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백두에서 한라 땅속까지 보여줍니다

등록 2007-03-29 19:48

<한국지형 산책>
<한국지형 산책>
땅 가치 재발견 ‘자연사 기행’ 읽고 지리교사로서 무지함 깊이 뉘우쳐
10년간 전국 60곳 샅샅이 발품 “땅 내력 알면 환경관심 커지겠죠”
책·인터뷰 / ‘한국지형 산책’ 펴낸 이우평 교사

한반도에 번성했던 공룡들의 흔적을 보여주는 고성 등지의 화석 얘기를 할 때 흔히 영화 <주라기 공원>을 쉽게 떠올린다. 언론들도 무심코 ‘주라기’를 주워섬긴다. 하지만 한반도에서는 “대천, 보령 앞바다 일대 등 일부지역을 빼면 주라기 지층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우리 땅의 중생대 지층은 백악기 때 형성된 게 대부분이다.” 그러니 ‘주라기 공원’이 아니라 ‘백악기 공원’이 맞겠다.

서울 북한산은 마그마가 지각 틈새를 비집고 밀고 올라오다 지하 4~10㎞쯤에서 멈춰 서서히 굳은 어마어마한 화강암 덩어리다. 그게 지표로 급히 분출됐으면 구멍 숭숭한 현무암이 됐을 것이다. 그 화강암 덩어리가 지반 융기와 함께 솟아오르면서 풍화되고 인수봉, 백운대가 남았다.

대관령이 인근 강원도 평창군 횡계고원, 강릉시 고루포기산, 태백시 매봉산, 삼척시 덕항산 일대, 그리고 덕유산과 마이산이 있는 무주, 진안, 장수고원 등지가 심하게 망가지고 있다. 고랭지 채소밭과 목장들 때문이다. 1991년 4742㏊였던 강원도 고랭지 재배면적은 2004년 9170㏊로 두 배가 됐다. 백두대간 전체가 허연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특정재배자들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모두의 자산인 숲이 급속히 파괴당하고 있다. “현대판 화전이다. 예날엔 먹을 게 없어 그랬다지만, 돈벌이를 위해 마구 늘려가는 지금의 고랭지 재배는 규제해야 옳지 않나. 농약에다 비료까지 뿌리면 토양도 오염되고 생태계 2차오염에 사람도 무사하지 못할거다. 악의 재생산이다.”

‘한국지형 산책’ 펴낸 이우평 교사
‘한국지형 산책’ 펴낸 이우평 교사
인천 신송고 지리교사 이우평(40) 선생님이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백두에서 제주 남쪽 이어도까지 전국 60곳을 샅샅이 뒤져 <한국지형 산책>이라는 두 권짜리 책으로 펴냈다. 이어도만은 여러 사정상 직접 가볼 순 없었지만 정말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사진 한 장 찍으려고 며칠씩 고생하기도 했다. 제아무리 좋은 카메라라도 도무지 현장감을 담을 수 없다. 1년 넘게 내용과 편집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며 애썼는데, 막상 책 펴놓고 보니 허탈한 구석도 있다.” 수백권의 자료를 뒤지고 전문가들 도움을 구했다. 때로는 다섯 식구가 함께, 때로는 혼자 며칠씩 집을 비웠다. 올 3월 신송고에 오기 전 3년간 백령도 백령종고에서 근무했는데, 그때 특히 많이 돌아다녔다. 방학이나 주말을 이용했다. “지역 곳곳에 선후배 동료교사들이 포진해 있어서 크게 신세졌다.” 신인천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간 등산도 활용했다. “그렇게 한 10년 걸렸다. 글쓰는덴 3년 정도 걸렸으나 편집하는데만 1년이 걸혔다. 구상하고 밑그림 그리고 사진 보완하고 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었다.”

<한국지형 산책>의 특징은 땅 거죽만이 아니라 땅 속까지 보여준다는 데 있다. 지금 드러나 있는 지형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그 역사와 형성 메커니즘, 구조, 성분을 파헤친다. 인문지리보다는 자연지리 쪽이다.

이 책 탄생에는 10여년 전 <자연사기행>(최영선)이라는 책으로도 묶여나온 <한겨레> 연재기사가 한 몫했다. “1995년 막 발령받은 초임교사 시절 그 걸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비전공 기자가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가며 우리 땅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그런 책을 내다니, 충격적이었다. 지리교사인 내가 우리 땅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던가, 뼈저린 뉘우침이 있었다. 그 전엔 그런 책이 없었다.“

그래서 지리학 전공자로서 더 충실한 책을 만들어보겠다 다짐했던 것이다. “산이나 명승지에 가서 그냥, 야호! 하고 내려오는 차원의 단편적인 여행보다는 그래도 땅의 내력까지 아는 과학적 안목을 갖게 되면 땅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더 생길 터이고 그러면 후손에게도 제대로 된 환경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이 동북공정이니 백두산공정이니를 한다는데, 우리가 그런 땅을 제대로 알아야 당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한국지형 산책>은 자연지리뿐만 아니라 인문적 요소도 가미하고, 땅에 관한 토막상식과 150여 컷의 3차원 입체화도 넣어 지질형성과정을 시각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800여 장의 현장사진들도 볼거리다. “아직 다루지 못한 곳을 담을 제3권도 준비하고 있다. KBS(한국방송) 같은 데서 ‘역사 스페셜’처럼 그래픽 등을 활용해 3차원 영상으로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런다면 모든 자료 다 넘겨주겠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