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100년의 변천
혁명에서 ‘신시대’로
이희옥·백승욱 엮음 l 책과함께(2021)
1921년 7월, 불과 50여명의 당원으로 출발한 중국공산당은 현재 9천만명이 넘는 당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정당이며 지난 2021년 창당 100년을 맞이했다. 미약한 규모로 출발한 정당이 이토록 오래 존속하기도 어렵지만, 한 정당이 이토록 오래 통치한 역사를 찾기도 어렵다. 게다가 그 나라는 55개 소수부족이란 다양한 문화와 인종을 아우르는 하나의 문명이자, 거대한 대륙이다. 소련과 동유럽이 몰락하는 격변의 와중에도 중국공산당은 여전히 성공적으로 통치하고 있으며, 어느덧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수 있는 중국을 건설했다.
한국의 중국 연구자들이 펴낸 <중국공산당 100년의 변천>은 중국공산당 100년의 역사를 이론·노선 투쟁, 외교 전략, 경제와 노동, 젠더 정책 등 다방면에 걸쳐 두루 살피고 있다. 중국공산당 100년사를 통사적으로 접근한 책이 아니라 연구자들 각자가 자신의 분야에서 연구해온 성과들을 가감 없이 엮었다. 이 책은 중국공산당 100년을 혁명기, 사회주의 건설기, 개혁개방기로 구분하고, 현재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체제를 ‘신시대’로 호명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가 세 차례에 걸쳐 ‘새로운 중국’(신중국)을 만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편의상 지도자의 이름으로 시대를 구분하면 첫번째는 마오쩌둥 시대의 중국이다.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마오쩌둥은 1949년 10월1일, 톈안먼에 올라 중국공산당이 통치하는 중화인민공화국(‘중공’) 건국을 선언했다. 우리가 만난 첫번째 신중국, ‘중공’이었다. 두번째는 1992년 8월24일 한중 수교로 만나게 된 신중국이다. 한중 수교 직전이던 1월18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덩샤오핑은 중국의 우한, 선전, 주하이, 상하이 등을 시찰하고 ‘남순강화’를 발표했다. 1989년 톈안먼 사건 이후 공산당 내 보수 세력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을 두고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로 논쟁 중이었다. 덩샤오핑은 남순강화를 통해 “자본주의에도 계획이 있고 사회주의에도 시장이 있다”며 개혁개방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을 천명했다. 우리가 만난 두번째 신중국, 개혁개방의 중국이다.
지난 2021년 11월11일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 폐회와 함께 중국공산당은 공보를 통해 ‘중국공산당 100년 분투의 중대한 성과와 역사적 경험에 관한 결의’(3차 역사결의)를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 이어 중국공산당 100년 사상 세번째 ‘역사결의’였다. 7400여자 분량의 공보 중 시 주석의 업적이 절반을 차지했고, 그의 이름이 17차례나 등장했다. 이와 달리 마오쩌둥은 7회, 덩샤오핑은 5회 언급에 그쳤다. 결국 시 주석은 지난 10월 중순, 제20차 당대회를 통해 원로와 반대파들을 축출하고, 최측근을 포진시키며 3연임을 확정 지었다. 이는 우리가 알던 과거의 중국과 다른 새로운 중국, 세번째 신중국의 출범을 의미한다.
흔히 중국을 일당 통치의 당-국가체제, 최고 지도자에게 권력이 집중된 권위주의 체제로 간주하기 쉽다. 그러나 한국의 양당 체제가 보수정당 간의 정권교체에 그친다는 비판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중국공산당 역시 시기별로 당내에서 수많은 주의·주장과 노선의 쟁투를 통해 정권 교체에 준하는 일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갈등은 때로 정치적 억압이나 폭력적인 양상을 빚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의 발전을 견인해왔다. 문제는 지금 우리 앞에 와 있는 중국의 모습이 낯설고 위태롭다는 것이다.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전성원/<황해문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