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 새마을부녀회 사무실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부녀회원들과 함께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부산시 제공
전국적인 마스크 공급 부족이 계속되자 부산에서 마스크를 직접 제작해서 소외계층에 나눠주고 마스크를 양보하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10일 부산시의 말을 들어보면 부산시 새마을부녀회는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들의 마스크 구매가 쉽지 않자 필터를 교환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만들기로 했다. 문제는 마스크 핵심 자재인 필터였다. 중국에서 수입이 힘들어진 필터 품귀현상이 벌어져 민간단체가 살 방법이 없었다. 이에 새마을부녀회는 “부산시에서 필터를 사주면 우리가 면과 고무줄을 사 손으로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보겠다”고 했다.
재봉틀을 빌려서 재능 기부를 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부산시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부산시는 경기도 필터 제조업체에 3000만원을 주고 마스크 5만개를 만들 수 있는 필터 4600m를 샀다. 새마을부녀회는 재봉틀 15개를 임대하고 300만원을 들여 마스크에 제작에 사용할 면을 샀다.
지난 5일 새마을부녀회 간부 30여명은 부산진구 사무실에서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9일 직접 만든 3000개를 부산시 장애인복지시설협회에 전달했다. 부산시 장애인복지시설협회는 중증 장애 영·유아거주시설 27곳과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42곳 등 장애인 거주시설 72곳의 입소자와 종사자에게 교체해서 사용할 필터와 함께 무료 배부했다.
마스크 제작운동은 부산시 16개 구·군 새마을부녀회로 번지고 있다. 16개 구·군 새마을부녀회는 앞으로 하루 5천개씩 10만개를 제작해서 취약계층에 전달할 계획이다. 추가되는 비용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산지회에 답지한 성금 1억3200만원으로 충당한다. 재봉틀 구매비와 필터·면 구매비, 자원봉사자들의 식대 등으로 사용된다.
부산 해운대구는 9일 공식 페이스북에 ‘마스크 안 사기 운동. 마스크 양보 캠페인. 나는 OK, 당신 먼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전선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과 어르신·임신부·취약계층 등 마스크가 절실한 이들에게 마스크를 양보하자는 내용이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호흡기 질환이 있거나 마스크 구매가 힘든 어르신, 임신부 등 바이러스 취약계층에게 먼저 마스크가 제공될 수 있도록 주민들의 협조를 당부한다. 이를 통해 2·3차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할 수 있으니 조금만 더 배려하고 양보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응원 메시지가 이어졌다. 한 주민은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께 마스크를 사다 드리니 의사 선생님에게 양보하고 싶다고 하셨다. 마스크 양보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면 마스크를 매일 씻어 쓰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관련 공무원에게 마스크를 양보한다”고 말했다.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 기부하는 시민도 등장했다. 부산진시장에서 이불 도매업을 하고 있는 안병숙씨는 10일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 달라며 손수 만든 마스크 105개를 개금3동주민센터에 전달했다. 안씨는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자신의 작은 노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