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왕년의 스타들이 그라운드에 쓴 ‘드라마’

등록 2007-04-05 16:41

 <야구의 추억-그의 141구는 아직도 내 마음을 날고 있다> 김은식 지음. 뿌리와 이파리 펴냄. 1만1000원
<야구의 추억-그의 141구는 아직도 내 마음을 날고 있다> 김은식 지음. 뿌리와 이파리 펴냄. 1만1000원
잠깐독서 /

프로야구. 1982년에 태어나 올해로 벌써 만 스물다섯의 건장한 청년이 됐다. 온갖 숫자와 기록으로 겉치장을 했지만, 그를 살찌운 것은 ‘이야기’였다. 그라운드 위에서 펼쳐지는 희로애락의 드라마를 보면서 사람들은 울고, 웃었다. 끝이 해피엔딩이건 아니건 상관 없었다. 그들은 ‘순간’을 즐겼고, 그 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추억’이 됐다.

<야구의 추억>(뿌리와 이파리)은 제목 그대로, 야구팬들의 머릿 속에 박제돼있는 1980·90년대 활약했던 야구선수들의 추억을 끄집어낸다. “김홍집은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코끝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을 한쪽 팔뚝으로 닦아냈다. 먼 훗날 그는 그것이 눈물이 아니라 땀방울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코끝이었든, 가슴 속이었든, 분명 눈물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제 지는 것 따위로는 눈물을 흘릴 리 없을 만큼 굳은 살이 박힌 돌핀스 팬들의 가슴에도 뜨끈한 눈물이 흘렀다.” 태평양 돌핀스의 김홍집은 1994년 엘지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41구를 던지면서 분투했지만, 김선진의 끝내기 한방으로 무릎꿇었다.

글쓴이는 이렇듯 박철순이나 김성한처럼 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들 뿐만 아니라, 안타까운 패배자가 됐던 선수들에 대한 추억도 반추해낸다. 1982년을 “만루홈런으로 시작해 만루홈런으로 저물게” 했던 ‘비운의 투수’ 이선희나, “109번의 승리와, 그보다도 한번 더 많은 무려 110번의 패전”을 당했던 장호연 등의 이야기가 그렇다. “기록만으로는 그들이 흘렸던 땀과 그 정직한 결과였던 땀이 채 반영되지 않아서” 기억과 이야기로나마 그들을 보다듬고 감싸안는다. 이외에도 ‘원조 소방수’ 권영호와 ‘레이더스의 수호신’ 조규제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져 있다.

31명 선수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개별적으로 펼쳐진다. 하지만 공통점을 갖고 있다. “막막한 바다 한가운데서 허우적거릴 용기와 의지를 갖고” 역전과 감동의 드라마를 펼쳐낸 사나이들의 진한 땀냄새가 그것이다. 글쓴이의 아련한 추억담이기는 하지만 “무조건 이기는 것만이 선이라고, 그리고 길이 후세에 남을 기록만이 사실이라고 외치는 우리 삶”도 되돌아보게 한다. 동시에 대박의 꿈만을 쫒아 경기 중에 몸을 던지기보다는 오히려 몸사리기에 급급한 2000년대 야구 선수들에 대한 꾸지람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