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로 운영사인 인성데이타 전경. 김규현 기자
공공 배달앱 후발 주자로 출발한 ‘대구로’가 시민생활종합플랫폼으로 변신 중이다. 대구로는 배달의민족·카카오 등 초대형 민간 플랫폼을 견제할 ‘착한 공룡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민간 배달앱의 높은 수수료와 과도한 마케팅 비용 청구가 문제가 되자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낮은 수수료 혜택을 내세운 공공 배달앱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 2020년 3월 출범한 전북 군산의 ‘배달의 명수’, 같은 해 12월 시작한 경기도 ‘배달특급’이 대표적이다. 대구시도 2021년 8월 중개수수료 2%, 카드수수료 2.2%를 적용한 ‘대구로’를 출범시켰다. 대구시는 배달대행플랫폼 등을 운영하는 지역 기업인 인성데이타와 협약을 맺고,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 등을 맡겼다. 대구시는 3년간 홍보 비용 2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성데이타는 100억원을 투자했다.
대구로는 출시 100일 만에 가입자 15만1299명에 가맹점은 8739곳이 넘어섰고, 주문 금액도 131억9300만원을 기록했다. 애초 연말 목표로 설정한 가입자 10만명, 가맹점 5천곳을 넘어선 수치다. 지난달 말 기준 가입자는 39만7899명이고, 가맹점 1만3천곳, 주문 금액 897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12월 시작한 택시 호출 서비스는 배달 서비스보다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9일을 기준으로 대구시 전체 운행 택시의 61%인 8494대가 가입했다. 하루 호출 건수는 1만358건으로 대당 평균 4.3건이다. 대구로의 지역 택시 호출 시장(1일 5만3700여건) 점유율은 19.3%다. 카카오티의 높은 수수료에 불만을 가진 대구시법인택시조합은 인성데이타와 함께 자체 앱 개발을 준비 중이었는데, 홍준표 대구시장의 공약과 맞아떨어졌다. 대구로 택시는 건당 200원, 월 최대 3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가 월 20만∼30만원인 카카오티와 견주면 17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 이용객들은 대구로 택시를 탈 때마다 2천원 할인 쿠폰을 받는다.
대구시내를 운행 중인 대구로 택시 모습. 김규현 기자
대구시는 배달과 택시 호출 서비스에 더해 오는 7월부터 대구로를 ‘시민생활종합플랫폼’으로 확대한다. 슈퍼마켓·편의점 장보기, 미용실, 문화·체육시설 및 공연장 예약 결제 등의 서비스를 추가한다. 공영주차장 정보 등 공공데이터도 대구로에서 한눈에 볼 수 있게 하려고 한다.
플랫폼 확장에 맞춰 기존 지역화폐인 ‘대구행복페이’를 ‘대구로페이’(가칭)로 전환해 대구로 플랫폼을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게 개편한다. ‘강제 수요’를 일으켜 플랫폼 정착을 돕는다는 취지다. 안중곤 대구시 경제국장은 “한정된 양의 물을 여기저기 흩뿌리느냐, 펌프의 마중물로 쓰느냐로 비유할 수 있다. 지역화폐 예산이 대폭 줄었는데 기존 방식대로 운영한다면 흩뿌리기식 지원밖에 되지 않는다. 대구로페이를 통해 대구로를 더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장기적으로는 공적 자금이 투입되지 않더라도 운영 가능한 튼튼한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지자체의 공공 앱은 대체로 공적 자금에 의존해 한계가 보이는 구조다. 민간 독점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공공 앱을 장기적으로는 신경 쓰지 않는다. 대구로가 거대 플랫폼을 뛰어넘을 수는 없겠지만, 지역에 뿌리를 탄탄히 내림으로써 독점 기업의 갑질을 방지·견제하는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로 ‘시민생활종합플랫폼’ 개편 방안. 대구시 제공
대구로가 서비스를 대폭 확장하면서 공공성과 수익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지도 과제다. 대구시는 내년 6월까지인 인성데이타와의 업무협약을 연장하면서, 낮은 수수료율 체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수익 모델은 장기적인 과제다. 최현한 대표는 “당장은 적자지만, 지금 추세가 유지되면 기업 광고도 유치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대구로의 자체 수익이 나는 시점에는 가맹점 중개수수료 2%도 없앨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계명대 교수(소비자학)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 택시 호출 서비스 도입 뒤 나타나는 효과는 굉장히 긍정적이다. 배달 서비스는 여러 네트워크와 연결될 수 있다. 이를 확장하면 여행 등 지역사회에 밀착한 플랫폼으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