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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너무 아름다워 눈물나는 아이들

등록 2007-05-18 16:32수정 2007-05-18 20:58

<내가 만난 아이들>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양철북 펴냄
<내가 만난 아이들>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양철북 펴냄
한미화의 따뜻한 책읽기 / <내가 만난 아이들>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양철북

하이타니 겐지로는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동화작가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나 <태양의 아이> 같은 작품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의무방어전을 치르는 심정으로 처음 <태양의 아이>를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서투를 정도로 소박한 문체 때문에 이 책이 그 책이 맞나 의아심이 들었다.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감동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는데, 지루한 도입부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도 상황은 비슷했다. 감동받을 준비는 모두 갖췄건만 어디에서 감동을 받아야 할지 난감했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데쓰조가 고다니 선생님께 편지를 쓰는 순간까지 기다려야 눈물 몇 방울이 허락된다. 참고 기다리는 자에게 눈물이 있나니!

나로 말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 책을 읽으며 울고 웃는 것인데, 이런 자극적 취향을 만족시키기에 하이타니의 글은 소박하고 투박했다. 이쯤에서 하이타니에 대한 호기심을 거둘까 했는데 그를 다시 보게 한 책을 만났다. 최근 개정판이 나온 <내가 만난 아이들>이다. 하이타니가 살아온 삶과 교사생활 중 만난 아이들을 통해 자신의 문학이 존재할 수 있었던 과정을 들려주는 자전 에세이다. 이 책을 통해 비로소 하이타니의 동화를 이해했다. 그리고 어줍지 않게도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결정적으로 책을 읽으며 드디어 엉엉 울었다. 이번에 나온 개정판을 보면서도 또 울었다. 원래 시도 때도 없이 잘 우는 편이지만 하이타니가 만났던 아이들을 한명한명 만나다보면 왜 그리 눈물이 나는지, 그렇게 울며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감사하고 속죄하는 작은 정화의 순간을 만나게 된다.

하이타니는 가난 때문에 고생하다가 야간고등학교와 대학에 진학해 그토록 바라던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다. 선생님이 되어 17년간 아이들을 가르쳤다는데 그때 여러 아이들을 만났다. 오카모토 로쿄도 그 중 한 아이다. 하이타니의 말에 따르면 눈빛이 선하고 상냥한 아이였고 당시 열한 살이었다고 했다. 아빠가 실업자라 가난과 싸우며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아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이가 수학여행 적립금을 붓고 있던 통장을 가져와 그 중에서 일부를 찾고 싶어 했다.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하이타니는 그 까닭을 듣고 동의했다. 다음날은 수업참관일이었고, 료코의 어머니는 새 원피스를 입고 교실 뒤에 서 계셨다. 세상에 어떤 원피스가 료코의 어머니가 이날 입은 옷만큼 아름답겠는가.

아오야마 다카시라는 여섯 살인데, 엄마에게 버림받았다. 하지만 빵을 사먹을 돈으로 동생의 장난감을 사놓고는 엄마가 동생과 함께 오기를 기다린다. 여섯 살 어린이가 대체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절망 앞에서도 인간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아이들의 긍정성은 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이 아이들 앞에서 비루한 어른들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하이타니는 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이 아이들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아이들을 통해 인간에 대한 믿음을 배웠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나면 ‘너의 인생이 둘도 없이 소중하듯 너희가 모르는 인생도 둘도 없이 소중하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모르는 인생을 사랑하는 일이다’라는 하이타니의 문학관이 어디로부터 연유했는지 눈물겹게 알게 된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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