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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의전행정관은 웃을 수 있을까?

등록 2021-02-25 04:59수정 2021-02-25 12:57

2007년 임기 5년차 맞은 노 전 대통령 곁에서 의전행정관 맡아
여야가 탐내던 행정 전문가…노무현 정신 잇겠다며 민주당 직행
낮은 인지도 열세 딛고 경선·본선에서 대역전극 노려
변성완(오른쪽) 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가 지난 13일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의 송기인(왼쪽) 신부를 찾아 세배를 했다. 송 신부는 변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수락했다. 변성완 예비후보 캠프 제공
변성완(오른쪽) 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가 지난 13일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의 송기인(왼쪽) 신부를 찾아 세배를 했다. 송 신부는 변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수락했다. 변성완 예비후보 캠프 제공
4월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를 가려내는 각 당 경선이 열흘가량 앞으로 임박했다. 국민의힘이 다음달 4일 본선 진출 후보를 결정하고 더불어민주당은 6일 1차 경선을 한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들 가운데 예비경선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자진해서 사퇴한 경우를 빼면, 24일 현재 예비후보 8명이 본선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겨레>는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도우려 예비후보들을 차례로 인터뷰한다. 인터뷰는 코로나19 사태 탓에 서면과 전화통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11일 변성완(가운데) 예비후보가 부산 강서구의 부산밥퍼나눔공동체 봉사자들과 함께 주먹밥을 만들고 푸드뱅크에서 공급받은 빵과 기부받은 칫솔로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이날 포장한 도시락은 부산역에서 노숙하는 200여명한테 전달했다. 변성완 예비후보 캠프 제공
지난 11일 변성완(가운데) 예비후보가 부산 강서구의 부산밥퍼나눔공동체 봉사자들과 함께 주먹밥을 만들고 푸드뱅크에서 공급받은 빵과 기부받은 칫솔로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이날 포장한 도시락은 부산역에서 노숙하는 200여명한테 전달했다. 변성완 예비후보 캠프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의전행정관은 누구일까. 변성완(56)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다.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나온 뒤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노 전 대통령의 의전행정관을 맡으며 지근 거리에서 일정을 챙겼다.

변 예비후보는 행정고시 동기 가운데 선두로 불렸다. 암기하고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났고 일 처리가 시원하고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시 기획관리실장(2급)·행정안전부 대변인(2급)·부산시 행정부시장(1급)까지 승승장구했다.

그를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격랑으로 떠민 것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다. 오 전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그는 지난해 4월23일부터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보궐선거 후보자로 떠올랐다. 코로나19와 가덕도신공항 등 굵직한 현안에 안정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지난달 26일을 끝으로 27년 동안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출마를 선언했다.

여야가 모두 그에게 손짓했지만 그는 민주당행을 선택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의전행정관이라는 이유 말고도 그의 부인 조규영씨가 영향을 미쳤다. 열혈 민주당원인 조씨는 서울시의원 3선과 서울시의회 부의장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노무현·문재인 전·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 불리는 송기인 신부로 이어졌다. 송 신부는 변 예비후보가 후원회장을 맡아달라고 하자 기꺼이 수락했다. 변 예비후보 부부가 설 다음날인 지난 13일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에 머무는 송 신부를 찾아가 세배하자 송 신부는 “꼭 이겨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사퇴하고 바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던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의전행정관은 부산시장에 당선되고 다시 노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활짝 웃을 수 있을까.

변성완 예비후보가 지난 21일 오전 사상터미널 인근에서 코로나 지역감염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봉사활동을 펼쳤다. 변성완 예비후보 캠프 제공
변성완 예비후보가 지난 21일 오전 사상터미널 인근에서 코로나 지역감염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봉사활동을 펼쳤다. 변성완 예비후보 캠프 제공

―부산시민들이 왜 변성완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부산은 가덕도신공항, 2030월드엑스포 유치, 북항 재개발, 경부선 효율화 등 부산대개조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차기 부산시장 임기는 1년 3개월뿐이다. 현황파악과 2022년 지방선거 준비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시정을 운영하는 기간은 8개월에 불과하다. 새 시장이 시정에 적응하기 위해 소요되는 6개월이 부산으로서는 잃어버린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시장을 맡아야 한다. 초보 운전자에게 맡길 수 없다. 9개월 동안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맡으며 현안들을 지휘한 베테랑 운전자인 내가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부산시장에 당선된다면 가장 실천하고 싶은 공약 3개는?

