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폴 크루그먼의 15년치 담론
실패해도 죽지 않는 우파의 좀비정책 톺아
여전히 유효한 통찰에 ‘공공지식인’ 태세도
실패해도 죽지 않는 우파의 좀비정책 톺아
여전히 유효한 통찰에 ‘공공지식인’ 태세도
폴 크루그먼은 우파들의 가장 지독한 좀비 논리로 ‘부자 감세론’을 꼽는다. 그래픽 동혜원 hwd@hani.co.kr
나쁜 신념과 정책은 왜 이토록 끈질기게 살아남는가
폴 크루그먼 지음, 김진원 옮김 l 부키 l 2만5000원 신과 왕에게 귀속되던 ‘부’(富)를 지상에 분배하려던, 이를테면 저항적 테제가 근대 경제학의 시원이다. 지옥에 가더라도 고리대금업을 한다는 삶은 있게 마련이라 도저한 생존욕구를 외면하는 신과 교리는 ‘신용’을 잃어갈 수밖에 없었고, 왕실과 자본(상인)의 결탁에 결국 <국부론>(애덤 스미스, 18세기)이 태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리카도, 마르크스, 베블런은 어떤가. 그건 마치 신의 지구를 인간의 지구로 ‘재모형화’하려던 갈릴레이의 목숨 건 전환(17세기)을 연상시키는데 작금의 경제학(자)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지를 물을 때 당사자들로부터 들을 만한 독백들이 궁금해진다. ‘공공 지식인’ 폴 크루그먼에 대해 얘기할 때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그의 이론을 되짚자거나 저명한 경제학자의 미래 전망을 되묻잔 뜻이 아니다. 그 모든 분석과 통찰은 폴 크루그먼이면서도,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1984> <동물농장>과 조지 오웰의 관계와 같다. 각각은 조지 오웰이지만 좌파 지성인 오웰에 미치지 못하고, 마침 17년치의 기록물인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로 당대별 논지와 일생의 태도가 선명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지성인으로서의 생애 궤적을 부감하는 방편이다. 15년치 필술과 연구 규칙, 태세까지 담아낸 신작 <폴 크루그먼, 좀비와 싸우다>에 주목하고, 더해 내년 일흔살이 되는―어느새―원로학자의 ‘나는 왜 경제학자인가’라 이르는 까닭이다. 학자이자 미국 신문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로 쌓아온 세평에서 알 수 있듯, 그는 현실 진단과 참여적 발언에 누구보다 헌신적인 학자다. 말하자면 경제학의 뿌리를 체화하는 자고, 경제학자의 전제적 자질로서 ‘집요함’을 표본화하는 자다. 둘은 결부되어 있다. 정치경제계의 특정 이념과 정책이 논박되고 실패로 판가름나도 거듭 눈을 치켜뜨고 살아나 중생을 기만하고 “뇌를 파먹는” 좀비적 세력은 지속되고, 그를 방임해선 경제학의 본분을 이루기 어렵다. 말마따나 “(허위에 맞서) 선의에 바탕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처럼 계속 행동하는 것.”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출근길 도어스테핑 도중 취재진의 부자 감세 관련 질문에 “그럼 하지 말까?”라고 웃으며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해 11월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불평등끝장 2022 대선유권자네트워크 주최로 부자 감세 추진하는 거대 양당 규탄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자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종부세 폐지 공약 등을 비판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장의 풍경1. 폴 크루그먼이 세운 연구 규칙. 첫번째가 “타 분야 전문가의 말에 귀 기울여라”다. 이어 질문을 의심하라, 기꺼이 우스워져라, 마지막으로 단순화하라. ‘나의 연구방법론’
문장의 풍경2. 폴 크루그먼이 전문가로 활동할 때의 규칙으로 세운 4가지. 1. 항상 쉬운 내용으로 다루자, 2. 영어로 쓰자, 3. 부정직에 정직하자, 4. 동기를 밝히기를 두려워 말자. ‘서문: 선한 싸움’
문장의 풍경2. 폴 크루그먼이 전문가로 활동할 때의 규칙으로 세운 4가지. 1. 항상 쉬운 내용으로 다루자, 2. 영어로 쓰자, 3. 부정직에 정직하자, 4. 동기를 밝히기를 두려워 말자. ‘서문: 선한 싸움’
문장의 풍경3. 폴 크루그먼의 어조는 때로 강렬하다. “공화당은 그저 사악한 이념만 쫓는 게 아니다. 현재로서는 사악한 존재 자체다.” ‘기후 변화 부정론자들의 악행’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69). 런던정경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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