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을에 출마한 박재호 민주당 후보가 유권자한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갱제(경제)를 다 망쳐놓고, 여서(여기서) 와이리 시끄럽노!”
지난 9일 오후 3시께 부산 남구 대연3동 평화공원 바닥분수 근처에서 박재호(61) 더불어민주당 부산 남구을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자, 이를 지켜보던 한 70대가 외쳤다.
“10년 넘게 이곳에서만 출마했고, 세차례 낙선하면서 배운 것이 있다. ‘건방지지 마라. 선거 때만 오지 마라. 항상 소통하라’다. 서운하거나 답답한 일이 있으면 명함에 적힌 제 휴대전화로 언제든지 편하게 바로 연락해달라”. 연설을 마친 박 후보는 유세차에서 내려 공원에 있던 100여명한테 다가가 한명씩 눈을 마주치며 인사했다.
“행님, 진짜 잘할게요.” 박 후보가 허리를 굽혀 악수를 청하자 큰소리쳤던 70대도 ‘허허’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이아무개(73)씨는 “저렇게 싫은 소리 해도 티도 안 내고 ‘행님’이라며 허리 굽혀 인사하는 거 보면 사람 됨됨이를 안다. 박 후보는 품성이 됐다. 당이 문제일 뿐이다. 그가 괜찮은 사람이어서 지난 선거 때도 그를 찍었다”고 말했다.
이언주(47) 미래통합당 후보 지지자라고 밝힌 60대도 “지난 4년을 돌아보면, (박 후보가) 일을 나름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 후보도 똑똑한데 (전략공천을 받아 남구을에) 갑자기 내려온 것이 문제다”고 말했다.
전국적 인지도는 높지만 지역 연고가 없는 이 후보는 거리유세에 집중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역 중심가에서 시작해 온종일 지역구를 샅샅이 돌며 주민을 만나 인사하는 게 하루 일상이다. 저녁에는 지역구 최대 표밭인 엘지메트로시티 등지에서 인사하고, 밤에는 동네 곳곳을 돌며 유권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는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지역 현안을 잘 챙겨서 멋진 남구를 일궈내겠다. 눈치 보고 정치하지 않는다. 국민 목소리를 국회에서 대변하고,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남구을에 출마한 이언주 미래통합당 후보가 거리유세를 하고 있다. 이언주 후보 선거사무실 제공
이아무개(61)씨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있는데, 경기가 엉망이다. 사는 게 팍팍해졌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권 실정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이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무개씨도 “(이 후보는) 당적과 지역구를 여러차례 바꾸긴 했지만, 이제는 이 후보한테 공이 넘어간 상태다. 똑똑해 보이는 분이니 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들이 맞붙은 부산 남구을은 미래통합당 전신인 보수정당들의 텃밭이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18대 총선까지 김무성 미래통합당 의원이 내리 4선을 했고, 19대 총선에서는 서용교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 ‘4수생’이었던 박재호 후보가 3269표(4.66%포인트) 차이로 당선됐다. 이번 총선에선 용당동 등이 빠지고 대신 대연1·3동이 편입됐다. 지난 여러 선거에서 대연1동에선 상대적으로 미래통합당 계열 지지율이, 대연3동에선 민주당 계열 지지율이 높았다.
지역 현안에 밝은 박 후보는 전국 최초의 무가선 트램(전차 위 전원공급선이 없는 배터리형 트램)의 오륙도 노선 완성 등 교통문제 개선과 첨단산업 일자리 창출 등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해양문화관광 집적지 조성과 지역 특성을 고려한 교육 등을 공약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백중세다. <부산일보>가 케이에스오아이(KSOI)에 맡겨 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박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이 45.5%로 똑같았다. <부산엠비시>가 한길리서치센터에서 맡겨 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박 후보가 44.4%, 이 후보가 47.8%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맡겨 6~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박 후보가 46.9%, 이 후보가 43.1%로 집계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와 이 후보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것으로 본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 가늠하기 어렵다. 결국 며칠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부동층 유권자 마음 잡기가 승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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