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혜의 다시 만난 여성
미즈노 루리코 지음, 정수윤 옮김 l 읻다(2022) 헨젤과 그레텔을 마녀의 숲으로 몰아넣은 것은 폭력과 굶주림이었다. 어린 남매는 돌멩이와 빵 부스러기를 떨어뜨리며 가는 길을 표시하지만, 새들이 빵 부스러기를 먹어버리는 바람에 돌아가는 길을 잃고 만다. 버림받은 남매는 부모의 학대에서 출발해 마녀의 집이라는 또 다른 폭력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이내 새로운, 그러나 어딘가 낯익은 공포가 시작된다. 동화 속 남매는 마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용기와 꾀를 내어보지만, 현실의 공포에 사로잡힌 어린 남매에게도 그런 여지가 주어질까? 더욱이 그 현실의 공포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최악의 전쟁으로 평가받는 2차 세계대전이라면? 심지어 그들이 대공습을 피해 숨어든 방공호의 위치가 전범국이자 패전국인 일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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