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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기자들이여! 그 앞에서 무릎을 꿇어라

등록 2007-03-22 19:44수정 2007-03-22 19:50

<존 리드 평전> 로버트 A. 로젠스톤 지음. 정병선 옮김. 아고라 펴냄. 1만9천원
<존 리드 평전> 로버트 A. 로젠스톤 지음. 정병선 옮김. 아고라 펴냄. 1만9천원
잠깐독서 /

중국 홍군과 그들의 무모한 장정을 신화로 만든 것은 에드가 스노였다. 스페인내전을 반동 파시스트에 맞선 숭고한 국제연대로 각인 시킨 것은 조지 오웰이었다. 깃발은 내려갔다. 이들이 없었다면 압도적 열광과 최고치의 연대는 기억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 앞에 러시아 10월 혁명의 충실한 기록자 잭 리드가 있다. 스노처럼 기자였으며, 오웰처럼 작가였던.

미국 포틀랜드의 중국인 하인이 딸린 대저택에서 태어난 리드는, 하버드대라는 이름값 아래 성공을 좇는 뻔한 부류였다. 남자다움, 명예, 수탉같은 우쭐거림, 연애, 사랑. 개츠비같은 그의 욕망은, 그러나 미국 노동자 파업과 멕시코 혁명을 보도하며 ‘느리고 고통스럽게’ 급진적이 된다. 현장을 먹고 자란 기자가 겪는 성장통은 뿌리부터 확실히 래디컬했다. 그는 “혁명적 시인의 상상력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사태”를 직감하고 러시아로 향한다. 1917년, 혁명과 반혁명의 열흘. 새로운 질서로의 이행. 그 혼돈과 열망의 현장을 그는 보았다.

러시아의 10월은 그의 손에서 ‘혁명의 시학’이 된다. 그가 두달만에 완성한 ‘세계를 뒤흔든 열흘’을 두고 레닌은 “모든 언어로 번역되기를 희망”했다. 미국은 그의 급진성을 체포하고 기소한다. 1920년 모스크바 코민테른에 참가한 리드는 발진티푸스에 걸리고, ‘미국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던 특파원’은 33살의 ‘혁명가’로 죽는다.

평전은 리드가 ‘라 마르세예즈’를 들으면 놀던 매음굴까지 찾아 들어가 그의 인간적 바닥까지 솔직히 들춰낸다. 그는 불완전한 혁명가였지만 완벽한 기자였다. 그의 친구가 혁명의 특파원에게 보낸 헌사 앞에 세상 모든 기자는 무릎 꿇어야 한다.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역사가 씌어졌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잭 리드와 함께 비로소 보도가 시작되었다고 말하겠어… 너의 기사는 문학이야.” 군중, 연설, 박수, 환호, 전단, 포스터, 붉은기. 평전을 원작 삼아 제작된 영화 ‘레즈’에서 리드(워렌 비티)의 사랑장면에 겹쳐지는 인터내셔널가가 흥얼거려진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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