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5층 혁신홀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문제 긴급 토론회’에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한 달여 만에 공개석상에 나타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최근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이 이사장이 이날 ‘억울하다’는 식의 주장을 편 것에 대해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쪽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비프(부산국제영화제) 혁신을 위한 부산영화인 모임’이 지난 21일 오후 5시 부산 양정동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마련한 ‘부산국제영화제 문제 긴급 토론회’에 나와 사회자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밝혔다. 영화계가 요구하는 조종국 운영위원장의 사퇴에 대해 그는 “(조 운영위원장을 선임하기 전) 많은 사람이 조 운영위원장만큼 원칙대로 효율적으로 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도대체 조 운영위원장의 어떤 점이 잘못됐고, 왜 물러나야 하는지 구체적 사례를 들어달라”며 조 운영위원장을 감쌌다. 26일 임시 이사회와 임시 총회의 첫번째 안건인 조 운영위원장의 해촉 문제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자신이 전횡을 저지르고 영화제를 사유화를 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할 때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고 독선적으로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28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하다 보니까 이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전횡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사장이 되면서 결재권을 갖지 않았다. 일년에 한번 예산 수립에만 관여했을 뿐 사람을 뽑는 것에도 관여한 적이 없다. 기획행사와 영화관 추천·선정 등은 집행위원장의 권한”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그는 “조 운영위원장 임명에 대해 (허문영 집행위원장 등과) 얘기를 깊이 나눈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부산의 6개 시민단체가 꾸린 ‘영화·영상도시 실현 부산시민연대’의 박재율 상임대표는 “조 운영위원장 입장에선 억울한 점이 있겠지만, 그가 사퇴하지 않으면 올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작품 출품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으니 대승적 차원에서 물러나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거취와 관련해선 “(당사자 입장에선) 억울한 점이 있다고 해도 지금은 올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니, 총책임자인 이사장이 30년을 바라보는 영화제로 나아가도록 명예롭게 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영화계 관계자는 “이 이사장이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이 이사장이 시민사회와 직원들, 영화계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운영을 하다 보니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달 이 이사장이 측근인 조종국 전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을 영화제 운영위원장에 선임하자 이틀 뒤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분란이 표면화했다. 영화계는 조 운영위원장과 이 이사장의 동반 사퇴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린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6일 임시 이사회와 임시 정기총회를 열어 운영위원장 해촉 문제와 혁신위원회 구성 등의 안건을 처리한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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