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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책읽기가 ‘문제아들’에게 준 기적

등록 2007-07-13 19:18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한미화의 따뜻한 책읽기 /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에린 그루웰 지음·김태훈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1만1000원

방학 때 뭐 하냐고 괜히 물었구나 싶게 어학연수가 계획된 아이들이 태반이다. 나로선 엄두도 못 낼 큰 돈을 들여 1~2년 예정으로 아이들과 함께 외국으로 떠나는 부모도 종종 보인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사교육을 통해 새로운 계급사회가 형성되는구나 싶어 불안감이 엄습할 때도 많다.

아무리 헤아려 봐도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아이에게 남다르게 해준 일이라고는 두 가지 남짓하다. 하나는 기분 내킬 때에 불과하지만 어쨌거나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준 일과 몇 가지 금지 사항이 있기는 하지만 원하는 만화책을 대체로 사준 일이다. 간혹 내 직업 때문에 아이가 책을 많이 읽는 줄 지레짐작하고 인사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마다 아주 멋쩍다. 주로 만화책만 보기도 하려니와 요즘 같은 세상에 책을 많이 읽는 게 자랑거리나 되나 싶은 생각도 들어서다.

물론 책읽기는 때로 마술을 부린다.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는 책읽기를 통해 기적을 경험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다. 인종차별·마약·폭력이 난무하는 롱비치 윌슨 고등학교에 신참 선생이 부임한다. 그루웰 선생의 친구들이 ‘몸치장 대신 방탄조끼’를 입고 가라고 충고를 할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다. 1학년들은 새로 부임한 그루웰 선생이 첫 주에 그만둘까 아니면 하루밖에 못 견딜까를 두고 내기를 한다.

그루웰 선생이 택한 건 바보 같은 설교 대신 아이들의 현실과 관계 있는 소설을 골라 읽히고 아이들 스스로 영화를 만드는 식의 책읽기 수업이다. 네 살 때 죄수복을 입은 아버지를 본 기억이 상흔으로 남은 아이는 소년원에서 나온 10대가 주인공인 소설을 읽고 나자 비로소 자기의 아픔을 표현한다. 아이들은 그루웰 선생과 함께 〈안네 프랑크〉 〈즐리타의 일기〉 〈호밀밭의 파수꾼〉 〈컬러 퍼플〉 등을 차례로 읽는다. 안네 프랑크나 즐리타뿐만 아니라 아이들 역시 인종문제로 홀로코스트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감정이입을 하자 삶을 되돌아보게 되고 서서히 치유를 경험한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가 그랬듯 아이들도 일기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펴내는 글쓰기 프로젝트도 시도한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일기를 통해 아이들은 인종차별·강간·마약·알코올 중독·아동학대 등 자신이 겪은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친구의 일기를 함께 읽으며 공통점을 발견하고 고통을 나누고 드디어 세상과 소통하는 공동체를 이룬다. 책읽기와 일기 쓰기가 폭력을 대신했다. 기적이 있다면 바로 이런 일이다.

이쯤 되면 교육에 관심 많은 우리 부모들은 이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학생들이 유시엘에이(UCLA) 같은 명문 대학에 진학했다.

책을 읽는다고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윌슨 고등학교의 아이들처럼 책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인생에서 어쩌면 학업보다 중요할 정서를 치유받을 수 있다. 가장 저렴한 감정과 인성 교육법이 있다면 바로 책읽기가 아닐까.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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