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5층 혁신홀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문제 긴급 토론회’에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부산지역 영화인단체 회원 명단을 부산국제영화제 쪽에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단체는 지난달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하자,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담당 부서는 ‘업무 파악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영화인단체 쪽은 “사찰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1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1일 문체부는 2019년부터 해마다 20여억원을 지원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에 ‘비프(부산국제영화제) 혁신을 위한 부산영화인시민모임’ 명단을 요구했다. 이에 사무국은 부산영화인시민모임에 전화를 걸어 명단 제공 동의를 받았다고 한다.
부산영화인시민모임은 성명을 내어 “문체부는 단순히 우리 단체의 활동과 구성원 파악을 위한 것이었다고는 하나, 절차상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정부의 민간단체 사찰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중대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문체부가 예산 지원을 받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명단을) 요구한 것은 행정력 남용이자 부당한 압력이므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문체부의 이번 행태를 명백한 제2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간주하고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체 관계자는 “우리 단체 회원 이름은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에 있기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의 요청에 응했다. 국비를 지원받는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은 정부 기관의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여당 의원들을 대놓고 비판했기 때문에 문체부가 사찰 목적으로 명단을 파악하려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체부 담당자는 “현안 파악을 위해 부산영화인시민모임이 어떤 단체인지 확인하기 위해 연락처를 부산시와 영화진흥위원회에 문의했으나 연락처를 주지 않아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연락처를 요청했다. 사찰 의도는 없었으나 방법이 서툴렀다”고 해명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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