“거창한 미래비전보다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 극복이 제일 먼저다. 또 국민의힘이 23년 동안 하지 못했던 부산의 숙원사업 10여개를 문재인 정부와 함께 하나하나 계획을 세워 추진하겠다. 가덕도신공항과 함께 30년, 50년을 내다보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부산대개조 플랜을 정부와 협의해 연차 계획을 세워 차질없이 추진해나가겠다.”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견해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단순한 지역공항 건설 사업이 아니라 동남권이 다시 한 번 대한민국 경제의 주인공으로 도약할 수 있는 4차 산업시대에 대비한 경제체질 개선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지역균형개발의 핵심으로 부·울·경, 나아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가덕도신공항이 부·울·경 메가시티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도록 키워나가야 한다. 가덕도신공항은 부산대개조의 첫걸음이고 (철도·공항·항만의) 트라이포트 완성이다. 세계를 향한 부산의 웅비다.”

―부산시가 북항 재개발 2단계 구간을 진행하는 컨소시엄의 대표기관이 됐다. 부산시장이 된다면 2단계 구간을 어떻게 재개발할 것인가?

“북항재개발 1단계 사업이 항구의 재개발에만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고층건물과 상업시설이 마구 들어서 막개발 논란 있었다면 2단계 사업은 북항 주변 옛 도심의 발전을 고려해 추진하겠다. 2단계 사업의 개발이익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기반시설이나 공공시설 등으로 재투자할 계획이다.”

―부산은 여야 대결이 치열하다 보니 절반의 시장이라는 말이 있다.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치열한 여야 대결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2018년 민주당의 오거돈 시장이 취임하기 이전의 23년을 보면 한 번도 민주당이 시장이 된 적이 없다. 국민의힘의 일방적인 독주였다. 그러는 동안 부산의 인구는 줄고, 청년은 유출되고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2~3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부산 정권에서 부산의 현안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여야 갈등으로 인해 부산시가 발전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과연 그런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변 예비후보가 부산시장에 당선되려면 먼저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같은 당의 김영춘 예비후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여러 여론조사에선 김 예비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인지도가 낮기 때문이다.

변수는 있다. <문화방송>이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날에 맡겨 지난 8~9일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서 그는 선두를 달리는 박형준 국민의힘 예비후보와 1대1 가상대결에서 경쟁력을 보였다. 김 예비후보와 변 예비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28.9%와 25.5%였다. 격차가 3.4%포인트로 나타나자 변 예비후보 쪽은 “변 예비후보의 확장성이 본선 경쟁력이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인지도가 낮아서 지지율이 낮지만 본선에 올라 인지도가 올라가면 국민의힘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변 예비후보는 김 예비후보에 대해 “부산에서 정치를 오래 했고 다선 의원과 장관 출신이기에 인지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정치 신인다운 참신성과 저돌성 그리고 돌파력으로 부산 미래발전 구상을 진정성 있게 발표한다면 지지율은 따라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선 룰은 책임당원 50%, 여론조사 50%를 반영하도록 돼 있다. 김 예비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유리하지만 책임당원들이 변 예비후보를 압도적으로 밀어주고 정치신인에게 주는 20% 가산점을 더하면 변 예비후보의 역전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변 예비후보는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의 역전 가능성에 대해 “23년 동안 국민의힘 부산 정권이 하지 못한 일을 최근 2~3년 동안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부산 정권에서 실마리를 풀었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부산 발전을 위한 이런 성과들이 현실화하는 모습을 시민들께 하나하나 보여 주고 실천해 나간다면 지지율은 오를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행정 전문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면서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공직에 있을 때와 달리 정무적으로 갈등을 조정하고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것이 정치적 영역이기 때문에 아직은 조심스럽다. 이제는 민주당 당원으로서 보다 강력하게 부산의 목소리를 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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