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청계피복노조와 동일방직, 와이에이치(YH) 무역 등에서 해직된 노동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마지막 해고 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드라이브스루 희망차 행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마지막 해고 노동자’ 김진숙(60)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수백대의 ‘희망 차량들’이 19일 부산에 모인다. 한진중공업 사쪽의 정리해고에 맞서 2011년 전국에서 출발했던 ‘희망버스’가 코로나 시대에 탈바꿈한 형태로 9년 만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주최 쪽은 방역 수칙을 지키며 모든 행사를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김진숙 희망버스 기획단’ 등은 14일 부산 영도구 한진중 영도조선소 정문에서 ‘해고 없는 세상! 김진숙 쾌유와 복직을 바라는 리멤버 희망버스 출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획단은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기 위해 19일 오후 2시 영도조선소에서 희망차 행사를 연다”며 “입으로만 복직을 촉구하는 정치권에만 맡겨둘 수 없어 다시 ‘희망버스’의 이름으로 시민의 마음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최 쪽은 19일 전국 100여개 도시에서 출발하는 승용·승합차 350여대가 영도에 집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획단은 19일 행사 전에 김 지도위원을 복직시키라고 요구했다. 이달 말 정년을 맞는 김 지도위원이 명예를 회복하고 현장을 떠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지난 2009년 복직 판정에 이어 최근에도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재권고했고 지난달 부산시의회도 복직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사쪽과 채권단 등은 시간만 끌고 있다”며 “희망차 출발일 전까지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결단하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들머리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가운데)이 복직 촉구 기자회견에 앞서 참석자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김 지도위원은 최근 암이 재발해 수술을 앞두고 있다. 김영동 기자
주최 쪽은 행사를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켜 온라인·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9년 전 희망버스에 함께 올랐던 방식이 아니라 개별 차량 집회 방식으로 참여한다. 차 안에서 영상 편지와 엽서 보내기 등의 활동을 하고, 이런 활동은 별도의 무대 없이 유튜브로 생중계한다. 기획단 관계자는 “전국에서 차량 350여대가 참가하는데, 참가자들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기획단의 방송 프로그램에 따라 행사에 참여한다”며 “저녁 7시께 행사를 마친 뒤에도 지역에서 식사 등을 하지 않고 곧바로 해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획단은 또 “각 차량 탑승 인원 제한 등 세부 수칙은 논의 중인데, 정부의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1981년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용접공으로 입사한 김 지도위원은 1986년 2월 노조 집행부의 어용성을 폭로하는 홍보물을 배포했다가 그해 7월 해고됐다. 그는 2011년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에 맞서 영도조선소 안 85호 크레인(높이 35m)에서 1~11월 309일 동안 고공농성을 벌였다. 이 기간에 전국에서 1만여명이 1~5차에 걸쳐 희망버스를 타고 영도조선소에 와 김 지도위원을 응원했다. 그의 노력으로 동료들은 복직했지만 사쪽의 거부 속에 그만 해고 노동자로 남았다. 김 지도위원은 최근 암이 재발해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요구하며 20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은 “다시 출발하는 희망버스는 본인의 복직을 뒤로한 채 동료들을 위한 삶을 살아온 김 지도위원에게 보답할 기회”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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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들머리에서 ‘김진숙 희망버스 기획단’과 민주노총 부산본부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