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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3월 31일 한국어 연습장

등록 2006-03-30 21:27수정 2006-03-31 16:43

한국어 연습장 (23)
말이 씨앗이 될 수 없는 까닭│씨:씨앗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자연스러운 말을 고르시오.

민들레 (씨가|씨앗이) 바람에 날린다.

봄은 농부들이 (씨를|씨앗을) 뿌리는 계절이다.

사랑은 눈물의 (씨라고들|씨앗이라고들) 하지요.

그는 이 땅에 평화운동의 (씨를|씨앗을) 뿌린 선구자였다.


[풀이]

‘씨’와 ‘씨앗’은 뿌리기도 하고 심기도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씨’가 쓰일 수 있는 곳에 ‘씨앗’이 쓰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말이 씨가 된다”는 자연스럽지만 “말이 씨앗이 된다”는 어색하다. “민들레 씨가 바람에 날린다”를 “민들레 씨앗이 ~”로 바꾸면 부자연스럽게 들린다. 또 ‘고추씨’ ‘포도씨’ ‘수박씨’는 있어도 ‘고추씨앗’이니 ‘수박씨앗’이니 하는 말은 쓰이지 않는다.

‘씨앗’은 ‘씨[種]’와 ‘갓[物]’이 만나서 생겨났다(‘씨갓’→‘씨앗’). ‘갓’은 ‘것’과 같은 말이다. 추상적?범주적으로 쓰이기도 하는 ‘씨’에 구체적 대상을 가리키는 ‘갓’이 붙음으로써 ‘씨앗’은 인간 활동의 실질적인 대상, 즉 ‘물건’으로 대접받게 된다.

‘씨앗’은 사람이나 동물에는 쓰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씨’와 다르다. 그러나 모든 식물에 ‘씨앗’을 쓰지는 않는다. 나무나 야생식물의 종자는 ‘씨’라고 한다. 식물 중에서도 곡식이나 채소같이 사람이 재배하는 작물의 경우에만 ‘씨앗’이라고 한다. 정확히 말해, 곡식이나 채소의 경우에만 ‘씨’와 ‘씨앗’이 모두 가능하다.

“희망의 씨앗” “평화의 씨앗”에서 보듯, ‘씨앗’이 비유적으로 쓰일 때에는 주로 긍정적인 대상과 어울린다. 이에 반해 ‘씨’는 “말썽의 씨” “분쟁의 씨”같이 주로 부정적인 일에 쓰인다. 하지만 “불행의 씨앗”이나 “비극의 씨앗”도 자연스럽게 들리는데, 그 까닭은 이렇다: 어떤 일의 단초가 사람의 능동적 개입 없이 저절로 자라나서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을 때는 ‘씨’가 어울리고, 사람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음에도 의도와 달리 부정적인 결과가 빚어졌을 때는 ‘씨앗’이 어울린다.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 자연스러운 이유는, 두 사람이 열렬히 사랑을 나누었음에도 슬픈 결말을 맞이했기 때문일 것이다.

‘씨’의 의미 폭이 ‘씨앗’보다 훨씬 넓다는 사실은 두 낱말이 비유적으로 쓰일 때 차이를 낳는 바탕이 된다(‘씨’⊃‘씨앗). “말이 씨가 된다” “씨를 말린다” “씨도 안 먹힌다” 같은 표현들은 ‘씨앗’이 넘볼 수 없는, ‘씨’만의 고유 영역이다. 한편 “씨가 다른 형제”나 “외간 남자의 씨를 받았다”에서 알 수 있듯이, ‘씨’가 사람에 대해 쓰이면 속된 느낌을 풍기게 된다. 사람을 동식물과 똑같이 대접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요약]

씨: 식물, 동물, 사람에 두루 쓰임|추상적 범주로 쓰이기도 함

씨앗: 곡식?채소의 종자|사람이나 동물에는 쓰이지 않음|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대상

[답]

씨가, 씨를|씨앗을, 씨앗이라고들, 씨앗을

김철호(번역가/도서출판 유토피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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