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지음 l 문학과지성사 l 1만4000원 계단, 발코니, 지하실, 다락방, 욕조. 이들 ‘장소’는 물리적인 공통점은 없지만, 상상력을 조금만 발휘하면 유사점 찾기는 어렵지 않다. 예컨대 이런 거다. 서로에게 혼절할 만큼 탐닉하는 연인이 마주 선 좁은 계단, 고백의 언어가 점령한 발코니, 짧은 입맞춤이 벌어진 어둑한 지하실이나 다락방, 서로의 몸에 스며들기 위해 안달하며 따스한 물에 몸 담근 연인이 고른 욕조라고 상상하면 말이다. “사랑이라는 사건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장소가 필요하다.” 특정한 장소가 그들 연인들의 ‘장소’가 되기 위해선 “사랑의 ‘수행성’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기에 “어떤 특정한 장소들은 ‘사랑-하다’의 행위를 통해 ‘장소-하다’의 자리가 될 수 있다.” 결국 “연인들은 장소를 발명”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장소의 연인들>은 이렇게 “장소와 연인들의 공동체” 개념 탐구로 시작해, <로미오와 줄리엣> <책 읽어주는 남자> <큐 식물원> <너무 시끄러운 고독> <단순한 열정> <어렴풋한 시간> 등 수십편이 넘는 문학 작품 속 연인들의 장소를 골라내 그 개별성을 추앙한다. 온갖 문학 속 ‘장소’를 작가만의 잣대로 사유하는 아주 희한하고 진기한 텍스트가 종횡무진 마음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익명의 ‘나’와 ‘그’의 교차 시선마저 덧붙여 저자가 그동안 작업해온 ‘익명 에세이’ ‘픽션 에세이’의 트랙을 연장한다. 문학평론가인 저자 특유의 사유체계에 기꺼이 편입하게 만드는 이 책은 “비대면 시대에 접촉의 장소성을 사유하는” “사고실험”인 동시에 어찌 보면 숨 막히게 지적인 에로티시즘 생각 놀이터다. 다양한 국내 필자들의 사유를 담는 시리즈 ‘채석장 그라운드'의 첫 출간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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