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정대집행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시법은 ‘필요한 경우 주요 도로에서 집회시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했지, ‘제한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은 아니지 않나요?”(<한겨레> 기자)
“질문 같지 않은…. 경찰청 가서 떠들어라.”(홍준표 대구시장)
홍준표 시장의 거친 입이 또 입길에 올랐다. 답변이 막히면 기자에게 반말로 무안을 주는 정치인 시절의 버릇도 여전하다. 홍 시장은 19일 오후 대구시청 동인청사 기자실을 찾아 대구퀴어문화축제 당시 대구시·중구의 행정대집행을 막은 대구경찰청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는 “집시법 자체에 집회 금지·제한 장소가 명시돼있다. 그것을 무시하고 행정대집행 권한이 없다는 (경찰의 말은) 무슨 판례를 보고 떠드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홍 시장이 언급한 법 조항은 ‘관할경찰관서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시위에 대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 집시법 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다. 홍 시장은 이 규정을 들어 대구시의 행정대집행을 막은 대구지방경찰청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지난 17일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 대구시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집시법 12조의 ‘주요 도로’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집시법은 경찰에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만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기자가 ‘주요 도로의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라는 강제 조항이 아니지 않으냐고 묻자 홍 시장은 아무런 논리 없이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이라며 면박을 준 것이다. 기자가 “집시법 조항을 어떻게 해석한 것인지 설명해달라”고 거듭 물었지만, 홍 시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홍 시장은 “법제처에 유권 해석을 의뢰할 것이다. (주요 도로에서) 난장판 부려도 좋다는 유권 해석 오면 앞으로 (도로를) 제한하지 않겠다. 대도시가 난장판이 되도록 방치하겠다”는 억지 주장을 이어갔다.
앞서 대구시·중구청은 지난 17일 대구퀴어문화축제가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반면 대구경찰청은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해 공무원들을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자치단체 공무원과 경찰이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7일 오전 대구시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와 관련해 행정대집행을 하는 공무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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