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백한 사람은 어떻게 유죄가 되는가
마크 갓시 지음, 박경선 옮김 l 원더박스 l 2만5000원 경찰과 검찰 조직은 수사와 기소의 성공률로 실력을 평가받는다. 그래야 조직에서 승진할 수 있고 유명해질 수 있고 자존감도 오를 수 있다. 범죄를 소탕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검·경이니 당연해 보이지만, 승소해야 한다는 압박이 공기처럼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어딘가 불안하다. 이런 공기 속에 갇혀 사고하다 보면, 가끔 형사사법제도는 엄정하지 못한 채 ‘휙휙’ 스쳐갈 수밖에 없다. “터널 시야는 우리 시스템 안에 만연해 있다.” 전직 검사로 대학 교수인 저자 마크 갓시는 ‘터널 시야’를 오판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책의 원제는 ‘맹목적인 부정’이다. 사건을 해결하려는 사명감과 의지, 또는 다양한 오류적 사고에 갇혀 제대로 된 법리적 판단을 못하는 여러 미국 사례들이 소개돼 있다. 형사사법제도의 이름으로 무고한 이들이 수십년씩 감옥살이를 하거나 법원의 이름으로 살인까지 한 역사가 있는 한국 독자들에게는 익숙한 주제이다. 책은 검·경뿐 아니라 변호인단, 배심원단, 과학수사까지 불완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학수사의 외피를 쓰더라도, 보고 싶은 것을 더 크게 보는 ‘확증편향’의 영향을 받는다면 결론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미국에서는 무죄라 판단된 325건 중 잘못된 포렌식이 주요 원인인 사례가 47%나 됐다. 또 경찰이나 법조인들이 스스로가 정의를 실현하는 좋은 사람이라는 ‘대의’에 갇히면 모든 사람을 적 또는 부패한 이들로 보기도 했다. 일은 많고 보수가 적은 국선변호인 문제는 미국도 똑같았다. 결국 인간의 결함을 인정하고 개선하기를 겁내지 말아야 좁고 편협한 터널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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