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달 31일 코로나19 백신 관련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 의료단체와 대구시가 정부에 제안한 ‘화이자 백신 3천만명분 도입’이 사흘 만에 ‘허무한 해프닝’으로 끝났다. ‘(협상이) 가시적인 단계에 왔다’며 설레발친 권영진 시장 처지가 무색해지게 됐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3일 “(제약회사가 아니라 제3자가 백신을 공급해주겠다는) 이런 제안이 종종 있어서 원래 해프닝으로 끝났을 문제인데 이번엔 공개돼서 필요 이상으로 다뤄지는 것 같다“며 “해프닝성 사건이라 결론적으로는 저희가 추가 도입 협의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화이자 본사는 해당 백신의 진위가 의심된다며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구 의료기관협의체인 메디시티대구협의회는 지난 연말부터 화이자 백신을 유통하는 독일 한 유통회사와 화이자 백신 6000만회 분량(3000만명 분량) 수입 협상을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이 내용을 전달받은 대구시는 ‘백신 계약 권한이 중앙정부에 있다’며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일 코로나19 범시민대책회의에서 “백신 수급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 알고 메디시티대구협의회에서 다양한 경로로 도입을 추진해왔고, 최근에 가시적인 단계까지 왔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정부는 곧바로 “대구에서 제안한 무역업체가 공식적인 유통업체가 아니라 사실 여부가 의심되고, 국내로 정상 공급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3일에는 공식적으로 해프닝임을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3일 오후 브리핑에서 ”(백신 도입은) 그동안 메디시티대구협의회에서 논의해왔고, 대구시는 일부 지원해주는 정도였다”며 ”자세한 내용은 메디시티대구협의회에서 의견을 밝히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달자에 불과하다며 뒤로 빠진 모양새다.
하지만 권 시장의 가벼운 처신은 뒷말을 낳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김대진)은 논평을 내어 “코로나19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권영진 대구시장의 과욕이 부른 참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 권 시장 등 이번 논란의 장본인들은 책임지고 공식 사과하라”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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