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7일 오전 대구시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와 관련해 행정대집행을 하는 공무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로에서 집회하려면 시청 허가를 받아라?’
대구 퀴어문화축제에서 대구시와 경찰이 맞부딪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배경에는 ‘도로에서 집회하려면 지자체 허가가 필요하다’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억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집회 장소가 공공도로라면 도로 점용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주요 도로는 집회 금지 구역이다” 등의 주장을 하고 있는데, 모두 사실이 아니다.
1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7일 대구 퀴어문화축제에서 벌어진 충돌은 주최 쪽에서 집회 신고한 행사 장소에 무대와 부스를 설치하려 하자 대구시 공무원들이 불법 도로점용이라며 막아서고, 경찰이 공무원들을 제지하면서 발생했다.
쟁점은 경찰에 신고된 집회를 위해 도로에 무대 등을 설치할 때 지자체의 허가가 추가로 필요한지다. 도로법은 도로를 점용해 시설물을 설치하려면 사전에 지방자치단체 등에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집회·시위는 다르다. 집회·시위는 대개 도로를 침범하곤 하는데, 이때마다 도로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 이는 헌법이 금지한 ‘집회 허가제’로 변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6년 7월 ‘헌법이 집회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다. 집시법(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은 집회 신고 시 따로 도로점용 허가를 받을 것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두 가지 점을 고려하면 집회 참가자들이 집회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도로 등을 점용할 수 있다. 이때 규제는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런 법원 판례에 따라 경찰은 대구시의 주장(행정대집행)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 과거 같은 장소에서 열린 집회들도 모두 대구시의 도로점용 허가 없이 이뤄졌다. 대구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퀴어축제가 열린 대중교통전용지구는 그간 수많은 집회가 열린 곳으로, 퀴어축제만 특별히 도로를 내주지 않을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김선휴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도 “집회·시위 때 일반 도로 점용 허가를 받으라는 주장은 처음 본다”며 “법치는 그렇게 강조하면서 대법원 판례를 왜 무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요 도로는 집회 금지 구역이다”라는 홍 시장의 또 다른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멀다. 홍 시장이 근거로 내세운 집시법 12조는 ‘관할경찰관서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시위에 대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집회가 열린 도로가 집시법 12조의 ‘주요 도로’인 것은 맞는다. 다만, 이 경우에도 ‘집회 원천 금지 구역’은 아니다. 경찰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만 제한이 가능하다. 경찰청 경비국 관계자는 “주민과 기독단체에서 집회 금지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법원에서 보장해주라고 결정(기각)한 것 아니냐”라며 “집회로 교통 불편이 야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는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줘야 하는 범위라고 봤다. 집시법 12조 판단 권한은 경찰에 있다”고 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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