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현장. 울산소방본부 제공
8일 밤 발생한 울산 33층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는 2시간 만에 큰 불길은 잡혔으나 강한 바람에다 건물 외벽에 남아 있던 불씨가 간헐적으로 계속 되살아나 15시간40분을 넘겨서야 전체 불길이 잡혔다. 진화에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도 사망 또는 중상자가 발생하지 않은 데에는 주민과 소방당국의 발 빠르고 적절한 대처가 도움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울산소방본부는 9일 오후 2시50분 이 아파트 화재의 불길을 완전 진화했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 화재는 전날 밤 11시7분께 12층 발코니에서 시작돼 9일 새벽 1시께 큰 불길은 잡혔으나 이날 오전까지 건물 상층부에서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화염이 피어올랐다가 꺼지기를 반복하며 계속됐다.
울산소방본부는 “건물 외장재가 애초 알려진 드라이비트가 아닌 알루미늄 복합 패널로 확인됐다. 패널 속에 숨어 있던 불씨가 바람을 타고 간헐적으로 불특정 층에서 계속 되살아나 화재 진압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복합 패널은 두 알루미늄판 사이를 실리콘 등 화학수지로 접착해 건물 외벽에 붙이는 것으로, 알루미늄 자체가 열에 강하지 않은데다 판 사이에 들어간 화학수지가 불에 잘 타기 때문에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이에 대응해 이날 부산·대구·경북·경남 등 인근 시·도 소방본부의 고가사다리차·고성능화학차 등 특수 소방장비와 펌프차, 물탱크차 등 특수장비를 출동시키고 소방헬기도 동원해 잔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또 건물 옥상과 15층·28층 등 피난대피층 등에 있던 주민 77명을 구조하고, 연기를 마시거나 찰과상을 입은 부상자 93명을 병원으로 옮겼다.
울산소방본부는 “부상자 중엔 소방대원 1명이 포함됐다. 대부분 경상자로 치료 뒤 퇴원했고 중상자 3명도 상태가 호전돼 귀가했다. 사망자는 없다”고 했다. 127가구 주민이 사는 고층 아파트에서 한밤중에 건물 전체를 휘감다시피 한 큰불이 났는데도 대형 참사는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이 아파트 14층에 사는 한 주민(50대)은 “처음에 소방관 8명 정도가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와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확인 작업을 했는데 그때 갑자기 13층에서 불길이 치솟았다”고 했다. 소방당국은 당시 현장을 확인하던 중으로 알려졌다. 화재 발생 초기 신속한 대응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울산소방본부는 당시 고가사다리차를 동원해도 고층부 화재 진압에 한계가 따르자 소방대원들을 아파트 안으로 보내 각 호실을 돌며 내부로 옮겨붙은 불을 끄면서 인명 수색과 구조를 펴도록 했다. 특히 15층 피난대피 공간에 ‘전진지휘소’를 설치하고 교대로 200여명의 소방구조대원을 배치해 인명구조 작업을 폈다.
아파트 주민들도 물에 적신 수건을 입에 대고 낮은 자세로 비상계단을 따라 밖으로 빠져나오는 등 발 빠른 대피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기 때문에 밖으로 나올 수 없었던 고층부 주민들도 대피 공간이 마련된 15층과 28층, 옥상 등지로 가 소방대의 구조를 기다리며 침착히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아파트 내부 스프링클러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울산소방본부는 이날 오후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1차 현장감식을 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이날 40명의 전담팀을 꾸리고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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