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돈을 내야 한다.” vs “지자체가 알아서 할 문제다.”
서울시와 기획재정부가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 보전 문제를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의 불똥이 고령층의 지하철 운임을 누가 부담하느냐 하는 문제로 번진 모습이다.
논쟁에 불을 붙인 건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30일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무임승차는 중앙정부가 손실 보전을 일정 부분이라도 해주는 게 논리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5년 이래 1250원으로 동결한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을 오는 4월 8년 만에 300∼400원 인상할 방침이다. 이는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때문인데, 무임승차가 전체 적자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정부 지원이 이뤄지면 요금 인상 폭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지난 3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임승차 제도는 국가 복지 정책으로 결정되고 추진된 일이니 기재부가 뒷짐 지고 있을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도 지방자치단체의 도시철도 무임수송 손실 보전을 위한 예산 지원에 합의했으나, 기재부가 반대했다는 게 서울시의 주장이다.
반면 기재부는 노인 무임승차 국비 지원에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을 통해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철도가 아닌, 지방 공기업이 관리하는 도시철도의 경우 지자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견해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앙정부는 철도·도로·상수도 등 지자체의 시설 건설비를 지원하고, 지금도 운영비를 제외한 도시철도 노후 시설 개량이나 스크린도어·엘리베이터 설치비 등을 보조하고 있다”면서 “지하철 요금과 무임수송 제도 변경 등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노인 무임수송 제도는 지난 1980년 70살 이상 고령자 요금 50% 할인을 시작으로, 노인복지법 제정 등에 따라 1984년부터 65살 이상을 대상으로 100% 할인을 적용 중이다. 40년 가까이 유지되며 그간 논란이 지속된 이 제도는 이제 법 해석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서울시는 5일 보도 참고 자료를 펴내 “지하철 노인 무임 수송은 1984년 전두환 대통령 지시에 의해 도입됐으며 전국 모든 국민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국가 사무이므로 국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또 65살 이상 노인의 공공시설 무료·할인 이용 등 ‘경로 우대’ 권리를 보장한 노인복지법 조항을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변경해 적용하면 법 위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 세대가 이 책임을 미루면 미래 세대에게 부담이 되는 만큼 기재부의 자세 전환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재부 관계자는 “노인복지법의 경로 우대 조항은 ‘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이 아니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면서 “최근 대구도 자체적으로 지하철 무임승차 나이 상향 조정을 검토하는 등 지자체장에게 변경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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