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종로3가 지하철역 개찰구를 향해 걸어가는 어르신들의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도시철도 노인 무임승차 연령을 70살로 높이는 데 공감대를 이룬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무임승차로 인한 지방재정 손실분의 충당 방식을 두고선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는 7일 “최근 어르신 무임 교통 지원 정책과 관련해 국가 재정지원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국가에서 일정 부분 책임지는 데는 대구시도 공감하지만, 국가 재정 상황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대구시는 지출구조 조정과 공공부문 경영혁신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6일 페이스북에 “지방정부도 무상급식에는 표를 의식해서 모두 안달하고 매달리지만 국비 지원은 해달라고 하지 않는데 노인복지 문제는 왜 손익을 따지면서 국비 지원에 매달립니까? 복지는 손익 차원에서 따질 문제가 아니지요”라는 글을 올렸다.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달라며 지자체가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다.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무임승차 등) 어르신 복지정책은 대구시 예산 규모로도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라고 거들었다.
대구시와 홍 시장의 이런 입장 표명은 최근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의 상향 필요성을 말하면서 손실분 일부를 국가 재정에서 지원해달라고 요구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노인 무임승차 연령 조정 이슈의 주도권을 오 시장이 독점하는 것을 막고, ‘대구 모델’이 중앙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합리적인 방안임을 강조하려는 셈법이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머지않아 노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되고, ‘백세 시대’가 될 터인데 이대로 미래 세대에게 버거운 부담을 지게 할 수 없다”며 “대중교통 요금 체계 개편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그러면서 “무임승차 제도는 국가 복지 정책으로 결정되고 추진된 일이니 기재부가 뒷짐 지고 있을 일이 아니다”라며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지하철 적자 누적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무임승차로 초래되는 지방재정 손실을 정부가 국고에서 보전해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정부로선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분을 오롯이 지방재정에서 감당하겠다는 홍 시장과 대구시 방침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앞서 기재부는 “지하철 요금과 무임수송 제도 변경 등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대구시는 한걸음 더 나가 무임승차 연령 상향을 위한 로드맵도 공개했다. 오는 6월28일부터 70살 이상 노인의 시내버스 무임승차를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노인회 등과 협의해 현재 65살 이상인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은 매년 1살씩 올리고, 시내버스 무임승차는 74살 이상부터 시작해 매년 1살씩 낮추는 단계적 적용안도 함께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이런 방침이 ‘경로우대’를 규정한 노인복지법의 개정 없이 지자체의 조례 개정만으로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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