서 일하다 실직한 경력을 지닌 탐정은 아마 없을 것이다. 여기 소개할 스테파니 플럼처럼. 스테파니는 6개월 동안의 고단한 백수 생활을 지나 겨우 사촌의 회사에서 보석금 채무자 추적 일을 하고 있는 서른 살의 이혼녀다. 란제리 업체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 재능을 탐정업에서 찾았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원래의 직장에서 조용히 일하는 게 본인이나 가족을 위해서라도 좋았을 법한 사람이다. 총기 면허는 있으나 공포증이 있어 총을 망치와 비슷한 용도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고, 완력이 있거나 무술 유단자도 아니며, 안타깝지만 얼굴로 범인을 제압할 만큼 대단한 미인도 아니다. 계획보다는 본능적 대담함, 아니 무모함으로 사건을 휘젓고 다니다 뻔뻔스러움으로 위험과 맞선다. 〈사라진 24개의 관〉은 이러한 우리의 ‘히로인’이 벌이는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두 번째 사건 파일이다. 스테파니의 이력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시리즈는 대개의 추리소설에서 풍기는 암울하며 잔혹하고 으스스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시종일관 유머가 끊이지 않는다. 이런 장르를 ‘코지(cozy) 미스터리’라고 부른다. 범죄의 긴장과 온몸을 옥죄는 스릴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편안하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는 이러한 특성을 잘 살린 유머 미스터리이자 은근한 로맨스까지 결합시킨 수작이다. 지은이 재닛 에바노비치는 본디 로맨스 소설 작가였으나 이 시리즈를 통해 단숨에 미스터리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영국추리작가협회 유머 미스터리 상을 받기도 한 이 책은 전작 〈원 포 더 머니〉에 이어 스테파니의 활약을 본격적으로 이어간다. 전작이 등장인물과 상황 소개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제법 사건도 구체화되고 이야기의 흐름과 구성도 단단해졌다. 그럴듯한 결말 또한 미스터리 소설답다. 이런 시리즈의 매력이자 단점은 권수가 더할수록 등장인물에게 빠져 중독이 되고 만다는 것인데, 이제 두 권이 나왔을 뿐이니 나머지 열한 권은 어찌 기다릴까 싶기도 하다.
스테파니만큼 인내심이 부족한 독자들을 위해 코지 미스터리 몇 편을 더 소개한다. 작은 마을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한나가 이런저런 고생을 하며 범인을 쫓아다니는 조앤 플루크의 〈한나 스웬슨〉 시리즈는 각 권마다 빵이며 과자들의 레시피까지 실린 인기작. 저절로 커피를 마시고 싶게 만드는 클레오 오일의 〈커피하우스 살인사건〉도 빠뜨리기 아쉬운 작품이며, 제목부터 하드보일드 냄새를 폴폴 풍기는 오기와라 히로시의 〈하드보일드 에그〉도 긴 겨울밤을 위해 챙겨 두기로 하자.
임지호/〈북스피어〉 편집장
joe@booksfear.com
재닛 에바노비치 지음·류이연 옮김/시공사·1만원 미스터리 세계에는 많은 탐정들이 있다. 심리학자나 수학자처럼 한 분야의 전문 학자일 때가 가장 흔하고, 신부나 요리사처럼 엉뚱한(?) 직업을 갖기도 한다. 그래도 2류 란제리 업체에서 일하다 실직한 경력을 지닌 탐정은 아마 없을 것이다. 여기 소개할 스테파니 플럼처럼. 스테파니는 6개월 동안의 고단한 백수 생활을 지나 겨우 사촌의 회사에서 보석금 채무자 추적 일을 하고 있는 서른 살의 이혼녀다. 란제리 업체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 재능을 탐정업에서 찾았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원래의 직장에서 조용히 일하는 게 본인이나 가족을 위해서라도 좋았을 법한 사람이다. 총기 면허는 있으나 공포증이 있어 총을 망치와 비슷한 용도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고, 완력이 있거나 무술 유단자도 아니며, 안타깝지만 얼굴로 범인을 제압할 만큼 대단한 미인도 아니다. 계획보다는 본능적 대담함, 아니 무모함으로 사건을 휘젓고 다니다 뻔뻔스러움으로 위험과 맞선다. 〈사라진 24개의 관〉은 이러한 우리의 ‘히로인’이 벌이는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 두 번째 사건 파일이다. 스테파니의 이력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시리즈는 대개의 추리소설에서 풍기는 암울하며 잔혹하고 으스스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시종일관 유머가 끊이지 않는다. 이런 장르를 ‘코지(cozy) 미스터리’라고 부른다. 범죄의 긴장과 온몸을 옥죄는 스릴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편안하고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는 이러한 특성을 잘 살린 유머 미스터리이자 은근한 로맨스까지 결합시킨 수작이다. 지은이 재닛 에바노비치는 본디 로맨스 소설 작가였으나 이 시리즈를 통해 단숨에 미스터리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영국추리작가협회 유머 미스터리 상을 받기도 한 이 책은 전작 〈원 포 더 머니〉에 이어 스테파니의 활약을 본격적으로 이어간다. 전작이 등장인물과 상황 소개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제법 사건도 구체화되고 이야기의 흐름과 구성도 단단해졌다. 그럴듯한 결말 또한 미스터리 소설답다. 이런 시리즈의 매력이자 단점은 권수가 더할수록 등장인물에게 빠져 중독이 되고 만다는 것인데, 이제 두 권이 나왔을 뿐이니 나머지 열한 권은 어찌 기다릴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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